태양의 한가운데 맞선 설악에서....
주 연 : 박종범,장대순,황성진,국영숙
조 연 : 최언식,양미정,노현호,노재하,박세이,김대중,원정화,송명주,김정길,박동재,이영은,
윤석완, 강용주
2016년 8월10일(수) 저녁에 출발하여 장장 4박5일간의 하계캠프를 운영함에 있어 등반코스부터 부식,식재료,등반인원의 편성까지 신경쓰이는 부분들이 한둘이 아니다.
4박5일간의 나만의 휴가를 즐기러, 냅다 도망가는 남편이 예뻐보일리 없는 마나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슬기롭게 넘어갈수 없을까?
그럼 얘들중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한놈을 데려가는 것이다.
그렇게 묘수를 짜낸 것이 둘째 재하를 꼬드기는거였다.
나름, 재하를 선택한것도 내년엔 중학교를 입학하고 지방의 대안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아빠와 산엘 가는 것이 힘들어질거란 생각도 들었고, 그나마 아빠와 등반을 좀 했던 이유도 있었다.
[8/10(수) 17:00시] "설악의 품에 안기다"
*1일차 차량배정
A조 : 김정길,황성진,양미정
B조 : 원정화,박종범,박세이
C조 : 박동재,노현호,노재하
D조 : 최언식 단독
E조 : 장대순 단독
5시경 동재의 오토캠핑 장비를 싣고 출발한다.그전부터, 꼭 가고싶어하는 동재의 강한 의지가 일도 잠시미뤄두고 마음은 이미 설악에 가 있는 듯 했다.
수월하게 경춘고속도로를 빠져나가고, 휴게소에서 원누님일행들과 조우한후 앞선 팀에게 장보기를 부탁했다. 1일차 숙박은 민박집“예능사랑”으로 예약한터였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민박집옆의 계곡에서 하늘의 별을 보고 알탕을 하니,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대순이가 12시경 합류한후 내일의 등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후 서둘러 잠을 청한다.
[8/11(목) 04:00시] "미륵장군봉 코락길"
휴대폰에서 요란하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맞춰 잠을 깨고, 부스럭부스럭 아침식사준비를 한다.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 어그적 입에 털어놓곤 서둘러 장비를 챙겨, 차에 싣고는 장수대분소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처음 등반해보는 곳이어서 기대가 많은 곳이다.
분소에 차량을 주차하고 미륵장군봉 입구까지 어프로치를 한다.소요시간은 대략40분내외
-07:00경
1조 : 박종범,박세이,원정화,박동재
2조 : 황성진,양미정,최언식,김정길
3조 : 장대순,노현호,노재하
이런식으로 등반조를 편성하여 등반시작..벌써부터 반대편 벽에선 뙤약볕이 눈이 부실정도이다. 아직은 우리쪽에 그늘이 져서 등반하기엔 수월하다.
코락길뿐만아니라 미륵장군봉 전체엔 우리팀밖에 없다.
3조팀이 4피치에 다다라서는 앞팀의 속도가 현격히 느려지고 있다. 이젠 팀원간의 구분도 모호해지기 시작했다.엎친데 덮친격으로 강렬한 햇볕이 우리쪽 벽을 내리쬐기 시작한다.
분재같은 나무만 있음,두더지같이 파고들기 일쑤다.갈증과 더위로 모두들 지쳐가는 모양새다.
맞은편 내설악풍광의 자태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어진다.
5피치에서 6피치구간(10a)이 크럭스 구간인데 그곳에서 많이 지체되고 있다. 재하와 내가 따로 떨어진 지점이 바로 이 즈음이다. 아래에서 쳐다보니 우물양동이 끌어올리듯, 3명이 당기고 있다. 갑자기 미안해진다. 나의 이기심이 다수의 등반력을 떨어뜨린 것 같아...
-15:00경
일부는 6피치에서 하강을 시작하고 나와 정화누님,성진이가 바로 아래에서 하강을 시도한다.
