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해외등반 유럽알프스

by 관리자 posted May 1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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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8월 12일 ~ 8월 27일 (16일간)

- 몽블랑(4,807m), 마터호른 북벽(4,478m)

- 대장 이호연 외 4명








































































































 1 . 보고서를 내며


이 보고서는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자료이다.

너무 늦어 보고서의 존재도 잊어버리기에 충분한 그러한 시간이 흘렀다.

다오름의 모든 회원들에게도, 더 나아가 다오름 알프스 원정등반을 기원해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가장 미안한 사람들은 준비에서 보고서 발간까지 끝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대원들 자신이다.

사실 원정을 다녀온 후 1년이 지나면서 보고서는 포기하는 듯한 분위기였다.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다오름이 다오름이기 위해, 비록 다섯명의 원정대원들이 알프스를 다녀왔지만 다오름 모든 회원들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보고서가 다오름에 필요했던 것이다.

너무 부족한 보고서이다. 부서별 보고도 빠진 것이 너무 많다.  대원들이 작성해놓은 글과 사진들을 주섬주섬 모아 보았다.
  이럼으로써 다오름의 첫 해외원정을 마무리짓고 두번째 다오름 해외원정을 준비하는데 디딤돌이 되고 싶다.
  뒤늦게까지 보고서를 기다려준 다오름 회원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2 . 글 읽는순서


1.보고서를 발간하며  2.글읽는 순서  3.등반개요  4.등반 대원 소개  5.전체 운행 계획 6.등반 보고

①.몽블랑(등반 보고/ 장비) 장대순
②.마터호른(북벽 공격조/지원조) 장대순/김상우

7. 각 부서별 보고

①. 행정 : 서성원
②. 장비 : 장대순
③. 식량 : 김상우
④. 의료 : 김상우
⑤. 회계 : 안수현

8. 전체 운행일지 : 서성원   9. 후기 : 김상우





 3 . 등반개요


1. 원정대 명칭 :  '97 다오름 알프스 원정대

2. 대상지 :  몽블랑(4,807m) 마터호른 북벽(4,478m)

3. 기간 :  1997년 8월 12일 ~ 8월 27일 (15박 16일)

4. 목적 :

다오름 창립 3주년을 맞이하여 기획한 금번 원정등반은 새로운 세계로의 정진을 통한 다오름 회원간의 결속력을
도모함과 아울러 알피니즘의 본고장인 알프스 산군에 대하여 이해를 하고 거벽 등반의 실태를 직접 경험함
으로써 고산에서의 등반 경험을 토대로하여 보다 높은 알피니즘에 대한 적응훈련을 겸한다.




 4 . 원정 대원소개































































성 명
사 진
직 책
주소 및 연락처
경력
신 장
몸무게
혈액형
이호연
 
원정대장
서울 서초
011-232-1333
+
179cm
65kg
A
서성원
 
등반대장
행정
서울 서초
019-277-9040
+
174cm
62kg
O
안수현
+
회계
기록
서울 구로
016-396-8848
+
170cm
58kg
A
김상우
+
식량
의료
경기 부천
017-393-3288
+
175cm
64kg
A
장대순
+
촬영
장비
서울 성동
+
160cm
50kg
A




 5 . 등반 일정












































































































[ 운행일정 계획 ]

차 례
날 자
운행 일정
비 고
1
8월12일(화)
서울 → 홍콩
출 국
2
13일(수)
홍콩 → Zurich → Chamonix
B,C 설치
3
14일(목)
자료수집/식량구입/보험가입/장비구입
4
15일(금)
예비일
5
16일(토)
몽블랑 등반
6
17일(일)
몽블랑 등정
7
18일(월)
예비일
8
19일(화)
Chamonix → Zermatt 야영장
B.C 이동
9
20일(수)
Zermatt → 훼른니 산장 / 북벽정찰
B.C 이동
10
21일(목)
예비일
11
22일(금)
북벽 등반
12
23일(토)
북벽 등반
13
24일(일)
예비일
14
25일(월)
훼른니 산장 → Zermatt 야영장
B.C 이동
15
26일(화)
귀국준비, Zermatt → Zurich
B.C 철수
16
27일(수)
Zurich → 서울
귀 국





















































































































[ 실제운행일정 ]

차례
날 자
운행 일정
비 고
1
8월12일(화)
서울 → 홍콩 출국, CX411
2
13일(수)
홍콩 → Zurich → Chamonix CX291, B,C 설치
3
14일(목)
자료수집/식량구입/보험가입/장비구입
4
15일(금)
몽블랑 등반 (Chamonix → 구테산장) 버스,케이블카,기차
5
16일(토)
몽블랑 등반 (구테산장 → 정상 → 코스믹산장)
6
17일(일)
몽블랑 등반 (코스믹산장 → Chamonix) 케이블카
7
18일(월)
Chamonix → Zermatt 기차
8
19일(화)
Matterhorn 정찰 케이블카
9
20일(수)
기상관계 대기일
10
21일(목)
Zermatt → 훼른니 산장 케이블카
11
22일(금)
Matterhorn북벽등반
12
23일(토)
Matterhorn북벽등반 / 지원조 정상 등정
13
24일(일)
북벽등반 →삼각오버행 위 탈출 → 훼른니산장 도착
14
25일(월)
훼른니 산장 → Zermatt 야영장
15
26일(화)
Zermatt → Zurich 기차
16
27일(수)
Zurich → 홍콩 CX290
17
28일(목)
홍콩 → 서울 CX410





 6 . 대상지별 등반 보고 및 일지


1 기본 계획

①. 몽블랑(노말루트)

샤모니(Chamonix) → 허쉬(Houches) → 구테산장(Gouter) → 발로산장(Vallot) → 몽블랑(Mont. Blanc)→ 발로산장 → Grand Plateau → 그랑 뮬러산장(Gr. Mulets) → 플랑 디 에귀(Plan de Aig) → 샤모니

②. 마터호른 북벽(슈미트루트)

훼른니산장 → 대설벽 → 꿀르와르 → 삼각오버행 밑 → 정상 → 솔베이 대피소 → 훼른리 산장

③. 등반방식 : Alpine Style

2 몽블랑 운행일지

①. 몽블랑 운행표

8월 15일

07 : 00  기상,조식, 출발정리 - 온도(2° C), 맑음.

09 : 10  야영장 출발.

09 : 35  버스정류장 도착 - 관관협회 앞.

09 : 57  Residence Le Chamonix Blanc 건너편 버스정류소 도착.

10 : 05  버스 출발 - 33번 Le Houches 버스 탑승.

10 : 24  Acces Aux Pistes 앞 케이블카 탑승장 도착.

10 : 50  케이블카 출발.

11 : 03  La Chalette 도착 후 도보 5분.

11 : 59  Bellevue 역 출발.

12 : 12  Le Tramway Du Mont-Blanc 역 도착(2,400m) - 중식.

12 : 40  출발.

18 : 15  구테산장(Refuge Du Gouter) 도착(3,817m).

21 : 30  취침 - 3명 비박, 2명 산장.

8월16일

01 : 40  기상, 식사.

02 : 45  출발.

06 : 18  발로(Vollot)산장 도착(4,362m) - 홍경표씨 만남.

07 : 20  발로(Vollot)산장 출발.

10 : 25  Mont. Blanc 정상 도착(4,807m).

11 : 00  Mont. Blanc 정상 출발.

18 : 25  코스믹 산장(Refuge des Cosmiques) 도착.

20 : 30  취침

8월17일

07 : 00  기상, 아침식사.

09 : 00  코스믹 산장 출발.

10 : 05  에귀디미디(Ailguille du Midi) 도착(3,842m).

10 : 38  에귀디미디(Ailguille du Midi) 케이블카 출발.

10 : 45  Plan de L'Aiguille Altitude(케이블카 갈아타는 곳) 도착(2,317m).

10 : 46  Plan de L'Aiguille Altitude 출발.

10 : 52  Chamonix Telecabine(케이블카 타는곳) 도착.




 -《 서성원 등반일지 》-



[8월 16일]

20시 05분 - COSMIQUES산장 RAVANEL Room.

어제는 프랑스 가이드 협회 기념행사가 있는 날이란다.

덕분에 관광협회 앞에서 출발하는 허쉬행 버스가 다른 곳에서 출발했다.

