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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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합동산행기]

-일시: 2017.05.19(금)~20(토)~21(일) ; 2박3일

-산행지 경로

: 고창 선운사 투구바위(5/19)→영암 월출산 야영지(5/19)→매봉(5/20)→시루봉(5/21)

-참석:

*다오름산악회: 박종범, 송명주, 오승룡, 노현호, 박세이, 정동우, 이석란(친구분), 양미정, 곽미영, 김대중, 최언식: 11명 +친구분

*향암산악회: 임헌석, 이호성, 정도균, 김흥곤, 소민수, 정현천, 장생수, 나남주, 장용헌, 주영길, 신만종....11명

 

...................................................................................................................................................................

화무십일홍의 꽃향기는 십리를 가고, 정성으로 빚어진 술향기는 백리를 흘러가고

한겨울 인동초처럼 복잡다단하고 거친 세상사에서 단련되고 단련된 사람의 아름다운 향기는 만리을 퍼져간다. 그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2017년 5월 좋은날 월출산으로의 여정은 그러한 것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천천히 일상의 틈바구니속을 흐르다가 호리병을 지나가듯이 점점 좁은 병목으로 속도를 더해 빨려들어간다. 호리병을 쏟살같이 빠져 나온 물이 그러하듯이 일상으로 복귀한 한 몸은 거침없이 하루하루를 시간의 떠밀림속에 중반부를 지나 주말로 다가선다. 아직도 지나간 그 주말의 향기가 서울로 영종도로 귀가하는 다오름을 쫒아 아직도 생생하게 그 그윽한 향기를 뿜고 있다.

 

“이것이 술이여? 아녀.....그럼 뭣이여? 정이여..... 그럼 어쩌버러? 마셔버러~~~”

날선 살아있음의 생생한 정이 징하게 그리워 진다.

언제인가 가물가물한 기억의 저편에 살아 있는듯한 잃어버린 그 인간의 정이 아직도 온전히 한 모습을 띄고 존재하고 있음에 서울살이는 낯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알것같다. 잃어버리지도 까마득히 살아져 버리지도 않은 우리의 유년의 기억처럼 잠시 잊어버린 그것을 만나 것이다. 저 남도의 끝에서...

그래서 그것이 뭣이여....산악인의 정이여~~~

 

1. 문자와 전화

5월초 다오름 충정로모임때 향암과 월출산합동산행은 패스에 비중이 많이 솔린 사안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일정이 다가 오고 일의 옥조임이 기승을 부리는 때 이른 잠속에 들리는 벨소리 ....“형니임 영길이인데요...” 그렇게 월출산행은 결정되어부렀다.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용헌이 월출산 참석 출구조사중(대선전 어느날)이라고 와있다. 더 결정이 확정이 되어 부렸다.

이렇듯이 인간의 갈길은 알수가 없는 것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이 망부석을 들어올려 놓고 방향을 틀어 놓을 수 있음이 증명되는 것이다. 주위에 관심과 애정을.....

 

2. 남도로 가는 객의 마음

요즈음 오십이 들어서고 일에게 빠떼루를 당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렬해질수록 저 악녀의 빠떼루로부터 벗어나고픈 자유로의 외침이 저 몸안에서 용솟음친다. 관절에 바람들기 전에 히말라야 땅은 한번 밟아봐야 하지 않는 막연한 생각이 하나하나 계획과 준비행동으로 이어지곤한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까페 “네히트”에도 가입했다. 몇 번의 댓글이 가다가 멈추어버렸다. 그리고 히말라야 트렉킹책을 두권째 읽고 필요한 장비를 돈들여 사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텐트1동, 블랙다이아몬드 카본 스틱1쌍을 모시고, 동계침낭을 준비중이다.

하나하나 모이면 어느날 나는 가리라....저 눈내리는 어느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밀크티를 마시는 그날을 미지의 누군가를 만나 아리따운 여인이면 더 좋으리라...

