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친구를 추억하며....

by 최언식 posted Sep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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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친구를 추억하며....]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의 잔재를 몰아내는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온다.

분명히 기억되는 지난 시간의 시간속에서 30도를 훨씬 웃도는 폭염의 햇볕덩어리가 내리치던 이 땅의 여름을 한방에 후욱하게 밀어내 버리는 바람이, 가을의 들녘을 달려온다.

선선하다 못해 이제는 태양의 지배가 끝난 시간대에서는 따뜻한 것을 가까이 잡아당기는 간사한 인간의 몸짓을 요구한다.

언제 우리에게 폭염이, 언제 우리가 뜨거웠던 계절을 겪었는지도 모르는 망각의 체면속에 빠져들게 한다.

간사한 것인지 모를일이다..... 그런것이 세상이고 자연의 순환사이클의 한부분이고, 삼라만상의 법칙이라고 위로를 해야만 할 것인가?

하루하루가 달려간다. 저마다 탄 인생의 컨베이어벨트는 나이살 만큼 속도로 달려가고 그것에 어느순간 가속도가 달라붙는다.

언제 우리가 어디를 어떻게 지나온것인지,

무엇이 우리를 스쳐지나 간 것인지 ...

누구를 만났었는지...어떤 추억을 공유하고 있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해지고 마음은 자꾸만 잊는데 익수해져 망각의 안개는 짙어간다.

그것 또한 자연법칙의 한 테두리이자 인간삶의 한 단면이라고 인정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가버린 그를, 친구를 추억한다.

무심한 천체의 운행에 맞추어 하염없이 돌아가는 시계바늘이 더속도를 내어 내삶을 갉아먹기전에.....

49재가 오늘이다.

이제는 이승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가야하는 시간이다.

레테의 강을 건너, 저승의 시간으로 편안히 가야하는

그와의 만남을, 기억을 더듬어 짚어본다. 2009년 9월가을이었을 것이다.

다오름입회후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듬성듬성산행의 여정중 수락산 내원암등반이 있었다.

저녁어스럼이 뭍어나는 내원암 초입부에서 영직과 함께 배낭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두루뭉실한 얼굴의 등반과는 전혀 먼 체형의 그를, 정현을 보았다.

쿵푸팬더의 곰돌이 푸우 같은 인상이라고 할까

그렇게 정현을 처음 보았다. 야영후 다음날 산등성이를 올라간 나는 올라온 길을 찾지 못하는 환상방황 끝에 능선을 돌고돌아 오후즘인가 등반야영지로 돌아올때, 정현은 감질나는 등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중 들어보니 고등학교시절 등반을 한 이후 오랫동안 잊고 살아다고 한다.

얼마나 바위의 촉감이 그립고 아늑했을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랑한 연인을 조심조심 만지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것이 정현과의 첫만남의 기억이다.

1967년의 해, 양띠 해에 태어난 같은 또래의 나이임을, 동기임을 알았다.

그리고 생활에 쫓기어 갔다. 띄어띄엄 다오름의 자리에서 만나고...

그리고 한해두해 각자의 삶의 수레는 돌아갔다.

간간히 들리는 소식으로, 춘클등반 갔다가 엄청난 고전 끝에 수직의 길을 구도의 길로 잡아 절치부심한다고 하는....실내암장을 가고....자연암장을 찾아가고....등반의 주말을 보내고....

잊고 지냈던 등반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간간이 접했다.

그러던 2011년의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10월의 첫머리에 전라도 영암땅 월출산행이 있었고 거기에서 다시 친구를 만났다.

불과 이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정현은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 대단하다. 아니 정현이 대단한 것이다.

두드려라 열린것이다. 친구는 눈앞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의 산행기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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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낮을 다 바치고 우리는 영암 월출산에 도착했다....~....

매봉을 등반하고 저기 다오름과 향암이 내려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중 략~

또 누군가 인사를 향암인줄 알았는데, 정현씨다. 본지가 한 2년이 넘었나,,,,,몰라봤다.