Le Tablets Cable Car에서 하차. 의견 마찰.  그러나 Le Chalotte(Bellevue)까지 케이블 카.

조금 걸어서 Gora역에서 11시 50분 발 특별 등산 열차를 타고  Nid de Aigue에서 하차하여 Goute산장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였다.
계속되는 너덜.  끔찍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 있었던 일의 전주곡에 불과했었다.

너덜지대가 끝날 때 쯤 나타난 하얀 설원에 흥분할 때 쯤 저 멀리  Tete Rousse산장이 보인다.

잠시 휴식 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작은 빙하를 건너 시작되는 엄청난 너덜의 능선.

중간 중간 와이어 로프가 연결되어 있고, 바로 앞에 보이는 구테산장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산장에 도착한 것이 18시 20분.
누룽지 끓이고, 2인분의 산장 음식을 주문하고 해서 그런대로 풍족하게 식사를 마치고 대순이 상우, 나는 산장 뒤꼍에서 비박.
형 두분은 침상.

새벽 한시 경 기상. 머리가 아파온다.  이게 고손가 보다.  두통.
  아침을 라면으로 먹고 장비 착용하고 다섯 명이 안자일렌으로 굴비 엮듯이 엮고 출발한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눈, 눈, 눈, 눈, Vallot 산장

눈, 눈, 눈, 눈, 눈…   그리고 정상.  10시 20분.    이곳이 몽블랑 정상이란다.

멀리 마터혼 비스무리한게 보이지만 진짜인지는 확인 할 수 없다.   다시 걷는다.

눈, 눈, 눈, 게다가 눈이 내린다. 바로 앞이 보이질 않는다.   앞에 나타난 50미터 정도의 설벽.
피켈로 줄을 고정 확보하고 한명, 한명….  내가 마지막이다.
해머가 없어서 피켈의 샤프트로 망치질하다가 샤프트가 댕강....

엄청난 설원에서 눈 썰매를 탔다.   바로 앞에 크레바스가 있었는데….

코스믹 산장 밑 설원에 도착한 시간이 17시 20분.

Cable Car가 Aig de Midi에서 17시까지 운행한단다.  할 수없이 산장행.

잠+아침식사 = 150FFR, 저녁식사+잠+아침 = 245FFr이란다.

눈이 징그럽다.  그런데 내일 또 눈을 밟아야 한다.  졸립다.  졸립다….

몽블랑 운행 복장

고소모(Sub Zero), 고글(Pro Specs),고소내의( North-), 오버쟈켓,팬티, 폴라바지

트러우져, 스패츠, Cool Max양말, 모양말, 이중화, 아이젠


[8월 17일]

19시 10분 - 아침 7시 기상.

코스믹 산장에서 챙겨주는 아침, 커피, 빵, 주스, 우유에다 씨레이션을 먹고 짐을 챙겨 그 끔찍한 설원을 다시 걷는다.
오늘은 안자일렌 없이 코스믹 산장에서 Aig de Midi Cable car까지 간다.

설사면, 왼쪽은 그래도 조금은 낳은 편이다.  
미끄러지면 어딘가 심하게 다치게 되겠지만 보험을 들었으니 헬기라도 부르면 Korea까지는 가겠지.
   오른쪽은 답이 없군.샤모니 시내가지 바로..직하.

그 길을 안자일렌도 없이 아이젠엔 스노우볼이 생기지만 꾸역꾸역 걷는다.
내겐 더 이상 답이 없다. 그냥 하염없이 걷는 것뿐.  떨어지고 다치고..  그런 건 딴사람 얘기이길 빌면서…

샤모니에 도착해서 밟는 땅, 아스팔트, 시멘트....

슈퍼에서 닭 2마리를 사면서 Whiskey를 사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누가 Mont. Blanc을 가볍게 다녀오는 트레킹리고 얘길했는지 만약 그 순간에 내 앞에 있었다면 .....

캠핑장에 도착해서(12시) 식사를 챙긴다. 와인 1병, 소주 팩3개, Whiskey 1병, 잔디에 주저앉아 부어라 마셔라...

부산 OL팀이 등정 축하주로 와인 1병을 가져오셨다.  부산팀도 많이 힘드셨나 보다.
몽블랑 직전 Mont Modi에서 퇴각하셨다 한다. 축하한다는 말속에 진한 사랑이 남아있다.
연일형하고 통화하고, 희정이하고 통화하고 Collect Call방법을 알려고 열심히 노력하지만 방법은 No.   그냥 술만 푼다.

내일이면 이 곳을 떠난다.
풍요롭게 보이던 샤모니 거리도, 눈물 흘리며 돌아서던 몽블랑 정상도, 한 여름에 밟아보던 그 지겹던 눈도, 내일이면 또 다른 세계,
이제는 진짜 10년을 기다리던 내 꿈이 기다리던 곳, Matterhorn.
난 왜 Mont Blanc에서 하산하면서 눈물을 흘렸을까???


 -《 장대순 등반일지 》-


8/15 날씨 : 맑음

아침을 누룽지로 끓여먹고 장비를 꾸려서 몽블랑 등반에 나섰다.

구테 산장이 예약이 되지않아 각자의 비박 장비를 더하다 보니 예상외로 배낭이 무겁다.

허쉬에 도착해서는 케이블카 타는 문제로 의견이 엇갈려서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하늘로 향해 올라가는 케이블카 안에서 저도 모르게 다들 풀린다.

고도 2400m 까지 는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번갈아서 타고 단숨에 올라버린다.

날씨는 샤모니에 도착한 이후 쾌청한 하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상 상태와 같이 올라온 수많은 등반 객들이 함께 있음인지 모두들 약간 들떠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간단하게 빵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하고 구테 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긴 너덜지대가 지루함을 더하지만 곧 적응이 되었다.
잠시 후 설원이 나타나고 구테 산장이 멀리 산 중턱에 보이곤 한다 가파른 너덜지대가 가도가도 끝이 없는 듯하다.

고도를 높일수록 머리가 조금씩 지끈거리는 고소의 초기 증세를 나타냈지만 큰 부담을 갖지않고 있었는데 막상 구테 산장에 도착해서는 몹시 머리가 아파와서 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내일의 운행이 걱정되긴 하지만 금방 잠이 들었다.

8/16 날씨 : 맑음

새벽에 수현이 형의 깨움에 잠을 깼지만 지끈거리는 머리 통증 때문에 이대로
올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더구나 아침을 먹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상태로 장비를 꾸리고 등반을
시작했다.
많은 외국 등반객들은 서로 안자일렌한 상태에서 꾸준히 잘도 오른다.
우리도 다섯 명이 안자일렌을 하고 그들을 따라 오르지만 이내 지쳐버리고 점점 더 속도가 떨어진다.

특히 고소를 느끼는 나 때문에 운행에 차질이 생겨서 더 늦어진다. 형들은 고소가 안 왔는지 모두들 잘 오른다.

배가 고팠지만 속이 메스꺼워서 과일 외에는 입 맛에 맞지 않았다.

밤 하늘엔 수많은 별이 총총하게 빛나고 바람도 거의 없어서 등반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올라가도 끝이 없는 설산을 오르는 겪어보지 못한 등반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비쳤지만 바람은 차가워서 옷은 그대로 입고 계속 올라 점심때가 되서야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쉴 때마다 쓰러져서 자고, 먹은 것이 거의 없는 바람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오른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선두를 계속해서 바꾸면서 날카로운 설릉을 지나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그리 넓지 않은 곳에서 알프스 최고봉을 오른 기쁨을 대원들 모두 나누고 기념촬영하고 40분가량 머문 후에 하산 길에 올랐다.
  몽블랑도 이렇게 힘든 데 히말라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내리막길도 만만치 않아 조심스럽게 발길을 떼야 했다. 가파른 설산에 올라와 본 것도 처음인데 내리막길은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샤모니 시내가 계속 왼쪽으로 작게 보인다.
몇 시간이면 내려설 것 같은 기분이건만 오후 들어서 날씨가 변덕을 부려 눈이 내리고 가스가 끼어서 운행에 지장을 많이 준다.

더구나 하산 루트의 정보는 거의 전무한지라 앞서 간 이들의 흔적만 쫓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중간에 약간 가파른 내리막에서 앞서간 사람들이 한사람씩 클라이밍다운 하고있어 시간을 많이 지체 시킨다.