우리 바로 아래엔 미정이누나와 언식형이 하강을 시작, 세 번에 나누어 각각하강을 하기시작한다.초보자들도 섞여있고, 등반시간이 점점 지체되는 관계로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16:00경
하강중 옆 코스에 걸려있는 로프가 눈에 뜨인다. 아마도 다른 등반팀이 하강도중 줄이 꼬여 회수못한 것일게다. 대순이는 악착같이 옆 코스로 펜듈럼해서 기어코 줄두동을 회수하는 쾌거를 이룬다.계곡에 다운하고 나선 계곡물에 입을 박고 벌컥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한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해소가 되질않는다.
-17:00경
대순이는 서둘러 화천으로 향하고 나머지 우린 설악동으로 향한다.
언식형과 미정이누나는 오늘과 내일 먹을 부식조달을 위해 먼저 출발하고, 야영장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타프를 치고 모기장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C지구 야영장은 비호감이다. 습하고 모기가 많다. 그리고 아침나절부터 해를 피할장소가 별로 없는게 흠이다.
-18:00경
사촌누나와 매형이 하수오담근술과 회를 사오셨다.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재하를 보더니, 뭐 먹고 싶냐고 묻는다..
그렇게 일행들이 합류하고 저녁만찬을 즐기기 시작한다.
잠시라도 빈틈이 생기면 달려드는 모기떼들.. 밥이고 술이고 생각없이 빨리 텐트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12:00경
국선배일행 4분이 오시고, 대중이도 합류한다.
텐트밖에서 들려오는 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을 청한다. 텐트안에서 재하와 자는 것이 오랜만이다.몇시나 됐을까? 아직도 시끄럽다....
[8/12(금) 04:00시] 사인의 우정길
다들 피곤한지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누룽지를 끓이고 라면을 끓이고 부랴부랴 먹기 시작한다.세이는 사이트를 지키고, 미정이누나는 귀가를 하고, 나머지인원은 등반조를 편성한다.
차량3대가 이동한다.
07:00
사인의 우정길의 어프로치는 매표소부터 약2시간30분..
A조 : 국영숙,이영은,김정길
B조 : 강용주,윤석완,박동재
C조 : 황성진,원정화,최언식
D조 : 박종범,노현호,노재하,김대중
아침부터 내리쬐는 태양에 눈이 부실정도다. 등짝에선 쉬임없이 땀이 흐른다.
맨 마지막조인 우린 그 뙤약볕을 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1피치에서 돌연 정화누님이 하강을 한다. 너무덥고 뜨거워서 등반하기엔 무리인듯하다며..
순간 재하를 데려가는건 나의 욕심과 과욕이 아닐까?
정화누님에게 재하를 부탁하고 오르기 시작한다. 바위온도가 50~60도는 되어보인다.
앗 뜨거! 단발마의 외침이 절로 나올지경이다.
수통에 담아간 물은 미지근해지기 일쑤다. 앞팀을 기다리는 종범성의 행동도 지쳐 보이는듯하다. 3피치 즈음에서 세컨으로 오른 내가 달고 간 줄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야 말았다.
그 다음등반자가 재하였다면 어땟을까? 종범성이 하강을 한후 다시 대중이가 등반을 할 수 있었다.멋적은 나에게 하회탈 웃음을 짓는게 더 미안할 따름이다.
-12:00경
몇 피치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이 기나긴 등반지가 끝났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선두와의 간격이 꽤 벌어진 것 같다. 우리 바로 앞 언식형의 표정도 꽤나 지쳐보인다.
성진이는 에너자이저임에 틀림없다. 땀도 별로 안흘리고 힘든 내색도 없다.
말 수 없는 성진에게서 무언의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등반행위 자체를 노승의 해탈로 승화시키려는 몸동작같은 것...뭐 그런 것?
-14:00경
이제 저 아래 계곡의 원누님과 재하의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간혹 “출발”,“완료”란 메아리만 울려퍼질 뿐이다.
-16:00경
기나긴 등반이 끝나간다.하강줄을 연결하고 경험자와 초보자가 나란히 외줄하강을 시작한다.
두 번을 끊어 하강을 하니 우리가 올라온 등반선이 왜이리 처절했던가?
난이도보다, 더위와 햇볕과의 싸움이 아니었나?
오늘도 어김없이 계곡물에 쳐박혀 물을 들이켠다.
-19:00경
예정된 등반시간보다 훨씬 늦어졌다. 하산하는 도중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야영장에 가기전 치맥으로 목을 적시고 가자는 의견이 대세다.
