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5일 북한산행이야기

by 최언식 posted Mar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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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행기 ]

일시:2016.03.05 토 10:00~17:00~23:00

참석: 조연행 , 노현호, 이석란, 양미정, 황성진, 박종범, 최언식 이상7명

뒷풀이 참석: 송명주

 

아주 오랜만에 다오름산행을 했다.

좋은 하루였다. 여기 그 흔적을 한자 써 본다. 참으로 오랜 만이다.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으로 남기듯.....함께한 산행을 써보는 것은 또 다른 산행의 과정이자 완성이지 않을까....., 공통분모의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이다.

 

1. 바람의 향기

불어오는 바람의 자취는 아리따운 여인의 숨결처럼 감미롭고 손길처럼 부드럽다.

불과 지난주까지는 차가운 겨울여자의 매서운 손끝같더니

참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다양한 얼굴로 다가오는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고 신비하다.

또 다시 움츠리고 얼었던 대지는 다시 기지개를 켜려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연신내에서 올라탄 버스는 굽은 길을 돌아 의정부로 가다가 산냄새가 나는 어느시점에 산객을 내려준다.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조건없이 쏟아붓는 희생과 봉사의 장정에 올라선...

다오름을 새롭게 이끌어 갈 조연행 회장, 노현호 총무, 박종범 등반대장....그리고 미정누야와 성진과 다오름의 고참 석란선배...2년전 겨울 북한산에서 처음 보았던 산행 후 대순과 서울도심의 밤속을 이동하여 찾아 간 일수형님 집앞 어느 작은 술집이 생각나게 한다. 아마도 일수형님과는 아주 긴밀한 관계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마지막 대역사 창조의 건설현장 인천공항은 최상부의 지시로 주말기상특보로인한 피해예방을 위해 현장대장들이 대기하라는 오다가 떨어진다.

주말은 비가 오는 것은 확실하고 다량으로 올 것이다 라는 여러조짐이 예견되었다.

이곳 섬에 들어온지도 어느새 햇수로 3년을 맞이하고 서울인접지역이라 객지에 있다는 생각도 좀 덜한 상태이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것인지 세운것인지는 몰라도 40대와 50의 중년들이 위로삼아 선호한다는 주말부부의 삶속에 있다보니 주말집에 들어서면 가정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모범적인 한 남자의 일상이 조금은 익숙해 지기도 하지만 한편 산과 들의 기운과 속삭임이 슬며시 끌리기도 한 인생의 시간대에 서 있다.

 

지난 주초인가 몇 번인가를 빗나가는 여인들의 인연처럼, 전화속에 신신당부의 말....토요일 연신내 꼭오라는 그 말, 연행형님의 눈물어린 간곡함에 긍정적 답을 하고 산행모드로 마음을 잡았다.

대충 카톡으로 총회결과에 따른 연행형님의 위치를 어림짐작 한 바, 회장의 각별한 요청을 어찌 멀리 할 수 있는가.....

 

2. 바람, 비, 천둥.....그리고

산을 찾는 이가 거의 보이지 않는 가운데 포장도로를 조금 올라가 몇몇의 주택가를 들어서 호젓한 산길이 펼쳐진다.

회장님 왈 이길은 아는 자만이 오는 그럴싸한 등산로임을 자랑한다.

그 혜택을 오늘 마음껏 느끼게 해주겠다 뭐 아마도 그런 자신감일 것이다.

출입금지표시 인듯한 휀스인가를 가볍게 넘어서고 일렬로 혹은 2열로 서서히 속세의 보따리를 조금씩 야금야금 풀어 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세속은 항상 애잔하다.

정말로 조용한 산길이다. 우리 외에 아무도 이산에는 없다. 푹신한 땅의 쿠션을 두발로 느끼며 딛는 걸음이 가볍다.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잠잠하다. 흙과 바위와 나무를 훓어온 바람은 상큼하다.

작은 쉼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찌푸린 흐린 하늘이 기여이 참지를 못하고 한방울 두방울 비를 뿌린다.

가볍게 행장을 정리하고 장인께 빌려온 우의를 걸친다.

올라갈수록 바람이 조금씩 심술을 부린다. 거친 불규칙한 호흡과 사방팔방으로 대기를 흔들어 댄다.