몽블랑에서 보이던 에귀디미듸 봉우리는 가도가도 다가오지 않는다. 내리막을 다 내려서서는 끝없이 긴 설원이 마지막으로 지치게 만든다.가도가도 끝이없다.

샤모니로 내려가는 케이블카 시간이 지나 버렸기에 하는 수 없이 코스믹 산장에서 예정에 없던 일박을 더하게 되었다.
몽블랑 등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내려가게 되었다.
앞으로의 고산 등반에 임할 때 이번의 등반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샤모니에 도착하면 술이나 실컷 마셔야겠다.

몽블랑 등반 장비 : 줄 55M(10.5mm) 1동, 슬링 60cm(3EA), 워킹용피켈,알파인스톡,설벽용아이젠...

개인 운행복장

상의 : 고소내의, 폴라티, 오버자켓(운행시),고소내의,폴라티,우모복,고소모(비박시)

하의 : 고소내의, 폴라 바지(운행시), 고소내의,폴라바지,트라우져-비박시




3. 마터호른 운행일지


①. 마터호른 북벽등반 운행표

8월 21일

07 : 10  기상 - 온도 영하3도

08 : 30  북벽등반조 서성원, 장대순 지원조 김상우 출발.

09 : 00  빈켈마텐 도착.

09 : 30  Schwarzsee 도착.

12 : 20  훼른니 산장 도착.

13 : 00  북벽등반조 북벽 초입 정찰.

17 : 00  북벽등반조 취침, 지원조 대기.

8월 22일

00 : 20  기상
01 : 30  북벽등반조 훼른니 산장 출발.

03 : 00  대설벽 하단부 등반.

07 : 00  대설벽 중단부 등반.

19 : 30  대설벽 상단 끌루와르 중간 밑 비박.

8월 23일

07 : 00  기상.

08 : 00  등반 시작.

14 : 20  끌루와르 통과.

15 : 00  삼각오버행 통과.

18 : 30  취침.

8월 24일

08 : 30  기상.

11 : 30  삼각오버행 위 훼른니 능선 도착.김상우 만남.

18 : 10  훼른니 산장 도착.

21 : 00  취침.

8월 25일

08 : 30 기상.

11 : 00 Zermatt 야영장 도착.


  • --- 마터호른 북벽등반일지 ---



  •  [ 장대순 등반일지 ]


    8월 22일 날씨 : 맑음

    밤 1시에 상우형이 끓여주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무도 떠나지 않는 북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밤 하늘에 별이 총총한 것을 보니 날씨가 맑다는 느낌이다. 멀리 째르마트 시내의 야경이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이제 이틀동안은 성원이 형과 벽에서 등반과 비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알지 못할 기분이 엇갈린다.

    장비를 꾸려서 대설벽 초입까지 가고 바로 대설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새벽이기 때문에 눈이 얼어서 피켓이 잘 꽂힌다.
    하지만 벽은 이내 가파라지고 설벽이 아닌 빙벽수준으로 변해서 서로 확보를 하며 올라야 하고 아이젠이 계속 미끄러지는 바람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이젠을 바꿔가지고 올 텐데. 하지만 후회한 들 소용이 없다.

    빙벽이 끝나고 바위에 붙자마자 실수로 피켓 한자루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돌로 하켄을 박고 확보를 하는 수밖에. 남은 3자루의 피켓을 선등자가 2자루 후등자가 1자루를 가지고 오른다.
    바위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루트를 잘못 파악한 탓인지 오후가 되어도 삼각 오버행은 머리 위에 있다.

    루트를 잘못 들어선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고 하루를 허비한 생각에 신경질이 났지만 표현할 수는 없었다.
    둘이 등반하는데 신경질을 내면 등반하기가 짜증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비박 장소는 생각보다 널찍한 자리를 찾아냈기에 이런 와중에서도 약간의 위안이 된다.

    내일은 정상에 설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안고 안 오는 잠을 억지로 청한다.

    8월 23일 날씨 - 맑음

    아침 7시가 되어서야 짐 정리를 끝내고 등반을 시작.
    머리위로 보이는 삼각 오버행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이다.
    오늘에서야 제대로 루트를 찾은 것 같아 기분이 맑아진다.
    하지만 계속되는 믹스 클라이밍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바위에는 눈이 쌓여 있어서 하켄 박을 자리도 찾아내기 힘들뿐 아니라 기존의 고정 하켄 역시 보이지 않는다.
    누가 이런 곳을 릿지화 만으로 오른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기존의 보고서만 염두에 두고 오르는 우리에겐 너무 힘든 등반에 짜증낼 기운도 없다.

    아마 눈과 얼음이 없다면 모를까?
    피켓도 그저 바위만 긁어댈 뿐이다. 이젠 간간이 떨어지는 낙석도 무섭지가 않다.
    그만큼 감각이 무디어 진 것이리라. 성원 형은 생각보다 잘 오른다. 힘든 표정도 안 짖고 말이다.

    오늘 역시 정상에는 오르지 못할 것 같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삼각 오버행 옆에 도착했다.
    내일은 일정상 삼각오버행 너머에서 탈출하기로 했기 때문에 조금만 오르면 된다.

    혼자라도 훼른리 릿지로 오르기로 마음먹고 아쉬운 북벽의 마지막 밤을 지샌다.
    형님들은 모두 훼른리 릿지 코스로 정상에 다녀온 모양이다.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오늘 등반의 위험했던 순간도 모두 잔뜩 피곤한 탓에 꿈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8월 24일 날씨 : 맑음

    어제 밤은 잠자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벽에 매달린 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엉덩이를 걸친 자리는 계속 미끄러져 내리고 자세도 바꾸기 힘들 정도로 좁은 비박지에서 정말 고역의 밤을 보냈다.

    아침은 자유시간 한 개로 때우고 꿀르와르로 등반을 시작했는데 바위에 얇게 얼린 얼음을 타고 하켄 박을 곳도 없는 빤빤한 바위를 오른다.
    만약 미끄러지면 밑의 하켄은 아무런 힘도 지탱하지 못하고 빠질 것이다.
    (그나마 박힌 것도 든든하지 않았으니까...) 그다음 어디까지 떨어질까?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아 먹지만 가끔씩 떨어지는 낙석이 크레바스까지 직행으로 떨어지는 것이 보일 때면 아득할 뿐이다.

    어렵사리 첫 피치를 끊고 뒤의 형은 쥬마링을 시킨다. 내가 오른 길이 아마 피켓 하나로는 무척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두 번째 피치에서는 내가 쥬마링으로 오르곤 하는 식으로 서로 힘을 최대한으로 아끼며 등반한다.

    솔베이 대피소에서 이틀이나 기다리던 상우형이 탈출지점까지 마중을 나온다고 한다.
    머리위로는 헬기 소리가 계속 들린다. 아마 사고가 난 모양이다.
    머리를 들어 자세히 보니 헬기에 매달린 사람이 보인다. 베이스 캠프에서도 무전 교신이 들어온다.

    이제 등반을 정리하고 내려오란다. 잠시 후 탈출지점으로 마중 나온 상우 형을 만나 갈증을 풀고 모처럼 앉아서 기다
    란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200M만 더 가면 정상인데. 바로 코 앞인 것처럼 느껴진다.

    북벽에서는 햇볕이 들지 않아서 고글이 필요하지 않더니 능선에 서서 정상을 바라 보려니 눈과 했빛이 쏟아내는 눈부심에 고글을 썼다.
    이제 지친 마음으로 훼른리 산장으로 내려가야 한다.

    하룻밤을 솔베이 대피소에서 더 자고 내일 올라가 보고 싶긴 하지만 나 혼자의 결정이란 필요 없는 것이다.

    훼른리 산장까지의 내리막 길 역시 만만치가 않다.    이건 완전히 클라이밍 다운이라 해도 좋을성 싶은 정도의 난이도랄까?    아, 솔베이 대피소에 도착해서 먹은 라면 맛이란..
    여지껏 우리를 위해서 대기해주고 어려운 일 도맡아 하는 고마운 상우형이다.

    오늘의 일정은 훼른리 산장까지만 운행하기로 하고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우리가 탈출하던 시각에 났던 사고의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저녁 6시가 되어서야 훼른리 산장에 도착했다.

