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 9 토왕폭 등반 보고

by 김흥태 posted Feb 1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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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왕폭 등반기(2007. 2. 9)

• 03;10 - 기상
• 03;40 - 소공원 출발
• 06;00 - 토왕폭 도착
• 06;40 - 하단 출발
• 07;30 - 하단 완료
• 08;00 - 종범형 하단 완료
• 08;20 - 중단 출발
• 08;40 - 중단 완료
• 09;00 - 상단 1피치 출발
• 10;30 - 상단 1피치 완료
• 11;30 - 종범형 완료
• 11;50 - 상단 2피치 출발
• 12;10 - 상단 완료
• 12;30 - 종범형 상단 완료
• 13;20 - 하강 시작
• 14;20 - 하강 완료
• 15;20 - 하산 시작
• 17;00 - 하산 완료(소공원 도착)

■ 등반 시간 - 5;40 ■ 하강 시간 - 1;00
■ 총 소요시간 : 13시간 30분

우리에게는 등정하고자 하는 열정이 너무나 강했다.
그러한 열정을 설악의 산신령님이 우리를 받아 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조금은 고민이 많았던 등반이었다. 과연 내 능력으로 상단을 무사히 오를 수 있을까?
등반 중에 혹여라도 낙빙에 바일이 떨어지면 어찌해야 하나......
하강 포인트는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상단 첫피치를 완료하고 빌레이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스크류가 모자라지는 않을까????
혹, 내가 오르다 다른팀이 조난을 당하면... 등정의 영광을 포기해야하나??? 과연 그 상황이 온다면 난 무슨 핑계를 만들어서 정상 등정을 노릴까하는 이기심......
(하지만 난 분명 정상을 포기할 것이고,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그네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그게 내가 산에 다니는 존재의 이유 중 하나이니까.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하지만...분명한 건...

우린 안전등반을 할 것 이었고, 또 그 정도의 능력은 분명히 갖추었다. 정상을 오르지 못하더라도
분명 많은 것을 배워올 수 있으리라. 우리의 목표는 정상등정이 아니니까.
단지 등반을 즐길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정상까지 간다면 그건 금상첨화지만.


원주에서 종범형과 접선하고, 설악으로 출발한다.(2.8 18;40)
간간히 날리는 빗방울이 신경이 쓰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간다. 소공원에 도착하여, 등반허가증을 받았다.(20;30) 그리고 송월모텔로 숙소를 정하고, 장비를 정리하면서 종범형과 맥주 한 캔씩만 마셨다.
내일 후회없는 등반을 기원하면서...그리고 안전한 등반을 기원하면서...

03;10. 알람이 울린다. 기어이 D-day가 오고야 말았다. 차라리 안왔으면 했지만...
간단히 세면을 하고, 소공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드리어 토왕폭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한다.

토왕골을 향한 두 번째 발걸음이다. 그 첫 번째는 장대장의 작전(?)으로 하단을 한번만 찍어보고 왔었지...그땐...무척이나 눈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눈이 너무 없다. 랜턴에 의지한 채 어프로치를 찾기에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눈길 이었으면 러셀이라도 되어있을 텐데...몇 군데에서 헤메었다.
(등반 보다 왕복 어프로치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드디어 Y계곡 도착. 휙스 로프를 따라 올라가니 하단이 보인다. 아무도 없다.
음...우리가 여길 오른다는 것이지.

아무도 없어서 천천히 행동식을 먹으면서 조금 기다렸다. 잠시 후 2~3팀이 올라온다.
갑자기 바뻐진다. 여타 등반자의 등반기에서 낙빙의 위협을 충분히 알았기에 조금이라도 일찍 붙어야 했다. 빠른 준비로 ...드디어 2007년 2월 9일 토왕폭의 첫 아침을 열었다.

모두들에게 안전등반을 하자며 출발한다. 다른팀 분들도 우리에게 안전등반을 하라며 힘을 실어
주신다. 많이 고맙다.

등반 라인을 그려본다. 그래 우측으로 붙었다가 트레버스하여 좌측으로 오르면 될 것 같다.
트레버스 후 스크류 설치하고 오르면 하단은 끝낼 것 같았다. 마음은 계속 상단을 오르고 있었다.