그때는 둥근선의 풍성한 느낌이었는데, 몸에 긴장감이 흐른다. 유선형 몸과 얼굴선이 직선의 각을 보인다. 열심히 산행을 하였나보다.

매봉을, 선등을 섰다한다. 헐 그렇게나 등반실력이 늘었나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변하지 않는 무엇을,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기에 계절은 아름다워 진다. 등반열정에 맞추어 변하는 몸매의 그 정현 아름다운 변화이다.

선배기수로서 반성할 일이로다.]

...................................................................................

정현이 글을 남겼다.

 

이정현: 글을 읽고 있노라니 즐거웠던 순간들이 다시금 떠올라 행복해지는군요.

언식님은 아직도 청춘인가보오...영암의 코스모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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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설악에서 산행하다 다리을 다쳤다는 소식을 접한다.

전화로 안부를 전하고....

금년초에는 날벼락같은 소리를 듣는다. 3월 췌장암 진단을 받았음을 들었다. 도대체 무슨....

하필이면....많고 많은 것중에 하필이면.....하필이면.....

주어진 시간이 많치 않음을 모두 알았다. 그러나 무엇 하나 해줄것이 없다.

5월말 안양고대병원으로 다오름이 병문안을 갔다.

암선고이후 처음으로 가보는 병문안이, 맘이 편치 않다. 무슨말을 해주나....먼저 도착했지만 선뜻 병실로 올라가기가 망설여 진다.

병원로비에서 서성이며 미영씨를 기다리고 모두가 모여 병실로 향한다.

병실에 간호하는 사람이 없다. 연로한 모친은 계속 지친 몸과 마음으로 자식을 간호하다가 잠시 쉬러 가셨다.

환자복을 입고 링게병 걸린 거추장스런 부속물을 달고 정현이 들어온다.

항암치료로 깍은 짧은 머리....항암치료가 몸 여기저기 물어뜯은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도 낫는다면야....

하지만 보장할 수 없음을 다안다.

하지만 친구는 굴복하지 않는 기세다.

그날은 몸컨디션이 좋은모양이다. 식당에 들러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가 벤치에서 따사로운 5월의 햇살도 함께 쬐었다. 마지막 함께하는 산책이었다.

희망적인 얘기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각자에게 부여될수 있는 말 밖에 할수 없다. 그리고 환자에게는 용기를 주어야 하는 것을....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더 큰 곳에서 치료를... 힘내라고.....

확신없는 힘없는 말들을 힘있게 보낸다.

무엇이 정답인지 모르지만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나는 친구를 잘 모른다. 과묵한 성격탓인지 자신의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탓인지, 함께한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것인지. 무관심해서 그러한 것인지...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식의 인간의 길을 추구했는지, 대한민국이라는 땅위에서 그가 가진 인생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아는 것은 무엇에 대한 보상인냥 등반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것, 이쁜 다 큰 딸이 둘 있다는 것, 그리고 개인삶의 아픔이었을 이혼을 한지 여러해가 지났고 혼자라는 것을....

 

그렇게 5월도 가고 6월이 갔다.

혜화동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는 그리고 병의 기운이 더 세어졌다는 병의 잔인성이 더 짙어지고 깊어지고 온 육신을 갈가리 찢고 있다는 얘기를 섬으로 전해들었다.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언제 가봐야 할텐데...어쩌면 마지막 지상의 시간일수도.....또 그렇게 6월도 가버렸다.

7월 다오름의 무의도해벽에서 친구의 병세를 염려하며 다음주 서울가면 들러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간은 또 다시 빗겨간다.

화요일 아침, 문자를 받는다. 정현의 떠남을 고단한 병마와의 싸움을 끝내고 떠나 갔음을....전주 요양원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한다.