    이것으로 이번 등반의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이런 등반을 언제 또다시 시도할지 모르지만 지친 몸에 그런 생각까지 할 여유가 없다.
    산장에서 알프스에서 계속 인연을 쌓은 부산 팀과 만나 한잔의 맥주로 지친 몸을 달래준다.


  • 마터호른 등반장비

  • 공동구 : 줄 - 55M(10.5mm) 1동,후렌드 - 12개(주로 작은 것으로),너트 - 8개 (작은 것)

    하켄 - 18개(나이프하켄-12, 앵글-6),슬링 - 40cm 3개, 60cm 3개, 120cm 3개

    퀴드로우 - 12개, 캬라비나 - 5개

    개인등반구 : 안전벨트, 헬멧, 하강기, 피켓 2자루, 헤드렌턴,고소내의상하, 폴라티, 폴라쟈켓, 폴라바지,
    오버 트라우져, 우모복,침낭카바,고소모, 장갑 2개, 양말 2개


     [ 김상우 지원기 ]


    # 8월 21일(목) . 맑음

    몇일 전 북벽 공격조가 성원과 대순으로 결정됐다. 난 지원조.

    오늘은 마터호른을 향해서 출발하는 날이다.

    자! 떠어나자~ 마터호른으로~  즐거운 소풍을 떠나기라도 하듯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6시 10분에 일어났다.

    아침을 준비했다. 고옴탕! 7시 30분에 밥을 먹고 등반 장비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8시 30분, 산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면서 형들과 헤어졌다.

    빈켈마텐(9시) ==> 드래곤 리프트 ==> Furi(9시 10분) ==>케이블 카 ==> Furgg(9시 20분) ==> 드래곤 리프트 ==> Schwarz see(9시 30분)

    훼르니 산장을 향해 가던 도중, 10시경에 원광대 팀을 만났다. 그들은 훼르니 릿지로 불리우는 normal route로 정상을 밟고 오는 길이었다.
    동벽에 낙석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정상 200m전까지는 눈이 없어서 릿지화를 신고도 등반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원조 겸 포터 역할도 했던 나였기에 장비를 넣은 배낭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풀을 뜯으며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양 떼들의 모습을 보며 배낭의 무게도 잊고 스위스의 풍경을 감상하였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세계적인 명산을 볼 수 있고 호수가 있고 빙하와 만년설이 있는 곳!
    11시경 이른 점심을 먹었다.

    우유,삶은 계란,사과. 앗! 나의 실수. 내가 날계란을 하나 먹었다. 그 곳에서 덴마크 부부를 만나 담소를 나눴다.
    주로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물었다. 무섭지 않아요? 어머니께서 북벽으로 오르는 사실을 아시는가?
    안전에 유의하라는 말을 아주머니는 잊지 않고 해주었다. 세상 모든 어머님들은 모두 비슷한 심정인가 보다.

    12시 20분경 훼르니 산장에 도착했다. 고도 3260m. 방을 알아보니 오후 3시에 다시 오란다. 공격조는 대설벽 초입까지 정찰을 나갔다.
    내일 새벽에 길을 정확히 찾기 위해 미리 점검을 한 것이다.

    3시가 되니 방을 잡기 위해서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들의 보금자리는 Lager 3의 5,6,7 Bed로 접수했다.
    공격조가 5시 전에는 자야 하므로 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야채 스프에 누룽지를 넣어 끓였다. 맛이 제법 좋았다.
    특히 누룽지는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씹힌다,씹혀~ 역시 성원이다. 허전하다면서 단팥죽을 하나 더 해치웠다.

    6시경 방에 올라가보니 두 녀석 모두 쿨~쿨,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잘 잔다는 것은 내일 등반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조짐이 아닐까?

    난 자정 무렵에 공격조를 깨우고 밥을 먹게 해야 한다. 잠을 잘 수가 없다.
    식당에서 일본인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눴다. 밤이 찾아오길 기다리면서~
    7시경 산장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8시경 가이드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만났다. 이곳 가이드들은 대단한 멋쟁이들이었다.
    외모와 신체적 조건도 우수하고 수입도 짭짤하다고 했다.
    1인 1가이드가 원칙이고, 고산 경험이 없거나 고소 적응이 안된 사람은 가이드를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가이드 비용은 1인당700 Sfr였다. 40만원이 넘었다. 가이드 없이 등반하는 우리는 돈을 벌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뿌듯~

    10시 전까지는 늦은 식사를 하는 사람, 식사 후 와인 또는 맥주로 폼을 잡는 사람, 대화하는 사람들로 식당이 비교적 시끄럽다.
    10시 정각, 소등이다. 산장의 모든 전원이 아웃되었다.

    난로가 있는 식당은 훈훈하여 졸음을 쫓기 위해 산장 밖으로 나왔다.
    바람과 천둥 그리고 계속되는 왕번개가 나를 반겼다. 모두 잠든 후에~ 혼자 있는 일은 무척 지루했다.
    시간은 왜 이리도 더딘지.

    10시 30분. 작업 개시. 먼저 계란을 삶았다. 다음엔 밥을 했다.
    대추차를 끓여서 보온병에 넣고 12시 15분에 라면을 끓였다. 5분 뒤 공격조를 조용히 깨웠다.

    가이드와 함께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날 예정이기에 이 시간에는 모두 자고 있었다.
    12시 35분경 밥과 라면이 짬뽕된 식사를 했다. 사실 엄청난(?) 정성에도 불구하고 밥이 설었고 라면은 짰다. 흑흑.
    실패작인데도 잘 먹고, 잘 먹었다는 인사까지 건네주는 성원과 대순이 마냥 고맙기만 했다.

    완전 무장을 하고 랜턴 불빛을 밝히면서 두 녀석은 북벽으로 떠났다. 잘 해! 정상에서 보자!

    이 말을 건낸 시간이 1시 30분 경이었다.
    공격조의 랜턴 빛이 멀어질수록 눈꺼풀의 무게는 천근 만근을 넘어섰다. 자자.

    __ 참고 사항 __

    마터호른 지역 비상 주파수(Emergency Frequency, 일명 May Day) : 161.300 MHZ


    8월 22일(금) 맑음

    9시가 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한국을 떠난 후 가장 늦게 일어난 날이었다.

    사실 진공청소기 작동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서 더 이상 잘 수가 없었다. 망원경을 들고 북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찾았다.
    그렇지만 공격조는 보이질 않았다. 아니 산장 근처에서는 북벽 루트를 볼 수가 없었다.

    공격조는 어디쯤 오르고 있을까? 걱정 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호박죽 하나로 아침을 대신했다. 어제 사귀었던 일본인 친구는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자 벌써 정상을 밟고 내려온다.
    아무리 가이드와 함께 등반했다지만 이렇게 빠를 수가? 믿어지지 않았지만 오르는데 3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고 하산에는 3시간 정도 걸렸단다.
    4시 45분 산장을 떠나 정상을 밟고 곧바로 하산 11시 15분 경에 산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정상 150m 전에서 아이젠을 착용했다고 한다.

    형들을 학수고대하다 1시를 넘겼다. 15분이 지나자 멀리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오는 수현형이 보였다. 기쁘다 수현형 오셨네~.
    호연형 배낭은 더 무겁단다. 부리나케 달려가 호연형 배낭을 받아 왔다.

    배낭을 빨리 들고 와야 햄버거를 빨리 먹을 수 있잖아!! 드디어 배낭 개봉! 에게게~ 크지도 않은 햄버거가 배낭 안에서 쪼그라들어 한입 밖에 안되었다.

    호연형, 수현형 그리고 나 이렇게 세명은 3시 30분 경에 솔베이 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얼마 후 성원에게서 교신이 왔다.
    어디쯤 갑니까? 이제 초입이다. 반대로 수현형이 묻는다. 어디냐? 자세하지는 않지만 당초 목표였던 삼각 오버행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고 성원은 답했다.