목에 착착 감기는 생맥주의 풍미가 이토록 감미로웠을까?
야영장에 도착해서 못다한 등반이야기와 세상사이야기로 날이저물어간다.
[8/13(토) 05:00] 소토왕골 “험한세상의 다리가 되어”
소토왕골은 매표소에서 약30분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어프로치덕에 늑장을 부려본다.
원래 적벽을 가려했으나, 국선배일행의 등반지를 따라합류한다.
아침일찍 명주형이 합류하고 등반팀과 물놀이팀으로 나누어 출발한다.
-08:00경
소토왕골엔 벌써부터 많은 등반팀들이 몰려들었다.단피치 등반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바로 계곡물을끼고 있고,그늘이 져서 여름엔 꽤 인기가 있는 등반지다.
아빠를 따라나온 재하와 물놀이를 하리라 작심한 나로선, 장비일체를 가져오지않았다.
-09:00경
정승권선생님께서 개척하셨다던 “험한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국선배가 선등을 서기 시작한다.
3피치 오버행 무렵에서 주춤주춤 갈등하시는 모습이 밑에서 보아도 아찔하다.
몇몇은 1피치와 2피치구간에서 하드프리를 하고, 나머지일행들은 관람하듯 등반을 감상한다.
-11:00경
이곳에서도 햇볕을 피할순없다.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물속에 잠기는 것 뿐.
가져간 맥주며, 소주가 하나둘 장렬히 전사하고 고기굽는 냄새가 계곡을 타고 진동을 한다.
이쯤 관리공단직원이 출몰할수도 있어, 조심에 조심을한다.
-14:00경
등반팀들이 하강을 마치고 서둘러 야영장으로 향한다.
국선배일행들은 대전엘 가야하고 우린 세이 아버님댁에서 1박을 하기로 하기로했다.
우리가 묶었던 2박3일의 흔적을 치우고나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옷에선 쾌쾌한 냄새가 진동하고, 불쾌지수가 꽤나 높은 날씨다.
-18:00경
야영장에서 세이아버님댁까진 약20분거리.. 토종닭 4마리를 끓이고 계시는 아버님에게 미안할따름이다. 생닭을 잡아다 손질하고 압력솥에 삶는 일련의 작업을 손수하고 계셨으니,세이라도 먼저 보내서 일손을 도울걸 그랬나 싶다.
멋진집을 지으신 아버님댁에서 샤워를 하고 후한 만찬을 즐기니,피로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아늑한 집으로 오니 온 몸이 노곤하다.
다들 이른 잠을 청한다.
[8/14(일) 06:00] "귀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일부는 옥수수를 따러 나가고 TV에서 중계하는 올림픽축구를 관람하고,,,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위한 준비를 한다.
차량두대에 나눠타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내달린다.
한계령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설악을 감상하며, 내 다시 이곳을 그리워하리란 감흥에 젖어
애잖한 마음을 뒤로한채 쏜살같이 내달린다.
** 후기 **
많은 인원이 참석하다보니, 시시콜콜 잡음도 없지않았다.
어찌 다른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나와 같을 수 있으리까?
더욱이 무덥고 힘든 와중에 나를 희생하고 남을 배려한다는건 聖人에 가깝다.
하지만,聖人은 아닐지라도, 산악인으로서의 팀웍과 자기희생은 필수여야한다.
우린 그걸 배우기 위해 산을 찾았고, 찾고있을지 모른다.
이번 설악하계캠프에 참가하신 모든회원 및 선배,악우들게 감사의 말씀드리며, 진행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며, 더 나은 하계캠프를 위해, 차기 임원진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것으로 믿습니다.
총무님과 등반대장님 그리고 4인의 우정길을 끝까지 등반하신 회원님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난 불가능...)
다오름과 3일, 20년 지기들과 2일, 하루는 나혼자... 설악에서 놀다 왔습니다~
새벽에 설악을 떠나면서 오기 싫었지만...
집과 직장으로 돌아오니 또 다른 행복이 있네요.
속옷 2벌 겉옷 2벌로 거지꼴로 지내다 복귀...
코락길 등반 전날 종범대장을 위해 단숨에 달려온 대순씨~ 정말 감격...
아버지 댁으로 회원들 초대해서 식사 대접한 쎄이도 수고 많았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