마음이 먹먹하다. 그리 될 것을 알았었지만 시간이 또 이렇게 촉박하게 길을 서두를줄을 몰랐다.

미영씨에게서 그간의 사정을 듣는다. 참 허무하고 허탈하다.

그날 저녁 술을 먹었다. 숙소 문턱을 넘어서는데 감정이 북받친다. 물이 눈에서 뚝뚝 흐느낌과 함께 떨어진다. 울었다.

무엇이 그리 급한 것인가, 벌써 간 것인가, 인간의 삶이란 태어나서 잠시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란 컨베이어 시스템에 몸을 맡겨 놓다가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끝나버리는 것인가.....

평택장례식에서 영정속 친구를 본다. 아무일 없는 듯한 얼굴이다.

검은상복을 입은 그의 남겨진 두딸을 본다. 힘을 내라고....이런 말밖에 없다. 아이들이 다 커서 다행이긴 하다만, 하지만 거친 세상과 마주하기에는 아직 어리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데... 어떡하나.....

부산서 올라온 그의 누이가 정현의 마지막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아직도 병마와 지지않는 대결을 펼치는 앙상한 몸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마음으로 있는 것인가.....

 

친구는 갔다. 이제는 이 지상에 없다.

등반을 사랑하고 열정을 불태우던 그는 이제 없다.

그는, 친구는 행복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 지상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났을까....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 친구는 과묵하다. 그래서 직접 듣지를 못했다. 다만 몸으로 보여주지 않았을 까, 전달하지 않았을까

친구는 절실한 크리스챤이기에 불교의 49재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가 사랑하는 하나님곁으로 갔으니깐....

오늘이 49재이다.

부디 좋은 곳으로 태어나든지, 좋아하는 바위로 태어나든지.....하나님과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든지...........고단한 지상의 삶이 아니라 좋은 곳에서 잘 편히 쉬기를 빌어본다.

혹 상우씨를 만나 하늘나라에서 새로운 등반을 계획할런지 모를일이다.

 

양띠 친구의, 정현의 명복을 빈다.

친구여 잘 가시게......

정현아 편히 쉬어라......

 

저멀리 아득히 들려오던 포성이, 먼 얘기인줄 알았던 일들이, 반세기의 나이를 들어 오면서 가까이 들려온다. 포성이, 전선이 자꾸만 가까이 다가온다. 서서히 혹은 기습으로.....먼 얘기들이 아닌 주변의 일들로 변모해 다가온다. 당연한 일이고 현상들이다.

그렇다고 겁을 먹거나 의기소침해 할 필요는 없다. 예서 멈출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생명있는 것이 다 생로병사의 길을 가듯이 생명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도처에 지뢰와 장애물이 우리를 괴롭히고 할키더라도 가끔은 한잔의 술로 털어버리고...

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꼿꼿이 솟아오르듯이 자세를 곳추세워 잡고 인간의 존엄에 날을 세워 또 그렇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일이다.

그래서 좀더 먼곳까지, 조금더 높은곳까지 올라가 볼일이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고 존엄일 것이다.

그러다 어느 이름모를 전선에서, 적막한 곳일지라도 쓸쓸히 스러져간들 또 무슨 여한이 있으리오...

 

 

 

                                                                                             가버린 친구의 49재에 친구를 추억한다.

                                                                                                                                      2016.09.04

                                                                                                                                            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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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호 2016.09.05 11:36 Files첨부 (1)

    이정현-1.jpg

     

    이정현-1.jpg

     

    정현형 지인분께서 보내오신 사진입니다.

    다시는 못볼 그리운 얼굴이지만, 언젠간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일지도 모릅니다.

    언식형님의 추모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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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직 2016.09.05 21:01
    정현이가 없구나. 실감이 안나다 갑자기 밀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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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미정 2016.09.08 15:58
    정현이랑 함께한 시간들이 아려한 추억으로 떠오르네ㅜㅜ. 좋은곳에서 편히 쉬고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