    북벽이 힘들긴 힘든 가 보다.
    아름다운 봉우리 마터호른! 직접 올라보니 기대와는 다르다.
    멀리서 보면 사각뿔 형태로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마터가 왜 이리 울퉁 불퉁하고 향그럽지 못한 냄새가 진동하는지, 난 너무 실망했다.
    게다가 능선은 왜 이리 많은지. 돌과 바위도 못생겼다. 또 솔베이는 왜 이리 멀어?
    일본인 친구는 정상까지 3시간 30분만에 정상(4474m)에 도착했다는데 3시간이 지나도록 솔베이(4003m)는 멀기만 했다.
    결국 출발 4시간이 더 지나서야 도착할 수가 있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이드가 오르는 루트가 따로 존재했다.)
    물론 우리는 솔베이에서 1박을 계획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올랐고 형들은 B.C에서 산장까지 오른 후 또 다시 무거운 배낭을 들고 나섰기 때문에 산행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었다.

    더 중요한 이유는 3000m 이상의 고산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런지.
    몽블랑 등반으로 어느 정도 고소 적응은 되어서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증 등의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국내 산행처럼 체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바로 이러한 점이 드러나지 않는 고소증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국내에서 설악산 천화대 코스를 여름에 이중화를 신고 만만하지 않은 배낭을 메고서도 무난(?)히 소화해 낸 나였는데 마터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군.
    역시 큰 산은 다른가봐~

    9시경 안타까운 소식이 북벽을 넘어 솔베이로 찾아왔다. 성원이다.
    공격조는 설벽에서 코스를 잘못 선택, 계속 해메이다가 8시경 겨우 꿀르와르 초입을 넘어섰다는 내용이었다.
    비박 결정, 대순이는 벌써 잔다고 했다.

    교신 후 걱정이 우리를 감쌌다. 호연형은 내일 아침 대순과도 상의해서 진퇴를 결정하자고 했다.
    라면 3개와 식은 밥으로 배를 채웠다.

    모두 든든하게 먹었지만 공격조를 걱정하면서 그 누구도 함부로 포만감을 표현하지 않았다.
    내일 일정이 뒤죽박죽으로 엉킬 수밖에 없다.
    원래 10시~11시경 정상에서 공격조와 만나서 기념 촬영을 하고 솔베이에 들러 라면을 먹고 하산, B.C에서 기념 파티를 열 계획이었는데...

    형들은 벽에 매달려 있는 두 녀석들이 걱정되는지 자리에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 대피소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동참하고 싶었지만 난 비흡연가이지 않는가, 고통도 마음으로만 나눌 수 밖에...

    솔베이엔 4명의 외국 등반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침상 비슷하게 생긴 곳 1층에 2명, 2층에 2명이 누워 있었다. (자식들 동작 한번 엄청 빠르네~) 우리팀 3명이 누운 후 다시 2명이 들어왔다.
    그래서 9명이 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었다. 솔베이엔 모포도 어느 정도(15장~20장) 구비되어 있었다. 화장실, 비상 무전 통신기, 방명록도 있었다.
    넓지는 않았지만 새로 보수하여 깨끗했다. 수용 인원은 15명은 거뜬하고 20명까지도 불편하지만 가능할 것 같다.
    대피소 내부이지만 상당히 추웠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아 그리운 고향집이여~


    8월 23일(토) 맑음

    잠을 설쳤다. 새벽에 잠깐 눈을 떠보니 바로 내 옆에서 덩치도 큰 두 녀석이 나를 밀치고 자고 있었다.

    아유 이것들을 그냥, 자식들 그만 밀고 조금만 옆으로 가지, 참고 자야지.
    6시 20분 경 장비를 챙기고 옷을 입는 사람들 때문에 잠에서 깼다. 뭐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약간 늦었군~

    이렇게 소란스러웠던 진짜 이유는 가이드 산행 팀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4시 40분 경에 출발했다니까 정말 2시간이 안되어 솔베이에 도착한 것이었다.

    여기서도 콜라 한 모금 마시고 계속 전진했다.
    독한 녀석들! 가이드들의 체력은 대단했다. 반면 클라이언트들은 거의 땡칠이가 되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땡칠이가 되어도 좋다. 마터의 정상을 밟을 수 있다면!!
    형들은 눈을 뜨자마자 공격조 걱정부터 했다. 간밤에 얼마나 추웠을까?
    아침은 잘 먹었을까? 등등.

    우리는 야채 스프에 식은 밥을 넣어서 끓여 먹었다. 공격조로부터 소식이 왔다.
    대장님은 탈출을 명했다.
    현 위치에서 훼르니 능선으로 트래버스해서 탈출하라고 명했다.
    수현형은 다운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면서 트래버스 탈출도 어렵다고 걱정했다.

    7시 50분경 솔베이를 출발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공격조에게 탈출을 명하고 지원조만 정상을 향하는 심정, 정말 더러웠다.
    솔베이를 넘어서면서 길이 험해졌다.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량이 우수해서 이 코스를 가볍게 등반할 수 있는지 몰라도 산행 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나에게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전진 또 전진!
    10시경 다시 교신, 공격조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 계속 공격하겠다고 했다. 형들은 고민했다.
    탈출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공격조의 의지가 너무 강하다면서 공격을 허락했다.

    아니 다시 공격 명령을 내렸다.
    수현형은 탈출하라면 할 것이지, 이 자식들 등반 끝나고 맞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내 공격조를 걱정하면서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눈치였다.

    11시경 TV와 엽서, 책으로만 접했던 마터 정상의 십자가를 봤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렇다. 정상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공격조 2명이 곁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기념 촬영도 아주 간단히 끝내고 하산을 시작했다.
    최종 지원을 위해 나 혼자 남기로 했다. 공격조가 늦어질수록 나도 걱정되었다.
    식량 특히 물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허나 어쩌랴 누군가는 남아서 지원해야만 했다.
    예정보다 늦어지는 등반으로 공격조의 식량도 걱정되었다. 그들의 비상식량은 1일분이 채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2시경에 솔베이에 도착한 우리는 비상식량을 위해 복숭아 1개씩으로 점심을 때웠다.
    우리의 이런 마음을 공격조가 안다면 꼭 성공해야 할텐데~

    얼랠래~ 누가 천금보다 소중한 우리 물을 마셨다. 1.8L생수병의 약 1/2정도 있어야 할 물이 바닥에서 간들거렸다.
    으~~ 열받네. 이 때 대피소 안에는 5~6놈(이 순간엔 입이 거칠어질 수 밖에 없음!)이 있는데 뭐라고 묻지, 아이 그만두자.
    물이 없으면 내가 남아 있을 필요도 줄어든다.

    현재 남아있는 물은 날진 1L 수통의 1/2. 결국 나는 솔베이에서 직선상으로 동벽 중앙 부근에 흐르는 빙하물을 구하러 갔다.
    낙석 위험이 있었으나 물! 그놈의 물을 구하러 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 낙석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난 물도 구하고 오래된 우드 피켈을 주었다. 얼핏 봐도 상당히 오래된 피켈이었다.
    횡재를 한 것이다. 난 이 피켈을 다오름에 기증했다.(산악문화회관에 기증 전시중)

    3시가 조금 지나서 형들은 나에게 비상금 150Sfr을 주고 떠났다.
    6시 이전에 케이블카 운행이 종료된다니까 형들은 결국 B.C까지 걸어서 가야할 것 같다.
    (아이고~ 아까운 왕복 티켓!) Schwarz see에서 Zermatt까지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형들이 고생이 많겠구먼.

    나도 만만치 않았다. 솔베이에서 2박을 해야 하는 신세였다.

    지겨운 솔베이! 지겨운 마터! 몇 평 되지않는 대피소에서 나 홀로 언제 도착할 지 모르는 공격조를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다.
    형들이 떠난 후 처음으로 공격조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주 밝은 대순이의 목소리다.
    삼각 오버행 근처라면서 내일 오전이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저녁 7시경 다시 교신하기로 했다.
    그럼 그렇지, 희망적인 소식에 무척 기뻤다. 형들도 이 소식을 들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대피소 안에는 프랑스 등반객 6명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다. 나도 짐을 정리하고 잠자리를 마련하니 할 일이 없었다.
    현재 시간 5시 35분. 프랑스 팀들이 저녁 식사를 먹었다. 나도 단팥죽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외국 팀들은 등반식이 우리와 사뭇 달랐다.
    기본적으로 간단했다. 개인 식량은 각자가 준비했다. 과일과 야채도 곧바로 먹거나 조리할 수 있도록 손질을 한 상태였다.
    바게트 빵과 치즈는 기본이고 햄과 비슷하게 생긴 말린 고기도 있었다. 독한 술도 있었다.