작은 렌턴에 의지하여 종범형의 빌레이를 받으며 출발한다. 조금 올라 하나의 스크류를 설치하고
조금 더 올랐다. 하나 더 박으라는 종범형의 메세지가 들려온다. 한개 더 설치하고 트레버스를 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몸이 풀리지 않았는지...조금씩 팔에 힘이 들어간다.
한개의 스크류를 더 설치하고 하단 직벽에 붙었다. 조금 힘은 들지만...어차피 올라가야 할 길이다. 조금 더 올라 하나의 스크류를 더 박았다. 이제 하단의 크럭스를 넘어섰다. 조심스레 계속 전진을
한다. 100M 자일로 오르니 한결 쉽다. 하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올라 스크류를 설치하고
빌레이 시스템을 갖춘다. 안개가 자욱하다.(07;30)

종범형 빌레이를 시작한다. 빌레이를 보며 상단을 올려다보지만 날씨가 별로 도와주지 않는다.
종범형이 하단의 턱을 올라올 즈음, 아랫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누군가가 추락한 모양이다.
잠시 후 종범형이 하단을 완료한다.(08;30)

하단에서 빌레이를 보던 팀이 모두 철수한다. 아마 추락한 사람이 많이 다쳤는가보다. 이제 중단에는 우리밖에 없다. 좀 쓸쓸하다. 심심하구...

간식을 조금 축내고, 중단을 출발했다. 눈이 많이 있어서 상단 출발지점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출발지점에 스크류 하나 설치하고 종범형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같이 등반하는 팀이 없어 조금은
여유롭다. 상단을 올려다 본다. 좀 길다. 열심히 오르면 될 것 같다.

종범형이 도착하여 자일을 정리 후 .... 드디어 상단에 피켈을 던진다.(09;00) 낙수가 엄청나다.
조금 올라 첫 스크류를 설치한다. 낙수가 있어 등반하기에는 조금 귀찮지만 바일은 그만큼 잘 먹힌다. 장갑에서는 물이 줄줄 흐른다. 다행히 날씨가 따뜻하여 그리 손이 시려운 것은 잘 모르겠다.
그럴 여유는 없었나 보다. 종범형은 손이 많이 시려웠다고 하는 것을 보아서는.

조금 더 오르니 고정된 스나그가 하나 있다. 워메 반가운 것.
누군가가 탈출한 모양이다. 스크류를 하나 아낄 수 있었지만, 웬지 마음이 편치많은 않다.
많이 다치지 않았기를 바랄뿐이다.

조금 더 올라 한 개의 스크류를 더 설치했다. 이젠 추락해도 문제없다. 바닥은 면한다.
조금 쉬기로 했다. 중단에 몇 몇 사람이 보이지만 상단으로 올라오는 팀은 없다. 그때...핸드폰이 울린다. 수미녀석이다. 토왕에서 사고가 났다는 데 문제 없냐는 전화다...열심히 통화 후... 지금 등반 중이라고 하니, 바로 전화를 끊는다. 고마운 녀석.
근데...이때부터 계속해서 전화벨이 울렸다. 상단 마칠 때 까지....
(소공원에서 영석형(동해 뫼우산악회)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우찌 사고가 있었는지 알았을까...참 궁금했었다.)

계속 오름짓을 이어갔다. 목이 많이 마른다. 스크류를 설치한 장소에서 고드름을 많이 따먹었다.
갈증은 계속되었다. 조금은 힘이 든 모양이다. 그래도 요령과 여유가 많이 생겼다. 힘이 빠지지 전에 충분히 쉬고, 펌핑이 오기전에 스크류를 설치하고...
어느덧 상단 테라스를 넘어섰다. 빌레이 포인트를 찾아본다. 얼음이 부실해서 빌레이 포인트를 찾기가 그리 쉽지많은 않다. 종범형에게 자일 얼마나 더 남았는지 물어보고, 조금 더 오르기로 했다.
거의 상단이 끝나갈 지점까지 올랐다.(10;30)

간신히 확보지점을 찾았다. 부실한 얼음이지만 그나마 조금은 강해 보였다.
이곳에 오기 전...지금 이 부분이 계속적인 고민이고 숙제였다. 그래서 이 부분을 참 많이 공부했다. 그전 등반 대상지는 대부분 확보지점에 나무나 기타 확보물이 있었지만, 이곳은 오직 얼음뿐이다. 먼저 두 개의 스크류를 박아 내 확보지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 빌레이 시스템을 갖추었다. 걱정했던 것 보다 등반중에 스크류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나에게는 충분한 스크류가 있었다. 나를 확보하기 위해 왼쪽에 두 개의 스크류를 설치하고, 후등자 확보를 위해 우측에 3개의 스크류를 설치했다.

