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4일~27일 한라산

by 박세이 posted Jan 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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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나니 슬슬 한라산이 가고 싶어졌다.


 동호회, 카페, 지인 일정...
다 찾아봐도 어느하나 맞는 것이 없었다.
포기하고 전 날 사고친 바보 같은 일이 생각나 그냥 사부님께 전화했다.
이런저런 통화 중 한라산 동계훈련 일정...
헉... 처음부터 산악회 일정을 체크할 껄...ㅜㅠ
가겠구나~!! 설날 전에 그토록 마무리 짓고 싶었던 일을 짓는구나~!!!


여수 팀과도 날짜가 같아 한라산에서 만나기로 하고 사부님의 등산신청서는 작성되고...


 24일 금요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출근해 당당히 "저 한라산가요~!!" 던지고
(이제 신입 아니니깐~!! 음하하하)
일 마감하고 인천여객선착장으로 출발~!!
엇! 근데 오늘 떠나는 사람이 사부님이랑 나 단둘...허허허... ^^;;


20년만의 떠나는 제주라는 사부님...
7년만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사진을 담고 싶어 떠나는 나...


한번은 떠나고 싶었던 배타고 제주가기.
소주 피디 2병, 막걸리 2병, 맥주 2병
밴뎅이회무침 한 접시 싸가지고 사부님 선상 술 파뤼~^^
불꽃축제와 댄스타임 (즐길 땐 즐기는 거지 뭐~호섭선배님 계셨음 좋아하셨을 껄)


선실 6층, 에스컬레이터, 아주 큰 유람선이기에 배멀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과한 술로 속은 울렁울렁...갑판에 메트리스 깔고 누워 바람세며 속을 달래고
금요일 6시 30분에 출항한 배는 토요일 9시가 넘어 드디어 제주에 도착하였다.


 아침 비행기로 도착한 영직선배와 원선배님을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고
그때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7년 전 그 버스터미널...다시 왔구나...내 작은 노력으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음사로 가기 위해 버스를 두번 타야하는데 산천각? 이라는 정류장에서
1월인데 봄날 같은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에 즐거워하며 아이같은 수다들로
1시간에 1대 오는 버스를 놓치고...


아침 9시에 완도에서 출발한 여수팀의 빠른 이동으로 다행히 합류하여 택시를 나눠타고
눈이 많이 왔을까? 정말 설동 팔 수 있는 걸까? 설레임 속에 관음사 도착~!
바로 쏟아지는 빗줄기...겨울비가 시원하긴 했지만 설동의 아쉬움이 컸다. 휴~울릉도 가야겠군.
8월의 한라산과 1월의 한라산은 역시 많이 달랐다.
검은 현무암, 하얀 얼음과 고드름, 아직은 가을의 색을 담은듯한 풀들...
초입의 길이 아기자기하니 예뻤다.
초입 잠깐 쉬는 도중에 반가운 대호선배 만나고 그 일행에게 받아든 산악훈련 깃~!
손수 내 가방 뒤에 아주 글씨 자알 보이게 달아주시고


지리산 종주 덕분에 많이 좋아진 체력으로 16키로 개나리봇짐에 팔, 다리 걷어부치고
열기가 안 빠져 붉어진 볼에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구경거리 좀 되어주고
선배님들은 산악훈련 깃 직접 달아주고선 막내 창피하다고 멀리 떨어져 가시고...
흥~ 절 왕따 시키신 것이 아니구요. 오늘은 제가 좀 빠르게 가진 거였거든요.


 어찌하여 용진각 야영장 도착~!!


먼저 도착한 여수오라버니들 삽으로 숙영지 정리~!!
어.. 눈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히히히
설동~설동~^^
먼저 온 팀이 1시간 넘게 파놓은 자리 눈벽돌 만들어 업그레이드 시키고
종주 때 내내 얻어먹은 것이 고마워 챙겨간 차돌된장찌게, 메생이굴국, 여러 음식들을
하이얀 눈밭에 펼쳐놓고 쏟아지는 별빛아래 또 한잔~!!(에라디야 연속 이틀째로구나~ㅜㅠ)
이글루 벽 옆에서 잠이 들었다. 참다참다 침낭 하나만 있는 것이 너무 추워 얼어죽을 것 같아
침낭커버 찾아 다시 누웠다.

 새벽...백록담 일출 보러가자며 바쁘게들 움직이신다.
아~달 정말 밝다. 초생달인데 정말 빛났다...
숙취에, 갈증,달빛에 반짝이는 눈 퍼먹으며 사부님과 아주 천천히 느리게 올라갔다.


느린 걸음 덕분에 백록담 일출을 바로 밑에서...


내 기억속 8월의 파란 백록담이 아닌 하이얀 백록담과 마주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금 내 눈으로 담는 프레임이 마지막 사진이고 시작되는 사진이다.


 하산. 많이 싸인 눈때문에 급 비탈길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다져진 하산길과 미끄럼 자국
갑자기 눈썰매가 타고 싶어 앉았다. 이런...가속도 붙은 무서운 속도감...
바로 밑에 살짝 커브진 곳에 큰 나무기둥..
안돼 스톱...아이젠으로 조절해봤지만 속도는 안 떨어지고 몸의 방향을 좌로 틀어
산행길 밧줄을 잡으려 했으나 놓쳤다. 아. 나무가 바로 밑인데...
다시 한번 손목으로 밧줄을 휘어감으며 밧줄 잡기 성공!
팔뚝에 시커먼 멍과 많이 난 생채기로 쓰리고 아팠지만 순간의 움직임으로 멈쳤다는 것에
스스로 대견해 좋아했다. 휴~ 나란 여자... 어쩌면 좋으니..ㅠㅜ


 아침 식사 후 선배님들 산악훈련을 위해 장비 챙기시고 출발~
숙영지는 아주 아주 엉망~하얀 눈 위에 펼쳐져있는 음식과 장비들
우리 다오름도 산악인 포스 풀풀 나는 멋진 선배님들 많은데
어리숙한 나와 자유로운 영혼들인 영직선배와 사부님, 그리고 원선배님...
승민 선배, 대순 선배가 갑자기 무지 보고팠다...
각 잡힌 여수팀 보기가 부끄러워 정리 시작~!