    6시 45분부터 무전기를 개방했다. 7시 5분, 소식이 왔다. 삼각 오버행 옆을 오르는데 힘들다.
    8시 30분까지 등반하고 비박지를 마련한 다음 9시경에 다시 연락하겠다. 로 ~ 저

    프랑스 팀은 솔베이에서 1박하는 것을 마치 우리가 21야영장에서 야영하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생각했다.
    시간이 남아서 오늘 일부러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이곳에서 자는 것이라고 했다.

    알프스와 가까운 그들이 약간 부럽기도 했다. 수현형을 야단치던 털보 생각이 났다.
    털보 말하길 솔베이는 대피소이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 처하거나 하산하면서 날이 저물었을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처럼 정상에 가기 위해 솔베이에서 1박을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충고했다.
    아마도 그 털보가 지금 있었으면 프랑스 녀석들도 박살났을 것이다.

    혼자인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그들은 나에게 커피를 한 잔 주었다. 자식들 나에겐 커피 주고 저희들은 술 마시네.
    나의 불만을 느꼈는지 나에게도 술을 권했다. 옴메 좋은거이~
    해바라기로 만든 술이었는데 무척 독했다.
    맛은 별로, 그러나 몇 일만에 맛본 술이라 알딸딸~했다. 기분도 따봉!
    9시가 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아니야, 교신이 어려운 지점에서 비박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러 번 교신을 시도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10시를 넘어서는 하는 수 없이 무전기를 끄고 잠을 청했다.

    8월 24일(일) 맑음, 저녁에 비

    프랑스 친구들(어! 언제 녀석에서 친구로 바뀌었지. 술 한잔에 그냥 표현을 바꾸는 김상우, 술 앞에 평등!)이 신발을 살벌하게 신었다.
    나무 바닥을 꽝 꽝 찼다. 이러니 내가 일어나지 않고 버틸 수가 있어. 기상했다.
    6시 50분이었다.
    오늘은 일요일.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가이드 없이 산행하는 팀이 많아졌다.

    가이드들도 쉬는 날인가 보다. 난 대피소 밖에서 북벽을 향하고 무전기를 켠 후 다오름을 계속 호출했다.
    카피되지 않는가 보다. 응답이 없었다. 7시 15분에 무전기를 껐다.
    밧데리가 넉넉하지 못했다. 매시 45분에서 15분까지 30분 단위로 무전기를 개방하기로 결심했다.
    7시 53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성원이었다.

    2시간 정도 후에 삼각 오버행 위쪽 훼르니 능선에 다다를 것이라고 했다. 9시에 다시 교신하기로 했다.
    8시 20분이 지나자 등반 팀이 거의 없었다.

    이 순간 나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65세 정도의 노부부가 안자일렌을 한 상태로 솔베이를 통과했다.
    물론 한 젊은이가 한 팀으로 선두에 있었지만 실로 대단한 노익장이었다.

    잠시 후 빠르게 정상을 밟은 팀이 벌써 이곳에 도착했다. 기다림. 이것은 희망을 안고 있는 절망의 상태이다.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여주인공이 차츰 죽어가면서 남자 주인공을 애타게 기다린다.
    보는 사람도 그 무서운 기다림에 가슴 아파할 정도였다. 기다림. 기다림. 나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2명을. 이곳에서 무려 2일이나 머물렀다. 하지만 나에겐 무전기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기다림은 지원조로서 나의 중요한 임무였다. 그렇군. 자 힘을 내자! 바로 이때였다.

    우르릉~ 와우! 엄청난 낙석이었다. 아니 낙석 차원을 넘어섰다. 커다란 바위가 부서져 내리는가 보다.
    대피소 밖에 있는 긴 의자에 앉아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동벽에서는 보통 5분 간격으로 낙석이 몇 개씩 떨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백 개의 낙석이 쏟아졌다.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도 들렸다.

    잠시 후 배낭, 헬멧, 오버자켓 등 장비들도 떨어졌다.
    누군가 추락한 것 같았다. 현재 시간 9시 15분. 또 다시 수십 개의 낙석이 떨어졌다.
    솔베이에 도착한 두 명의 등반객이 대피소 안에 있는 비상 무전 통신기로 사고를 신고,구조 요청을 했다.
    (9시20분) 헬리콥터가 나타났다.(9시 32분) 그러나 동벽을 살펴본 후 그냥 돌아갔다.
    9시 45분에 헬리콥터 2대가 왔다. 구조 대원이 내렸다.

    10시경 성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신.

    삼각 오버행 위쪽에서 훼르니 능선으로 접근 중,.
    1시간 후면 도착 예상, 물, 담배 꼭 챙겨서 오버행 위로 오기 바람 로저.
    이 때 갑자기 수현형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부산팀 무전기를 잠시 빌렸다고 했다.

    그런데 성원과는 직접 교신이 안되었고 결국 내가 중계를 했다. 공격조의 상황을 자세히 알렸다.

    형들은 비로서 마음이 놓이나 보다.
    10시 20분경 배낭에 물, 담배, 먹을 것을 챙겨서 부리나케 삼각 오버행 위로 향했다.

    다시 구조 헬기가 등장했다. 1명이 구조됐다.
    내가 오르는 길에도 사고의 흔적이 많았다. 사고 발생 후 아무도 오르지 않았던 길이었다.
    솔베이까지 올랐던 팀들도 사고를 접한 다음 모두 그냥 하산했다.

    난 공격조를 만나야 했기 때문에 끔찍한 현장을 가로 지르면서 쉬지도 않고 40분 정도를 등반했다.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사고는 안자일렌을 하고 하산하던 2사람이 발을 딛었던 바위 전체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 같았다.
    1명 현장 사망, 1명 중상, 헬기로 구조되었다. 안전이 최고!

    11시경 다시 공격조와 교신했다. 그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느꼈다.
    15분 후 북벽과 훼르니 능선이 만나는 설벽에 사람이 붙어있음을 발견했다.

    대순아! 대순아! 크게 불렀다. 맞다. 대순이었다.
    이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 능선까지 안전하게 도착하지 못했기에 기쁨을 뒤로 하고 좀 더 올랐다.
    다시 성원과 교신했다. B.C와도 교신했다. 모두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형들에게 알렸다.
    실로 긴박한 순간이었다.

    11시 20분, 대순과 만났다. 가까운 바위에 있는 고정 볼트에 슬링을 연결, 확보했다.

    휴~ 곧바로 줄을 고정시켰다.
    성원에게 쥬마링을 하라고 연락했다. 10분이 지났을까 성원이 보였다. 녀석! 날 보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들의 고생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B.C와 교신, 공격조 모두 안전하게 능선에 도착했음을 알렸다.

    형들은 서두르지 말고 조심스럽게 하산하고 만약 늦으면 훼르니 산장에서 1박하라고 지시했다.
    로져

    녀석들 담배가 그렇게 고팠을까. 확보하고 배낭을 내리자 마자 담배를 찾았다.

    물, 사과, 말린 과일을 먹고 12시 전에 하산했다.
    2시경 솔베이에 도착, 라면을 끓여 먹고 30분에 하산,. 6시 산장에 도착했다.

    구조 대원 한 명이 북벽에서 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고 방을 잡았다.
    그리고 Zermatt 캠핑장으로 전화를 걸어 형들과 통화, 산장 무사 도착을 보고했다.

    (운이 좋았다. 캠핑장은 일요일엔 오후 6시~7시에만 사무실을 개방한다)

    캔맥주 큰 것으로 6개, 식수 2병, 담배 1갑을 샀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킬 때 부산팀이 도착했다.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정보를 주고 받았다. 7시경 비가 왔다. 부산팀은 기상도 알아보지 않고 올라왔다고 했다.

    하켄도 터무니없이 부족해서 우리가 9개를 빌려 주었다. 너무 재미있는 팀이다. 성공하라는 격려를 해 주었다.

    잠자리에 성원-나-대순 나란히 누웠다. 손에 손을 꼭 잡고 수고했다. 고맙다는 인사말을 나눴다.