제법 튼튼한 빌레이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제 정상은 20여미터도 채 남지 않은 것 같다. 위로 보이는 턱만 넘어서면 정상일 것 같다.

잠시 후 종범형이 올라온다. 열심히 열심히 올라온다. 연신 그 흐뭇한 미소를 간직하고.
오늘은 종범형 생일이다. 생일 축하 기념 등반이기도 했다.
정상을 올라야 하는 한가지 이유가 우리에게는 더 있었다.

이때 바로 아래에서 한팀의 선등자가 올라온다. 참 잘 오른다. 아래지점에서 빌레이포인트를 찾더니 없어서 자일의 길이를 확인하고 내 위로 조금 더 올라간다. 이때 그분의 자일을 내 빌레이 포인트에 걸어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내며 계속 전진한다. 상단을 거의 다 올라서 종료를 한다.

어느덧 종범형의 모습이 상단 테라스에 나타났다. 조금은 힘든 모양이다. 그래도 열심히 찍어댄다.
어느덧 완료.(11;30) 잠시 쉬며 초코릿과 복숭아 캔을 먹었다.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약간의 허기진 배속을 달래고. 마지막 구간을 준비한다.

자일을 종범형에게 건네며, 마지막까지 파이팅을 외친다.
출발이다. 조금 쉬어서인지 무릅과 종아리가 이상하다. 그치만 얼마남지 않은 거리다.
마지막이기에 더욱 더 조심했다. 조금 올라서 스크류를 설치한다. 그리고 조금 더 올라 한 개를
더 설치. 그리고 한 개 더...이제는 누웠다. 그렇게 정상까지 걸어갔다.
드디어...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다. 정상에는 나 밖에 없다.(12;10)

잠시 후 다른팀의 후등자가 올라오고, 이어 선등자가 올라오고
...이어 드디어 종범형이 정상에 얼굴도장을 찍었다. 서로에게 격려의 악수를 건넨다. 종범형은 금새 담배하나를 입에 문다. 그 행복한 담배연기....

정상을 마음껏 만끽하고...드디어 하강이다. 또 하나의 숙제였다. 개념도를 참 많이 공부했다.
머릿속에 25/35/40/37/40이란 숫자를 얼마나 되새겼던가....
지난 여름의 장군봉 하강 사건도 있고 하니....더욱 더 하강이 신경 쓰였다.
예상과는 달리....하강루트는 너무 잘 나 있었다. 하강루트를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팀에게 무진장 고마웠다. 하강하면서 올려다보는 상단은 또 다른 공포였다.

어느덧 상단 하강 완료. 그리고 이어 하단 하강 완료. 상하단 하강하는데 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전의 사고로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다시 올려다보는 토왕폭은 감격 그 자체였다. 우리가 그곳을 올랐다는 것이다. 아무 사고 없이.
다음번 오를 때는 그 오름짓을 조금 더 여유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옆에서 아무 말없이 등반을 이끌어 준 종범형에게 고마움과 감사함 그리고 존경심을 같이 보낸다.
그리고 남편 토왕 간다고 마음고생 심하게 했을 우리 여보님께 고마움을 보낸다.

그리고 몸은 같이 오지 못했지만,
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해준 선·후배님께 고마움과 감사함을 보냅니다.
또한 토왕폭 산신령님께도 감사함을...그리고 내년에 다시 찾아 뵙겠다고...
  • ?
    권호섭 2007.02.12 18:19
    너무 행복 한 하루였겠다.부러버라 올 돌아오는 겨울에는 갈수 있으려나............
  • ?
    2007.02.12 21:16
    호섭형? 내년엔 나랑가자!..ㅎㅎㅎ(소승과 소토왕도 함께),개토왕도 하면 더 좋구(난 개토왕이 목표)
    고생했다. 흥태야.. 종범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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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연일 2007.02.12 22:17
    멋지삼....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꺼야... 축하하네
  • ?
    이호연 2007.02.12 23:07
    험난한 등반후에 토왕폭 상단 너머의 세계를 만끽 하였는지??
    깍아지른 수직의 벽 너머의 세계는 너무 평온하고 잔잔하지 않던가??
    너무 수고 많았네,, 더 좋은 등반을 꿈꾸게나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