다오름 총무이면서도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종로 디딤돌에서 현호를 만나 텐트를 아주 경제적인 가격으로 구입하고 룰루랄라 광장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것저것 해군소속의 먹거리와 막걸리 한잔 한잔....도심 주말저녁무렵의 회포는 또한 기분을 업 시킨다. 이런저런 세상사속에 금번 월출산 산행에 참가하는 회원이 10여명이 넘어선다. 그냥 입만달고 내려가기에는 웬지 예의가 아님을 현호와 확인을 하고 디딤돌을 다시 디디고 올라 폼나게 향암산악동지들에게 줄 로프한동을 둘러멘다. 음 이제야 맴이 편해지는도다. 출발의 그날을 기약하며 각 자의 집으로....

 

3. 길위의 선운사 투구바위 그리고(5월19일, 금, 날씨 매우좋음....따가운 초여름 기온)

명주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욜 연차가능한지를 물었다. 목요일 업무회의가 연기되었다. 더 이상 거칠것이 없다. 나는 가리라 내일 남녘으로 자유를 찾아서 월출산을 향해서 남하하리라...

목요일 18일 애오개에서 회사 부서장과 회포를 풀고 숙소돌아오니 12시를 가볍게 넘어섰다. 얼른 눈을 붙인다. 5시 반에 눈을 어렵게 뜬다. 더 자고 싶다. 아 삼산체육관까지 가려면 1시간이 소요가 되는데....일어나자 일어나자. 남자는 아침에 일어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돈도 꾸기 어려운 법이다. 공항철도로 인천1호선으로 7호선으로 드디어 삼산체육관에 도착 명주와 승룡을 만나 출발....출근시간대라 도로가 동맥경화걸린 핏줄처럼 자동차의 흐름이 끈적하게 도로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를 않는다. 어렵게 외곽으로 빠져 안산에 도착, 다오름 미모, 미영을 픽업하고 이제 진정한 남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침을 먹지 않아 조금 출출한 기분으로 오이도 휴게소에 들러 젓가락 닮은 빵으로 가볍게 위장을 달래고....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점들의 집합은 선이 되고 그 선들은 하나둘 모여서 면적이 되고 그면적은 놓여진 위치에 따라 수평에서 슬랩으로 페이스를 거쳐 수직과 오버행으로 탈바꿈한다.

그런데 보통 수직의 선율에서 긴장이 수반되는 것이 기본인데 수평의 나아감이 이렇듯 긴장이 되는것은 처음이다. 나이스 페이스 오~승 룡~~오 제발...고속도로의 차량은 앞서 달리는 차량의 옆에 다정히 꼬시듯이 다가 가는듯하다가 곧바로 뒤로 흘러보낸다. 직선에서 짧은 곡선으로의 주행이 계속되고 탑승객은 수직의 긴장을 맛본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야~~~

쉬지 않고 달려가는 도로옆으로 정다운 농번기의 들녘들은 하나 둘 지나가고...낮 12시를 조금 넘어선 시각에 다오름 1팀 차량은 고창으로 접어든다. 명주가 언제 와 보나 하면서 내려온김에 선운사의 바위를 맛보고자 한다. 고창으로 들어선 풍경은 웬지 조금 낯선듯 신비롭다. 바위의 형태가 내륙의 모양이 아니고 바다건너 섬의 느낌이 묻어나온다. 현무암의 자태랄까.....첫 번째 도착지점이 할매 바위....밭을 내려보고 우뚝허리를 편 바위가 할매바위이다.

5월의 태양이 따갑게 할매몸을 데우고 있다. 할매 열받으시면 달라붙어면 안 되는데.....중론을 모아 열받으신 할매보다는 저 쪽 선운사로 방향을 잡는다. 승룡이 예전에 와보고 미영 가정주부의 20년전 기억이 길을 더듬는다. 세월이란 참으로 빠른것이다. 훨훨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때가 20년......그 20년의 세월은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우고 삶에 온몸으로 적응하며 하루하루의 적분이 그렇게 20년 시간의 두께로 나타난 것이다. 다오름회보를 스치듯 본 기억에 미영이 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산행인가가 있었다. 20여년 전의 일이다. 휘젓고 다닐때가....열심히 살다보면 항상 그에 비례해서 허전해 지는 구석이 자꾸만 크게 자란다. 그래서 인간은 떠나고 떠나고 돌아오고 돌아오는 것이다. 제되로 돌아오기위해 제되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 허전한 구석을 꽉꽉 채울수 있다. 새로운 생의 에너지로.....