정리 중이던 여수팀 경철오빠가 선배들 오르는 모습 바라보더니 가고 싶은가 보다.
기본 장비만으로 경철오빠 출발~! 엄청 빠른 속도로 따라 붙는다. 오~! 멋진데~^^


장비 정리하고 성관오빠와 설동 팠던 삽으로 눈썰매 타며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데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우리 숙영지 들어와 코스프레 사진찍고 이글루 옆에 와서 라면 끓여먹고
썰매 줄서서 얻어타고...아주 난리가 났다. 어~ 장사해도 되겠는데... ^^ㅋ
근처에서 식사하면 선배들 오르는 모습 바라보며 담소 중이던 등산객들중 한 분
"저런 또라이들~저기 오르는 사람들 전문산악인이겠지? 일반인이면 또라인 거야~"하며 얘기하는데
계속 듣다보니 거슬린다.
"저기요~ 저 또라이들 제 일행입니다~!" 머쓱해하시는 아저씨


하산한 선배들와 경철오빠 너무 좋았다며 알프스 같다고 만족해들 하신다.


 여수팀 배 출항시간 때문에 먼저 출발했지만 같이 사진도 못 찍었다고 다정히도 하산길 기다려주어
단체 사진 같이 찍고 제주항으로 같이 이동
잘가요~^^
비행기 출발 시간이 한참 남은 우리는 제주도에서 근무 중인 나의 지인과 연락하여
시장에서 황돔 사다 식당에서 차려주어 맛나게 먹고(에고고 연속 삼일째로구나~!)
비행기 시간이 다가온 사부님, 원선배님은 먼저 출발하시고
혼자 남은 영직선배 내가 놀아드려야지 하고(켁~)
월요일 아침 비행기로 서울에 왔다.


1박2일 한라산 일정이 나에겐 뜻하지 않은 사흘이란 긴 여행이 되었다... 차라리 잘되었던 것 같다...


 



~에필로그~



 작년 여름 사부님, 선배들 졸라 진행했던 천화대 등반, 오기로 갔던 대둔산...
무엇하나 2012년도와는 다른 정신력과 체력... 나약해져있는 나에 대한 실망감과
끌어주신 선배님들께 죄송함이 힘들어 산악회에 발길이 뜸해졌던 시간이었다.


과유불급...잘하고싶었던 마음이 안되니 산에 더 가지 못하고 멀어진 듯...


산에 대한 갈증은 풀기엔 예전에 활동하던 동호회는 역시나 조금은 부족한듯 느껴지고
나름 방안을 생각했던 것 같다.


작년 가을부터 단 하루도 쉬지도 못하고 산도 자주 못가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연말 등산학교 동기들의 총회를 참석하니 산에 대해 그리움 마음은 더해만 갔다


그래서 가게된 지리산 종주
죽도록 힘들었지만 여름과 같은 좌절감과 다시 인사하기가 너무나 싫었다.


리딩해주신 분 덕분에 잘 마무리하고 다행히도 좌절감과 재회하지 않았다.
조금은 다시 기운이 차오르고~


 2007년 새해 요이땅~하고 시작한 산행의 인연으로 더 복잡해졌던 시간들...


작은 노력으로 이루어진 나만의 산행, 인생 앨범을 다시 만들고 싶었다.
한 장씩, 한 장씩 아장아장 병아리 앨범은 채워가고...
마지막 남은 한 장 제주도...


그 마지막 사진은 사랑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찍게 되어 참 행복하다.


산, 일, 인간관계...
아직 어느 하나 잘하는 것 없는 실수투성이...부족한 나이지만
내 안의 작은 나는 조금씩 여물어가고 있으며
다행이도 복이 많아 항상 아껴주시고 좋은 영향을 주고 계시는 내 주변의 많은 분들처럼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길...





 지난 가을 영남알프스 때 현호선배께서 후기 쓰라고 계속 재촉하셨는데 도저히 써지지가 않더라구요.
사흘의 일정으로 그동안의 여러마음을 바라보고 흘려보내니
이번 한라산 후기는 제 성장일기가 되어버렸네요.
항상 감사한 선배님들~ 다오름 안에서 아장아장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직선배님, 사부님, 원선배님 너무 즐거웠어요 근데요 담부턴 제발 쫌~!!! 무슨 말인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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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화 2014.01.29 10:55

    알았따~! ^^  실수~^^
    덕분에 맛있는 회 잘 ~ 먹고 즐거운 추억 만들고 돌아왔어,,

  • ?
    이정현 2014.01.29 11:05

    너무 재미있었겠다~~ 부럽...^^ 눈쌓인 제주도... 내년엔 나도 꼭.

    산은 항상 나를 안아주고 달래주고
    그곳에 다오름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행복
    하여, 다오름은 산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세이씨! 올해 산에 자주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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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호 2014.01.29 11:42
    후기 잘읽었네...그러게 쓰라고 할때 좀 쓰지...
    한라산에서의 풍광이 머릿속에 그려지는걸!!
    재미나게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