    누적된 피로가 우리를 엄습했다.
    팽팽했던 긴장감도 순식간에 풀어졌다. 쿨~

    8월 25일(월) 약간 구름

    4시경에 어김없이 시끄러웠다.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이 기상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그것도 잠깐, 계속 잤다.

    7시 20분에 일어났다. 아침으로 남은 단팥죽을 따듯하게 데워서 먹었다. 굿~ 맛이 아주 좋았다.

    부산팀에게 꼭 성공하라는 격려를 다시 해 주고 헤어졌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북벽에 붙어보지도 못하고 철수했다.
    정찰을 나갔다가 삼손이라는 힘 좋은 대원이 낙석에 손을 다쳤다고 했다.
    부상이 심해서 헬기로 구조됐다고 했다.

    8시 30분경 하산을 시작했다. B.C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5분이었다.
    그토록 지겨웠던 마터의 모습은 또 다시 아름다웠다.
    구름을 한 아름 머금고 있는 자태는 정말이지 멋있었다.

    저 아름다운 산에 내가 무려 5일간이나 머물렀다니, 약 100시간을 마터의 품에 있었던 것이다.

    4박 5일간이나 산에 머물면서 지루함과 지겨움으로 불평했는데 이런 나에게 마터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



     7 . 부서별 보고

    행정 : 서성원   장비 : 장대순   회계 : 안수현   식량 의료 : 김상우


    1. 개인장비




















































































































































































































































































































    품 목
    규 격
    수 량
    구입처
    가 격
    제작처
    비 고
    어택배낭
    80L-100L
    1 EA
    소형배낭
    40L-50L
    1 EA
    이중화
    1 EA
    코플라치
    아이젠
    1 EA
    헬 멧
    1 EA
    페츨,캠프
    안전벨트
    하단
    1 EA
    헤드랜턴
    줌(리튬가능)
    1 EA
    PETZL
    하강기
    8자
    1 EA
    등강기
    1조
    PETZL
    알파인 스톡
    1조
    Leki
    아이스 바일
    1조
    워킹용 피켈
    1EA
    침낭 커버
    Gore-Tex
    1 EA
    비박쎅
    메트리스
    빨래판
    1 EA
    Wind Jacket
    Gore-Tex
    1벌
    Over-Jacket
    Polar Jacket
    POLAR
    1EA
    폴라하의
    POLAR
    1EA
    고소내의
    上.下
    1벌
    스팻츠
    Gore-Tex
    1조
    오버미튼
    Gore-Tex
    1조
    고 글
    1-2EA
    양 말
    2-3EA
    모양말 등등
    장 갑
    2-3EA
    모장갑 등등
    면장갑
    3EA
    우모복
    上, DOWN
    1EA
    고소모
    1EA
    암벽화
    1조
    size 큰것
    침 낭
    DOWN
    1EA
    수 통
    1 L
    1EA
    날진
    식 기
    소형
    1EA
    수 저
    1set
    샌 달
    1EA
    릿지화
    1EA



    2. 공동등반구

































































































































    품 목 규 격 수 량 구입처 가 격 제작처
    비 고
    10.5mm*60m 2동 맘모스
    테이프슬링 30m 1EA 맘모스
    카라비너 20 EA 캠프,페츨
    스크류 10cm 4EA 스마일리
    앵글하켄 5EA
    나이프하켄 각 Size별 15EA 일부현지구입
    후랜드 1,2,3호 각3개 블랙다이아몬드
    후랜드 1set 블랙다이아몬드
    마이크로너트 1set
    너 트 1 Set 블랙다이아몬드
    쵸크백 2EA 블랙다이아몬드
    잠금카라비너 4EA 페츨
    스나그 15cm 2EA 캠프



    3. 취사구




























































































    품 목
    규 격
    수 량
    구입처
    가 격
    제작처
    비 고
    버 너
    가스(EPI)
    2EA
    버 너
    휘발유(무연)
    2EA
    L/S
    수 낭
    1EA
    코헤르
    3-4인용
    2set
    코팅제품
    수세미
    3M
    2EA
    도 마
    1EA
    칼.가위
    각1EA
    후라이팬
    1EA
    세 제
    가루,액체
    각1봉



    4. 연 료
































































    구입처
    연료명
    수 량
    가 격
    구입처
    연료명
    수 량
    가 격
    가스(EPI)
    가스(EPI)
    GAZ
    GAZ
    휘발유
    휘발유
    가스(EPI)
    가스(EPI)
    GAZ
    GAZ
    휘발유
    휘발유




    5. 막영구























































    품 목
    규 격
    수 량
    구입처
    가 격
    제작처
    비 고
    텐 트
    2-3인용
    1동
    코오롱
    코오롱
    4-5인용
    1동
    동진레져
    동진레져
    텐트비닐
    大 2장
    가스등
    2EA
    코베아
    가스등 심지
    10EA



    6. 식량

    산악회에서 가장 대식가인 성원과 내가 포함된 원정대는 출발하기 전부터 먹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상황에 걸맞게 먹자면서 가급적 국내에서 준비한 식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과 현지에서 구입하기 힘들고 설령 쉽다 하더라도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아서 체력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이 서로 부딪치기도 했다.
    식성이 까다로운 대원이 없었다는 사실은 엄청나게 다행이었다.

    ①. 담당자의 선정

    갑작스럽게 원정대에 결합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들은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식량 담당자는 원정 대장이었다. 내가 식량을 담당하게 된 것은 Chamonix에 B.C를 설치한 후이다.
    물론 출발할 때까지 준비는 원래 담당자가 했다.
    담당자를 갑작스럽게 바꿈으로써 식량 부분의 계획에서 집행까지를 일관되게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②. 식량 계획과 준비 및 포장

    첫 원정이었기 때문에 식량 계획을 잡는데 다른 원정대의 보고 자료를 참조하였다.

    B.C식과 등반식으로 크게 구별했다. 원정 기간 각 날짜별 구체적인 식단을 마련하지 않았다.

    18일 동안 매 끼니 계획을 세부적으로 마련하더라도 그것을 현실적으로 지키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부 식단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계획이 부실했음을 반영한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식단을 작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고민하였고, 얼마나 대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맛있는 식사가 즐거움을 선사하고 이것이 좋은 등반과 연결된다고 생각했기에 장(고추장, 된장)과 밑반찬들은 직접 장만하였다.
    일회용 국거리(우거지,육계장,북어국,미역국,곰탕)와 주된 등반식인 단팥죽과 호박죽 등은 모두 구입하였다.

    국내에서 미리 만들거나 구입하여 마련한 품목은 다음과 같다.

    <국내 품목>

    현 황

    포장 문제도 중요했다. 장거리 운송, 상당 기간의 체류, 특히 항공 운송을 해야 하기에 가볍고 견고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은 약병이었다. 물론 사람이 먹어도 지장이 없는 약을 담았던 병이 그 대상이었다.

    약사인 동생의 도움으로 약병을 다량으로 쉽게 장만했다.
    장거리 항공 운송을 감안하여 대부분의 내용물은 용기의 70~80%만 채웠다.

    ③. B.C에서의 식생활

    아주 잘 먹었다.  어떤 대원은 집에 있을 때보다 잘 먹었다고 했다.

    배추된장국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과 현지 배추,감자,버섯 등으로 대장님이 만든 특별 메뉴), 카레, 백숙은 원정 기간에서 가장 훌륭했던 음식이었고 아직도 그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 쌀 :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한다. 쌀이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이다.

    현지에도 쌀은 많았지만 대부분 우리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포장지에 그려진 쌀을 보고 구입했다가 실패한 경우가 있었다.
    쌀을 구입할 때 반드시 쌀을 직접 보고 비교한 다음 길쭉한 쌀은 절대 구입해서는 안된다.

    (가격이제일싼걸로 구입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음)

    Chamonix 대형 슈퍼에서 판매하는 비닐 포장의 쌀이 가장 입맛에 좋았고 가격도 저렴했다.

    모두 현지에서 구입했다.

    # 국 : 밥과 국의 관계는 바늘과 실의 그것이다.
    일회용 국거리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이용한 국을 직접 만들려고 노력했다.

    현지, 특히 Chamonix 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아주저렴하기에 국 맛을 낼 수 있는 기본 재료들만 국내에서 준비하면 될 것이다.(국내보다 더 저렴한 것같음)

    배추된장국과 꽁치김치찌게는 아주 훌륭했다. 그리고 국에 표고 버섯을 넣어 먹었더니 맛이 훨씬 좋았다.
    집에서 담근 된장 맛이 좋았다.