인생은 빠른것이다. 어떡해서든지 시간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빌어 세상이 흘러가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이고 사고해야 한다. 그리하여 나의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생의 여유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물어물어 선운사 투구바위로 향하는 숲으로 들어선다. 처음보는 풍경을 담아가며 걸어 도솔제 뚝방을 가로질러 비탈진 산길로 한참을 올라서니 하늘이 가까워지고 큰 바위좌측을 돌아 내려서니 숨겨진 암장이 펼쳐진다. 곰보처럼 바위의 표면은 숭숭하니 구멍이 많다. 보기에 홀드가 좋아보인다. 잠시의 휴식과 바위와의 상견례를 하고 5.10b에서 시작하자고 단호히 명주가 말한다. 오케이...

밑에서 보기는 쉬워보이는 여유를 준다. 바위에 조그만한 명패같은 바위길명이 새겨져 놓여있다. 가을의 꿈, j's의 life....바위길명은 항상 문학적이다.

명주가 길을 온사이트로 오른다. 드문드문의 쉼속에 쉽게 쉽게 목표피치를 오른다. 그런데 청바지로 오른다. 어라~~~청바지는 땀이 차면 몸동작에 여러모로 쉽지 않을 듯한데...우얗든간에 잘올라 잘내려온다. 미국에는 반항아의 이미지로 청바지의 제임스딘이 있었다.

여기에 바위길의 청바지, 다오름의 “제임스 송”이 있다. 너를 제임스 송으로 명하노라~~

다음으로 승룡이 오른다. 생업으로 인해 바위와의 교분이 잦지 않았지만, 메모리 와이어 브라가 아니 메모리 바디, 몸으로 익힌 기억은 몸속에 남아 있는 법,..날다람쥐처럼 잘도 오른다. 다오름의 바위 날다람쥐....승룡...아래에서 미영과 나누는 얘기중에 청바지 제임스 송 다음으로 날다람쥐로 승룡이 자리매김한다.

나도 오른다. 쉬워보이지만 내 몸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고창 선운사 투구바위의 품에 안겨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만 한다.

미영이 아쉬워 한다. 오르지 못한 오름짓을.....

양쪽으로 나뉘어진 투구바위 속으로 올라가니 명주가 아는 이가 오버행 바위에 메달려 있다. 세상이 좁은 것인지... 속살바위를 지나고 도선제를 다시 돌아 내려와 선운사로 들어선다.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곳에 와볼런지.....선운사 뒤쪽 유명하다는 동백림을 사진에 담고 또 아름답게 한컷을 남기다.

항상 느끼지만 이성계의 숭유억불정책의 일환으로 도심에 있던 수많은 절들이 화를 피해 산속으로 산속으로...지금의 이처럼 멋진 명당을 제공해 주었다. 그 당시 중들은 알았을 까....7백년뒤의 이런 상황을....

검성 미야모토 무사시는 독행도에서 말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크게 기쁠것도 슬플것도 없다고...그렇다 현재 조금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뭐 그리 슬프할것은 아니다. 크게 담대하게 바라보고 생각하면 좋을듯 하다.

“고창”하면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생존하는 풍천장어가 지역의 명물이다.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지나치면 예의가 아니다. 풍천장어 묵어러 간다. 명주의 안내로 법성포로 핸들을 꺽어 이삼분을 나아가니 법성포가 펼쳐져 있고 더 나아가니 잘 아는 장어식당이 나온다.

친절한 주인장으로부터 장어굽는법 등등을 교육받고 기름이 지글지글한 장어를 한입 쏙 집어 넣는다. 어메 맛이 좋은것~~~

장어를 많이 드셔서 그런지 얼굴피부가 좋은 여주인장에게 복분자를 맛뵈기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작은 주전자에 양이 많다. 장어랑 복분자랑 거의 내가 다 먹는다. 효험은 며칠뒤 상경해서 봐야 할텐데....미리 걱정을 해본다.

알딸딸한 기분과 몸상태로 월출산 야영장으로 향한다. 눈이 감기고 눈이 떠진다. 레이스 오의 거친 레이스에 아량곳없이...

