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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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45코스 ]

속초 해맞이공원 ~ 장사항

총 17.6km

약 6시간 소요

난이도 하

2023년 3월 24일(금)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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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지인 가족과 함께 속초 영랑호를 찾아갔던 적 있다.

8년 전, 아이들은 어렸고 어른들은 젊었던 때다.

그때 영랑호 주변을 자전거로 돌며 참 즐거웠던 기억이 오래 남아 다시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로 영랑호를 돌아보고 싶었는데 이번 45코스에 영랑호가 들어있어 나름은 기대가 컸다.

합류 가능한 다오름 산악회 멤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 부부는 기분 울적한 금요일 돌발적으로 일정을 하루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집에서 아침을 먹고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나서 장사항에 10시 20분경 도착했다.

지난번 46코스 때 한번 왔던 곳이라고 길도 풍경도 익숙해 조금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월의 동해는 어쩐지 나에게 살갑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도 흐리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좀 추운 날씨였다.

그래도 비 안온 게 어디인가, 하며 감사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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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항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점퍼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린 후 출발!

스산한 바다였지만 그래도 파도소리와 바다냄새는 좋았다.

장사항을 출발해 도로로 빠졌어야 영랑호로 가는데 우리는 바다를 보며 정신없이 걷느라 빠져나가는 지점을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어? 영랑호 빠지는 길?' 하며 뒷북을 쳤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돌고 돌아올 때 영랑호에 들러 자전거로 한 바퀴 돌기로 하고 후진 없이 전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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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등대에 도착해 계단을 이용해 등대로 올라가 보았다.

오를 때는 헉헉거렸지만 막상 올라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일품이었다.

언제나 높은 곳은 진리다.

머리 복잡한 남편이 바다를 바라보는 표정에 고뇌가 묻어있어 마음이 덩달아 무거웠다.

속초등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엄청 가팔랐다.

물론 계단으로 되어있어 안전했지만 이제 나이를 먹어 그런가, 높고 경사진 곳이 무섭다.

가파름을 보여주려 영상을 찍으려다 발을 헛디뎌 데굴데굴 구를 것 같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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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를 끼고 죽 걷다 보니 바다 위 멋진 해돋이 정자가 보인다.

걸음을 재촉해 가니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이 제법 많다.

우리는 우선 영금정 먼저 올라갔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사진 찍는 것도 곤욕이었지만 풍경은 또 끝내주니 포기할 수는 없었다.

멀리 바다를 보고, 동명해교로 연결된 해돋이 정자도 본 뒤 바람을 피해 서둘러 내려와 바다 위에 만들어진 해돋이 정자로 향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눈으로도 보였지만 이곳 역시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사람이 몰리지 않아 사진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남편의 어깨가 유난히 힘 빠져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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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금정에서 다시 출발, 한적한 이면 도로를 걸으니 속초 해양경찰서와 속초항 국제여객터미널이 보인다.

그렇게 속초항을 끼고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운 길을 십여분 걸어 금강대교 앞에 도착했다.

지도는 대교를 건너라고 되어있는 것 같은데 해파랑길 리본은 다리 아래쪽에서 나풀거렸다.

잠시 고민했지만 리본을 따라 가기로 하고 다리 아래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 길이 맞는 길이라는 걸 갯배를 발견하고 알게 되었다.

갯배는 바다로 나누어진 마을을 이어주는 배로 탑승객이 직접 줄을 끌어 움직이기 하는 방식이다.

시민은 무료지만 관광객은 인당 500원을 내야 한다.

500원 내고 직접 줄을 끌어 바다를 건너는 배!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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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건너온 마을은 그 유명한 아바이 마을이었다.

멋모르고 금강대교 위로 걸었다면 맛난 아바이순대를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영랑호를 건너뛰고 온 덕에 아바이 마을 도착이 딱 정오였다.

이미 10분 전부터 허기를 느낀 남편은 비상식량으로 가져온 육포 한 봉지를 해치웠기에 식사가 시급했다.