부드러운 흙의 행로는 어느듯 바위의 딱딱함으로 산길을 바꾸어 놓는다.

가다 보니 어느 바위가 떡 버티고 있다.

점진봉인가 바위머리맡에 표지판을 올려 놓았다.

바람은 더욱 미친듯이 춤을 춘다. 인천영종도도 바람으로 치면 한 성질한다. 그래서 철로 만든 비행기가 잘 날아가는 지도 모른다.

거친 바람의 심술에 산객들의 자세는 신중하게 낮아진다. 어느 ㄱ 역자인듯한 바위에서 바람의 파상공세속에 즐거운 추억한장을 찰칵 찰칵

 

회장님의 점심마당은 아마도 비밀의 정원이란 곳이었을 것이다.

내심 멋진 자리를 큰 선심쓰듯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금인의 지역으로 봉해져 있는지 이름처럼 비밀스럽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 비밀의 정원이여~~~

결국 어느 한곳에 보따리를 펼쳐 놓는다. 바로 그 때 저 조금옆에 미소짓는 곳 바로 저곳이 무릉도원 아니 비밀의 정원이 베시시 웃는다. 약 오르지~~

김밥, 컵라면 돼지 두루치기....따뜻하다. 역시 준비성 좋은 석란형수가 보온통에 담아 애지중지 갖고 왔다. 밥을 비비고 컵라면의 MSG가 진가를 발휘하고, 서민의 술 막걸리가 한잔 한잔 손으로건너온다. 요즘은 웰빙이다 뭐다 하면서 msg를 폄하하는데, 예전에 김혜자씨가 국물맛을 맛깔나게 하는 미원, 다시다를 광고했었는데.....많은 어머니들의 손맛의 비법이 거기서 나왔음을 안다.

배가 아직 고프지는 않지만 산에서는 모든 것이 만난 법

간간이 공중으로부터 비가 날아오고, 바람은 더욱더 심술을 부리지만 옹기종기 모여 먹는 산의 만찬을 방해할소냐~~~

다닥다닥 붙어서 인구밀도를 최대한 좁혀서~~사이좋게

내 배낭에 있어야 할 김밥 한줄이 보이지를 않는다. 분명 아침에 집부근 김밥전문집에서 삼천원을 주고 오백원을 거슬러 받았는데 젓가락도 챙겨왔는데....왜 보이지 않는가 김밥아~~

아 벌써 인생의 시간은 나를 이런 상태로 데려 왔는가...복사기 앞에서 무엇하러 왔는가 생각하다 돌아서는 수준이 아웃도어에서 또 이런식으로 나타나면 곤란한데....자연현상의 일부라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으리라 위로하면서 비바람속 산속의 만찬에 젖어든다.

 

기상악화로 잠시 오르는냐 내려가는냐를 논의한 결과 굵어지는 비와 바람의 의견을 들어 하산쪽으로 가닥을 잡고 옆으로 산허리를 횡단한다.

비밀의 정원을 올라 옆으로 진격한 선두는 올라갈 코스가 더 이상 공격이 무리임을 판단하고 다시 뒤로 빽~~그래서 우리는 비밀의 정원을 애무하듯이 다시 한번 지나가고 다시 위쪽으로 하산방향을 잡아 올라간다. 오르다 보면 길은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정확히 알고가는 길이 없는 듯한 표정속에 길을 만들어 간다.

개척산행인가 오늘산행은 이 악천후 속에서....

군에서 침투에 가장 적합하고 작전을 펼치기에 더 없이 좋은 기상조건은 아무도 엄두를 내지않는 가혹한 기상과 환경속에 이루어진다. 그곳에서 그들의 생이 열려지는 것이다.

산악인은 예측불허의 상황속에서 절망도 포기도 없다.

가장 산행하기에 좋은 최상의 날씨가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산에는 아무도 없다. 마음껏 산과의 희롱에 심취할 수 있는 바로 그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즐길지어다. 사랑할 지어다. 그래서 뜨거운 살아 있는 심장의 소리를 들어볼지어다. 바로 오늘

길게 종으로 횡으로 사선으로 부드러운 강풍과 빗줄기속에 화강바위의 용출봉을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용혈봉을 마주하고 나아간다. 누가 명명했는지 멋진 이름이다.