월출산 야영장 도착에 저녁 여섯시와 일곱시 사이에 도착한다. 향암이 와 있다. 가벼운 상견례와 조금뒤 도착한 현호, 세이, 동우 다오름2팀과 어우러 진다.

몇 년전 향암과 합동등반할 때 이후 처음이다. 그때는 저 하늘에 있는 정현이 매봉을 선등했다나... 저녁어둠을 뚫고 날렵한 모습으로 내려왔었지...“친구 잘 계신가~~”

간단한 인사와 다오름과 향암의 밤은 산악인의 정으로 물들여 간다. 멋진말로 포장하여 자일한동 전달식을 하고(다음날 한번 더) 주고 받는 잔속에 정이 넘쳐난다. 향암은 아직 산사람의 비릿한 날것의 맛이 난다. 명일등반 조를 짠다. 형 어디로 갈거유 현호가 묻는다. 당연 매봉이쥐~~~

사자봉은 그 옛날 한번 비벼보았으니깐....

매봉이 어떠한 모양으로 나를 반길지도 모르면서 모르는것이 약이고 무식한것이 목표에 빨리 다가가기도 한다.

시간이 차곡차고 쌓여가고 서울에서 천리길을 달려온 여독탓인지 다오름이 하나 둘 어둠속으로 사라져 간다. 항상 이런때 보면 나만 남는다. 다오름 총무가 어둠속으로 쉽게 사라져 갈수는 없는법....시간은 자정을 넘어서고 1시가 된다. 명일의 등반을 위해 나의 새로 장만한 단독주택으로 스며든다.

집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다.

 

 

4. 매봉으로 가는 도정(5월20일, 토, 약간 흐리다가 오후즘 맑아짐)

이른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다. 밤늦게 쉼없이 이리저리 회원들을 위해 분주하던 영길이 이른아침부터 또 그러하다. 참으로 대단한 친구이다. 대단한 산악회인가....

어프로치시간을 감안하여 사자봉팀이 먼저 캠프를 떠나고 매봉팀은 여유있게 7시10분경 길을 나선다. 천황사의 늘어지게 나른하게 망중한을 즐기는 얼룩무늬 개를 본다. 족보없는 놈같은데....진돗개란다. 팔자가 거의 오뉴얼 개팔자다.

1시간을 오르고 10시즘 매봉을 바라보는 너른 바위에서 장비를 챙긴다. 어째 속이 불편하다. 주위 모처에서 시름을 쏟아낸다. 흐린듯한 날씨는 등반하기에 딱이다. 햇빛이 친구했어면 갑절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한결 가벼운 몸으로 매봉하단부에서 먼저 오르는 종범대장을 올려다 본다. 항상 밑에서 쳐다보는 것은 쉬워 보인다. 어제저녁 용헌이 겁을 잔뜩준다. 매봉을 오르는 등반팀은 전남에서 어느 산악회와 향암밖에 없다라고....역쉬 대장은 대장이다. 종범성이 큰 낯가림없이 금방 바위와 교감을 나눈다. 10여미터 구간에서 인공등반이 요구되는 넓은 크랙모양의 홈 구간이다. 자유등반과 인공등반의 절묘한 조합으로 길은 정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마도, 용헌이 가볍게 오르고 동우가 무겁게 뒤를 따른다. 역시 인공등반지점에서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덩치의 중량만큼이나 소비되는 에너지가 많아진다. 그래도 참 대단하다. 꾸역꾸역 올라가는 모습이....1피치를 지나고 미정형수가 큰 어려움없이 올라서고 듬직한 제임스 송이 뒤를 받쳐주고 내가 올라간다. 역시나 인공등반이 요구되는 곳에서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무사히 1피치를 올라선다. 종범대장과 용헌과 동우가 바위를 갈아타고 3피치쪽으로 나아가고 목소리만 들려온다. 미정형수의 좌측바위로 쏠리는 몸을 겨우 잡아 좌측편으로 넘어간다. 2피치 또한 긴장되는 맛깔나는 길의 연속이다. 몸은 항상 안쪽으로 파고든다. 허공과 가까운 곳은 웬지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전체를 보아야 하는 법인데.... 모든 수련은 말한다. 시간과 노력과 애정이 투자되지 않으면 몸은 불안한 법이다. 모름지기 연습량이 실전의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진리는 항상 단순한 법이다.