많은 맛집 중 단천식당으로 찾아들어가 명태회 냉면과 오징어순대, 아바이 순대를 같이 주는 모둠순대를 시켰다.

날이 추워 관광객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많은 관광객은 모두 단천식당에 모여있는 것 같았다.

휑한 거리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이 깜짝 놀랐다는.

아무튼, 회냉면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는 맛났다.

함께 먹으라고 주는 명태회무침이 일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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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속이 든 든 해져 그런지 나선 밖은 조금 덜 추운 것 같았다.

이제는 정말 바다를 건너야 하니 금강대교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는 우리를 순식간에 다리 위로 올려주었다.

바닷바람이 쌩쌩부는 금강대교를 건너오니 아기자기한 청호동 벽화마을이 나왔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길을 걸으며 청호초등학교 앞까지 왔고 초등학교를 끼고 골목으로 들어서니 집집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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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다를 끼고 스산한 길을 걷다 보니 속초해변과 속초아이가 떡하니 눈앞에 나타났다.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도 많고 놀거리도 많아 보였다.

물론 날이 추워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중국 관광객이 제법 많았다.

속초아이를 타볼까 생각도 했는데 1인당 18,000원, 요금표를 보고 빠르게 포기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 나만 드는 걸까?

 

 

길게 펼쳐진 속초 해변을 걸으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었다.

맨발로 걸어볼까도 했는데 너무 추워서 이 역시 빠르게 포기했다.

얼마나 추웠으면 오래전 푸른 하늘의 노래 겨울바다가 다 생각 나 흥얼거리며 걸었다.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 하자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무나 아름다운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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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변이 끝나면 외옹치해변이 시작된다.

그리고 외옹치 해벽 끝에 롯데리조트 속초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송혜교와 박보검이 함께 거닐었던 해변 데크길이 바로 이곳이다.

해변을 따라 길게 연결된 데크길이 낭만적이다.

이 길은 외옹치 바다향기로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 데크길이 외옹치 항까지 죽 이어져있다는 소리다.

바다를 품고 바다를 바라보고 바다를 느끼며 걷기에 딱 좋은 길이었다.

거친 파도가 바위에 와 부딪히며 하얀 물보라를 만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걸어온 속초 해변과 속초아이가 뿌연 먼지 사이로 보였다.

외옹치항에서 대포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횟집, 건어물집, 카페와 편의점. 온갖 상점들이 즐비한 대포항 수산시장길이다.

점심으로 먹은 순대가 소화도 안되어 아쉽게도 맛난 냄새 풀풀 풍기는 튀김을 건너뛰었다.

이건 정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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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항을 벗어나면서 다시 바다를 끼고 걷지만 오른편에는 7번 국도를 끼고 걸어야 하는 1.4km는 너무 시끄럽고 복잡했다.

그래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걸으니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설악동 입구 삼거리까지 오니 해맞이 공원이 보였다.

총 17.6km 중 영랑호 둘레 8km쯤이 제외되어 2시 10분 최종 지점에 도착했다.

식사 시간 30분을 제외하면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뷰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었는데 속초해변을 지나고부터는 바닷가 카페를 찾을 수가 없어 커피 한잔도 못 마시고 걸었다.

버스로 원점 회기는 45분 이상 걸리고 택시로는 15분이 걸린다.

우리는 신호 대기 중인 택시를 발견해 택시 회기를 결정했다.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이라는 점에 경악했는데 서울은 4,800원이라는 말에 뒤로 넘어갈 뻔했다.

택시 안 타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 현실감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둘이 버스타나 택시 타나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택시를 탄 건데 12,000원을 내고 우리는 '허걱'했다.

 

 

영랑호 자전거 타기는 암묵적으로 생략하였다. ^^;;

날씨와 체력과 우울한 기분을 탓하며....

대신 2015년 사진을 몇 장 투척한다.

젊은 어느 날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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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무겁고 힘든 남편을 위해 돌발적으로 앞당겨 단행한 걷기였다.

덕분에 남편의 답답한 속이 조금은 뚫렸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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