산행은 하산이 아닌 새로운 등산의 단계로 들어선다. 동암문인가 어느 돌성벽 문을 지나고 나한봉으로 나아간다.

선두그룹에서 홀로 이 기상속에 산행을 즐기는 것인지 단련하는 것인지 모를 여자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필시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여...아니면 생의 길을 열려고 왔을 것이다.

개척에 더 가까운 산행을 진격속에 나한봉이 저 쪽에 보이고 그 봉을 뒤로 하고 저 아래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천둥과 비는 줄곤 하늘위에서 다오름의 하산을 박수 친다.

굵은 비줄기는 수직의 비행을 마치고 갈지자의 행보로 종으로 아래로 그의 길을 만들어 간다.

하늘에서 온 친구가 인간세의 길을 찾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인데 잘도 잘도 내려간다.

우리를 뒤따라 오다가 앞질러 간다. 어떻게 저리도 잘 길을 만들어 가는가

바로 바로 힘을 빼고 하늘에서 내려온 고귀한 신분을 잊어버리고 지상의 신분으로 낮게 낮게 몸을 낮추어 임하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은 말한다.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분은 다르구나.

인간은 자꾸만 오르려 한다. 지금의 자리에서 더 높은 자리로....자연에서 배울 지어다.

오를 때 저 건너에 보이던 의상능선이 아직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 오늘 한가해요~하고

길고 실한 글래머한 흰색의 몸을 풍만히 드리고 있다.

 

3.화룡점정

연신내의 동태탕집에 들러는 사이 젖은 몰골을 생각해서 저렴한 바지를 만오천에 하나 사입고 따뜻한 동태의 속살과 국물로 속을 풀고 을지로가 아닌 연신내의 을지로골뱅이 집에 도착, 성진과 미란형수를 먼저 귀가시키고 다오름의 현주소를 다양하게 풀어놓는다.

맥주와 골뱅이와 소주가 함께한다. 또 다른 산행이 시작된다.

나중에 또 한사람의 등반대장 명주가 들어온다. 본지도 많이 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분위속에서 2차는 계속 진행되고...2차에서 마쳐야 할텐데 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어림없는 분위기속에서 길을 건너 골목 순대국집으로 3차의 장도에 들어선다.

간간히 명주와 만난 아름다운 사연?이 나온다. 2012년인가 설악산 장군봉을 등반할 때 줄에 매달려 서로의 드라마속의 한 장면같은 중청봉의 스침을....분명히 다오름 같은데 아닌것 같은 너...그리고 장군봉에서의 되살아 난 인연의 줄이.....매달린 줄에서 줄줄이 엮여 나왔다.

우리는 모두가 공통분모를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연대의식이 피어난다.

오래 시간이 흘러간 뒤에도 비가 오면 피어나는 바위의 이끼처럼 새롭고 파란 기억으로 ...

다오름의 공통분모가 좀더 외연을 넓히고 깊이를 더한 심연이 되도록 올 한해를 노력해 보려한다.

맥주는 명주 입으로 소주는 내몸속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잔은 작지만 알코올이 서서히 누적된다.

자꾸만 반복에 반복이 반복된다.

 

4.몽롱한 귀가

그 곳에서 취한다. 지하철에 몸을 어떻게 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금역에서 택시로 무사히 다음날의 시각에 귀가는 했지만 그날 얼마나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한채 깊은 알코올성 수면에 빠져 들었다.

아 일요일 그날 정말 힘들었다.

아마도 힘든 이가 좀 있었을 것이다. ㅎㅎ

현호씨 잘 들어갔다 했지~~~

 

아 제발 이제는 1차가 섭섭하면 2차에서 마무리 합시다.

나는 안다. 왜 1차를 가고 2차를 가고 좀비처럼 또 3차로 가는 것인지를...흥이 그렇게 인도하는 것이다. 거부 할 수 없는 그것 때문에.....그래도 이제는 가볍게

 

 

 

 

2016.03월

최언식 쓰다.

 

  • ?
    노현호 2016.03.15 11:06
    ㅎㅎㅎ 드뎌 언식형님의 필력이 다시 환생하셨군요.
    다시 보게 되어, 감개가 무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