2피치가 끝나고 확보...약간의 한숨을 돌리고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3피치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정면의 수직벽과 좌측의 벽이 만나고 상부에서 뚜껑처럼 덮고 있다. 두 개의 벽이 절묘하게 크랙의 틈을 남겨두어 클라이머들에게 인공의 길을 열어두었다. 참으로 절묘한지고... 갈수없는 길을 없는 가 보다.

동우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오르고 이동하는 것은 항상 뜻과 일치하지 않는다.

“힘내거라 동우야~~~”

미정누님의 2피치에서 등반을 마무리하는 우아한 결정이 이루어지고 나는 올라가리라...어찌 보고만 있으리오....잠시 후의 필사적이고 사투의 과정을 조금도 예측 못하면서 용헌의 날렵한 몸의 전진을 보고 자신을 가져본다. 그것까지는 참 좋았다. 이미지 클라이밍과 실전은 간극이 있는 법이다. 그 간극이 틈새가 고수와 하수의 간격이다.

드덤드덤 수직의 벽에 달라붙어 크랙을 잡아 떷듯이 당긴다. 발은 위치를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버둥인다. 힘은 떨어지고... 몇 번의 추락과 몇 번의 용헌의 도움과 외로운 나의 사투가 지루하게 반복되고... 긴 퀵드로의 덕으로 어럽게 몸을 확보해 가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마지막 매의 턱을 넘어선다. 3피치 확보물에 당도한다. 과정이 처절할 수록 정상의 맛은 달콤한 법이다. 저멀리 영암의 너른 들녘과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월출산의 장엄한 자태가 길게 드려져 한 풍경을 이룬다. 이 맛에 오르는 것인가...

이제 하강이다.

용헌과 미정누님이 내려가고 종범성이 3피치에서 하강한다. 그 때 짧은 단발마 같은 외침이 허공을 찢는다. 종범성 빨리 내려가서 2피치에서 하강하라는 명주의 외침....뭔 일이지...확보물의 걸은 하강 잠금 카라비너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있는 상황....그 늘음의 한계치를 벗어나면 그대로 뚝인 것이다.

2피치와 3피치의 거리는 짧아서 다행이다. 위기의 순간이 지나간다.

명주가 말한다. 등반할 때는 절대로 사고나지 않는다. 다만 하강때 모든 사고는 발생한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올라갈수록 위치에너지는 무게*중력가속도*높이이다. 높이가 높을수록 에너지는 비례해서 증가한다. 그래서 항상 모든 하강과 하산길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한다.

등반뿐이랴 모든 인간의 삶이 그러하다. 어렵게 어렵게 높이 높이 올라간 자들은 추락을 조심해야 한다. 추락하여 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하강이 길게길게 내려온다. 60자일로 시작점까지 내려온다. 이런 몇백미터는 올라간 줄 알았는데..

등반이 마무리 되었다. 좀 더 잘할수 있는 법을 아는데....투자해야 한다.

더 즐거운 등반을 하려면 더 거칠고 멋진 바위길을 가려면 열심히 도를 닦는 마음으로 수련을 해야한다. 등반을 하는 마음은 여러 가지이다. 나에게는 수직으로의 도정이다.

산행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빼어난 자태의 월출산을 그냥 외면하면 안돼는 법... 종범성과 구름다리를 지나고 철계단까지 올랐다가 내려온다....구름다리에서 대학산악부는 아닌듯 한데 산서클인지에서 온 꽃다운 젊은 남녀들이 건너오고 싱싱한 미소를 머금고 그들의 젊은날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다. 참으로 좋은시절일세....너희들은 아는가?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산 여기저기 구석구석 애정의 발자욱을 남기고 싶지만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을 한다.

 

5. 만찬

야영장에는 향암의 2차팀이 도착하여 분주하게 진수성찬의 음식을 펼쳐놓는다. 싱싱한 회박스가 몇 개여...다오름과 향암이 나란히 앉고 산악인의 회포를 찡하게 풀기 시작한다. 초면의 향암도 있고 간단한 인사가 오고가고 건배사가 밤공기를 흔든다.

“오라! 여수로... 가자! 서울로......오라! 서울로... 가자! 여수로......”

그렇게 향암과 다오름은 오름짓에서 맛깔나는 섞임의 시간을 갖는다. 또 한번의 거창한 자일 전달식이 어제보다 더 멋들어지게 이루어지고...갑장인 소민수가 있다. 초면이지만 말은 경어를 버리고, 자연스럽게 흐른다. 처음먹어보는 삼치회가 나오고 (삼치는 이제껏 꾸워 먹는생선인줄로 만 알았는데..) 싱싱한 삼치회가 입에서 녹아 흐른다. 갑오징어가 쫀득하니 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참 많이도 준비를 했다. 이 웬수를 어찌 갚아야 하는가... 산악회의 뻔한 회비와 살림살이에서 또한 특별교부세를 부과 했을것이다. 서울악우들을 위해... 고맙게 맛나게 먹는것이 그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것이다. 바지락이 그렇게나 큰것이 있는줄은 또 몰랐다. 이제껏 속고 살았나 보다. 새끼손톱만한 바지락 칼국수의 그 바지락은 가짜였다. 주먹만한 바지락이 스쿠버로 잡았다는 바지락이 풍성한 자태로 서울입맛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등반의 피로감도 잊은채 또 산악인의 밤은 걸죽한 남도의 입담속에 화기애애하게 물들어간다. 시간이 자정을 지나고 하나둘 사라지고 만종과 영길과 승룡이 남는다. 총무도 남는다. 끝까지 가는건가....쉬고 싶다. 그 간절함이 어둠속에서 나타난다. 인근 텐트 야영객의 목소리가 흘러든다. 시간이 야심한데 취침에 방해됩니다....민원은 꼭 싱가신 것은 아닌 것이다.

절호의 찬스는 놓치면 안된다. 명일의 전투준비를 위해 공식적인 자리를 파하고 단독주택으로 기어들어간다. 편한지고....그런데 누운지 얼마 안되어 속이 불편하다. 목, 금, 토 내리 3일째 달리다 보니 속이 욕을 한다. 나의 한계이다.

향암2차팀과 미정누님을 포함하여 이른 아침 사자봉으로 출발하고 느긋한 아침을 맞이한다.

미영과 가볍게 시루봉까지 워킹을 하고 시루봉 바위와 가볍게 오름의 인사를 나누고 내려온다.

12시가 되기전 사자봉팀의 귀환과 깨끗하니 주변정리를 하고 단체기념촬영....야영장을 떠난다. 조선시대 병영이 있었다는 병영리인가의 유명해 보이는 설성식당에서 우리는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눈다. 푸짐한 음식상이 들어오고 어디선가 양주가 나오고 맥주가 소주가 어우러지고...명주와 용헌의 5.13의 등반목표를 장중하게 발표하면서 월출산 합동등반의 대미를 장식한다.

 

6. 집으로 가는 길

2시 반경 향암과 뜨겁게 손을 흔들고 서울로 기수를 돌린다. 가자 서울로....

승룡의 드라이빙은 오늘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안산으로 인천 계산역으로 달린다.

명주의 아쉬움을 달래고 공항철도로 숙소에 도착하니 8시반이다.

모처럼 긴여행을 마무리한다. 며칠동안 참 알차게 보내고 왔다. 또 언제가 될려나

 

“이것이 술이여? 아녀.....그럼 뭣이여? 정이여..... 그럼 어쩌버러? 마셔버러~~~”

귓가에 향암의 정겨움이 희미하게 울리고 3일간의 힘겨운 바위와의 연애는 고행으로 몸에 간직되고, 그 몸둥이는 방바닥과 얼씨구나 일체를 이룬다.

그 다음날부터 몸살이 났다. 아~~세월아~~~

 

*화두: 자일의 연

줄을 함께 묶는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 줄은 생명줄이다. 그냥 줄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자일의 정은 징한 것이다.

 

밀린 숙제를 마치는 기분으로 이 글을 맺는다. 더 쓰고 싶지만....

 

 

2017년6월 초이레날 영종도에서

최언식 총무

 

  • ?
    조연행 2017.06.08 15:52
    역시나 최총무의 글을 읽노라면 무협지 생각이 나는구료~~
  • ?
    노현호 2017.06.09 16:2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쉬!!! 언식형의 필력에 감탄을 합니다.
    심만종이 아니라 신만종이라 아뢰옵니다...
  • ?
    최언식 2017.06.09 23:03
    가마이 보니, 쓰는것도 그렇지만 읽는 것도 만만치가 않을 듯 하네요^^
    부디 읽다가 욱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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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곡 폭포 & 문배마을

    닐씨 : 맑음 날짜 : 2019년 1월 13일 참석자 박종범, 권호섭, 양미정, 조연행, 김대중, 원정화, 이은미( 비회원)
    Date2019.01.18 By박종범 Views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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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다오름 첫산행: 관악산~삼성산]

    [2019년 다오름 첫산행: 관악산~삼성산] 일시:2019.01.05.(토) 참가: 박종범, 김대중, 최언식, 이석란.....이상 4명(뒷풀이 노현호 총무 합류) 산행코스: 관악산 서울대방면~ 삼성산 국기봉~삼막사 시간: 09:00(서울대 입구) ~12:00(국기봉)~삼막사~뒷풀이(밤...
    Date2019.01.13 By최언식 Views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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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5일 관악산

    날씨 : 맑음 산행 참가자: 박종범, 최언식' 김대중, 이석란 뒤풀이참석 노혀호
    Date2019.01.10 By박종범 Views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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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로니 길

    9월29일 오전 11시쯤에 대슬랩에서 만나서 건양길 옆에 있는 크로니길을 등반하기로 했다. 앞에팀은 6명이다. 잠깐기다리면서 자기장비를 착용한다. 오늘 산 신발을 아주 큰것을 샀기 때문에 별 고통없이 오르리라 기대해본다.  오늘도 등반대장인 종범이가 선...
    Date2018.10.02 By조연행 Views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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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15일 인수 동양길7피치~~

    날씨가 비가올듯 말듯한 하늘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북한산성입구에서 파주에 사는 최문규라는 친구와 만나서 대슬랩까지 가기로 약속하고 서대문 협동조합원 산행팀과 합류하여 워킹을 시작한다. 대략08:00 계곡쪽으로 접어들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바위는 벌...
    Date2018.09.17 By조연행 Views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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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9.9패시길

    오늘은 파주에 사는 아는 동생 최문규와 함께 등반하기로 하고 북한산성입구팔각정에서 07:40에 만나서 인수대슬랩에서 박종범등장대장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있었다. 7시45분쯤 만나서 계곡쪽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오르는데 유난히 물이 너무 맑아서 기분이 무...
    Date2018.09.10 By조연행 Views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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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18 년 야유회 결산보고

                  1.일    시 : 2018-06-16(토)~6-17(일)   2.장    소 :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성동리 1145 "에코밸리"캠핑장   3.참석인원 : 한영직,최언식부부,노현호,이석란,양미정,신은경,오승룡,장대순,김정길,임경근,김대중                 -이상12명   ...
    Date2018.06.18 By노현호 Views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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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제24기 시산제 보고

    1.일      시 : 2018-04-14(토)~15(일)   2.장      소 : 다락원 캠핑장   3.참석인원 : 조연행,한영직,노현호,남수미가족,박세이,박종범,원정화,곽미영,김정길,                        이석란,이상준,양미정,임경근-이상 13명외 3인   4.결산내용 : 수입(절...
    Date2018.04.21 By노현호 Views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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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봉 다오름 쫑바위-시월의 어느 멋진날

    [인수봉 다오름 쫑바위] 일시:2017.10.28.(토) 참가: 박종범, 권호섭, 최언식, 경덕(등반대장 지인).....이상 4명 등반코스: 인수봉 크로니길   아침이 힘들다. 어렵게 눈을 억지로 뜬다. 전날 10월집회의 흔적이... 젖어든 알코올이 몸의 균형을 어지럽힌다. ...
    Date2017.10.31 By최언식 Views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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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인수봉 쫑바위

    다오름 쫑바위....쫑은 또다른 시작을... (크로니길, 참석4명,12시경 등반시작...16시반경 2번에 걸쳐 하강, 하산6시경,우이동도착 7시경 뒷풀이끝 8시,집도착9시경...등반이 끝났다.) <인수봉 쫑바위>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고 북한산 단풍은 황홀하게 노랗고 ...
    Date2017.10.29 By최언식 Views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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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04~06 설악하계캠프

    1.일        정 : 2017.08.04(금)~08.06(일)   2.참  석  자  : 박종범,노현호,양미정,송명주,이석란,황성진,한영직,신만종,문서진-이상 09명   3.등반대상지 : 1일차(토)-적벽       크로니 : 박종범,황성진,노현호,양미정                                 ...
    Date2017.08.08 By노현호 Views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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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여수 금오도 비렁길/남해여행

        비렁길을 간지가 3년전이었던가 4년전이였던가?   둘째 재하가 남해바래길 이동수업을 2박3일간에 걸쳐 완주하고 현충일 전으로 샌드위치 연휴를 쉰다고 해서 맘이 편치 않아 내려가기로 마음먹고(사실은 요즘 머리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나니, 다오름...
    Date2017.06.09 By노현호 Views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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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10) 미국에서 남미까지~

    2016년9월17일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느릿느릿 게으름을 만껏 즐기고 있고 있는 중이다. 그냥 있기에는 뭔가 손해보고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 가까운데를 산책을 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기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영어안내문을 눈으로만 본다. 캠핑장 근처...
    Date2017.06.08 By조연행 Views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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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영암 월출산 합동산행기

      [월출산 합동산행기] -일시: 2017.05.19(금)~20(토)~21(일) ; 2박3일 -산행지 경로 : 고창 선운사 투구바위(5/19)→영암 월출산 야영지(5/19)→매봉(5/20)→시루봉(5/21) -참석: *다오름산악회: 박종범, 송명주, 오승룡, 노현호, 박세이, 정동우, 이석란(친구분...
    Date2017.06.07 By최언식 Views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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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2017-05-19~21 월출산 산행보고

    월출산 산행보고   1)일     시   : 2017-05-19(금)~21(일) 2)장     소   : 월출산 3)집결장소  : 월출산 야영장 4)참 석 자   : 1진(19일,07:00출발) 최언식,오승룡,송명주,곽미영,박종범(대중교통)                  2진(19일,16:00출발) 노현호,박세이,정...
    Date2017.05.29 By노현호 Views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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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9) 미국에서 남미까지

    9월16일) 요세미티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안내소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기 위해서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 속으로 직행이다. 그만큼 피곤하기도 하고 어떠한 상황이 될지몰라 안전하게 차례차례 비박을  하면서 대기표를 받으려고 다들 난리를 떨면서 새벽부터 일...
    Date2017.05.19 By조연행 Views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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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3기시산제 보고서

    23기 시산제 보고.hwp     23기 시산제 보고   일시 : 2017년 4월 8일~9일 장소 : 북한산 인수야영장 참석인원:황성진, 오승룡, 이석란, 양미정, 조연행,               송명주, 노현호, 한영직, 신은경, 김대중               권호섭, 박종범, 박세이, 김정길...
    Date2017.04.13 By곽미영 Views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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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8) 미국에서 남미까지

    9월15일 thursday 모뉴멘트밸리는 샤워실이 있는데 비빌번호가 부여가 돼있어 다른 외부인은 들어갈 수 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면 특징이다. 해뜨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음미하고 느끼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서부영화에서 말 타...
    Date2017.03.20 By조연행 Views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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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관악산행기~~

    관악산팔봉릿지   일 자 3월11일 방 식 워킹및릿지 집결지 사당역4번출구 집결시간 2017년3월11일 09:30 담당자 조연행   참석자: 조연행,최언식,황성진,김대중,송면주,노현호,양미정,이석란외 2명(석란친구) 10명. 사당역-관음사-팔봉능선-삼성산-서울대학교...
    Date2017.03.14 By양미정 Views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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