    # 김치 : 한국인은 이것이 항상 문제이다. 먹고 싶은 만큼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또 여름철 원정의 경우 김치가 쉽게 쉬어 버린다.
    경험으로 비추어 몇일(일주일~10일) 간의 김치는 국내에서 준비하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겉저리와 같은 간단한 형태로 직접 담그면 좋을 것이다.
    기본 양념류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 라면 : 간식 겸 주식의 일부인 라면, 간단하면서도 모든 대원들이 즐겨 먹었다.
    가끔 짜파게티가 먹고 싶었다. 짜파게티와 같은 면 종류도 준비하면 별미일 것이다.
    원광대 팀은 국산 국수를 준비해서 끓여 먹었더니 그 맛이 대단했다고 한다.(비빔국수를 얻어먹었는데 그맛이 일품이었음)

    # 고기 : 체력 증진과 술 안주로 고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현지에서 고기 구입은 대부분 실패했다.

    우리가 즐겨 먹는 삼겹살과 갈비 등을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다른 부위는 말할 것도 없다.
    현지인들은 고기 먹는 습성이 우리와 사뭇 다른가 보다.
    고기의 각 부위에 대한 현지 언어를 알고 있다면 해당 부위를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닭고기는 권하고 싶다. 대부분 손질된 포장육으로 가격도 싼 편이고 맛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밑반찬 : 맛과 보관이 우수한 것들로 준비했다.

    밑반찬 A = 김치,장조림,마늘짱아찌(이하 마늘짱),마늘쫑,멸치볶음

    밑반찬 B= 김치,더덕무침,고추절임,깻잎,마늘쫑

    이외에 어리굴 젓도 있었다. 메추리 알이 포함된 장조림은 일주일 만에 쉬어버렸다.
    한 통은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아이고! 아까워라~) 장조림에 달걀 또는 메추리 알 등을 첨가하면 빨리 쉰다는 사실!

    # 떡 : 라면 등에 넣어 먹으면 좋다. 그러나 6일만에 쉬었고 곰팡이가 생겼다.
    여름철엔 빨리 쉰다는 사실! 습한 상태로 보관하면 안된다는 사실!

    # 연료 : 휘발유 버너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휘발유버너는 동계등반이라도 필요가 없을걸로봄. EPI가스가 영하10도정도에서도 화력이 너무좋고, 20정도에서도 무난하다고함.)
    주로 가스 버너를 사용했고 EPI가스는 Chamonix와 Zermatt의 장비점에서 구입하였다.

    ④. 등반식

    등반식은 B.C식에 비해 부실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B.C에서 최대한 잘 먹는 것이 사실상 최고의 등반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준비가 부족했었는지 몰라도 등반식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여기서 등반식은 마터호른 북벽 공격조(2인)가 등반할 때 먹었던 식량이 중심이다.
    과일, 단팥죽, 호박죽, 영양갱, 스니커즈, 빵, 음료수 등이 등반식이었다.
    1박2일로 계획했던 북벽 등반을 하루 연장했음에도 공격조는 단팥죽, 호박죽, 스니커즈 등을 남겼다.



  • 마터호른 북벽 공격조 2인 등반 식량















































  • 항 목
    사과
    복숭아
    단팥죽
    혼박죽
    삶은계란
    빵(大)
    빵(小)
    연양갱
    스니커즈
    대추차
    준비량
    6
    6
    6
    6
    6
    2
    4
    4
    14
    1L
    500ml
    소비량
    6
    6
    4
    4
    6
    2
    4
    3
    9
    1L
    500ml



    # 햄 : 북벽 공격조인 장 대순 대원이 가장 선호하는 등반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북벽 공격조의 등반식엔 햄이 없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국내에서 준비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현지에서 국내와 같은 햄을 찾지 못했다.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맛이 달랐다.
    가장 비슷한 형태의 햄도 굽거나 추가로 요리하지 않고서는 먹기가 어려웠다.

    # 과일 : 사과와 복숭아를 준비했다. 등반식으로써 과일은 맛과 영양의 측면에서 가장 우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반할 때 가장 큰 적인 무게를 가중시킨다는 단점이 있었다.

    # 단팥죽과 호박죽 :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선호하는 등반식이지만 너무 차가워서 먹기에 힘들었다고 한다.
    지칠수록 입맛이 사라져서 찬 상태로 먹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따듯하게 먹으면 아주 좋다.

    # 영양갱과 스니커스 : 시간이 날 때마다 쉽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으나 물을 많이 마시게 만들었다고 한다.

    # 빵 : Zermatt에서 큰 것과 작은 것으로 각각 2개씩 구입했다.
    장대순 대원은 이번 등반에서 빵을 무게, 맛, 포만감 등 여러 면에서 가장 우수한 등반식으로 평가했다.

    # 음료수 : 물과 대추차였다. 계획보다 북벽에서 하루를 더 머물렀기 때문에 물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한다.
    꿀차와 같이 맛과 영양도 우수하고 입맛을 살릴 수 있는 음료수를 준비했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지원조가 마터호른을 normal route로 오를 때 먹었던 식량과 모든 대원이 몽블랑을 등반할 때 먹었던 식량도 공격조가 먹었던 식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취사 도구(버너, 코펠, 연료)를 휴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라면과 스프를 끓여 먹을 수 있었다.
    때문에 물을 많이 소비했었다.
    몽블랑 등반에서는 구테 산장에서 1박을 하면서 취사 도구를 2회 사용했다.
    도착한 날 저녁 식사로 누룽지를 끓였고 다음날 새벽 라면을 끓였다.
    마터호른 등반에서는 훼르니 산장과 솔베이 대피소에서 여러 번 사용했다.



    식단표









































































































































    일 수
    날 자
    조 식
    중 식
    석 식
    운행상황
    1
    8월12(화)
    +
    매 식
    기내식
    출 국
    2
    8월13(수)
    기내식
    햄버거
    라면,밥
    Chamonix에 B.C설치
    3
    8월14(목)
    북어국
    매 식
    된장국
    등반준비 및 장비구입
    4
    8월15(금)
    누룽지
    행동식
    매식,누룽지
    몽블랑등반,구테산장도착
    5
    8월16(토)
    라 면
    행동식
    매 식
    몽블랑등정,코스믹산장도착
    6
    8월17(일)
    매 식
    백 숙
    닭 죽
    하산,Chamonix B.C에 도착
    7
    8월18(월)
    우거지국
    행동식
    라면,밥
    이동,Zermatt에B.C설치
    8
    8월19(화)
    미역국
    햄버거
    카레라이스
    시내구경
    9
    8월20(수)
    육계장
    라 면
    백 숙
    등반준비
    10
    8월21(목)
    곰 탕
    행동식
    수프,누룽지
    Matterhorn등반,훼른리도착
    11
    8월22(금)
    등반식
    등반식
    등반식
    공격조,지원조 등반
    12
    8월23(토)
    등반식
    등반식
    등반식
    등반,지원조등정후2인하산
    13
    8월24(일)
    등반식
    라 면
    행동식
    공격조+1인훼른리산장도착
    14
    8월25(월)
    행동식
    배추된장국
    꽁치김치찌게
    하산,Zermatt B.C에 도착
    15
    8월26(화)
    육계장
    매 식
    매 식
    이동,Zurich에 도착
    16
    8월27(수)
    매 식
    기내식
    기내식
    귀국




  • --- 식량이의 알프스 일기 ---



  • # 8월 12일(화)


    출국이다. 오후 홍콩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첫 해외 나들이다. 물론 기내식도 처음. 먹을 만 했다. 다만 문제라면 양이 좀~

    # 8월 13일(수)

    가자! 어둠을 따라 서쪽으로! 시차를 거스르며 취리히로 향했기 때문에 계속 암흑속을 비행했고 이날 아침 도착해서야 비로소 태양을 볼 수 있었다.
    홍콩을 떠난 후 기내식은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생선 요리 보다는 육류가 훨씬 안전하다.
    대원들 모두 각자의 취향에 맞게 주문(보통 두 가지 종류에서 하나를 선택한다.)했지만 생선 요리를 선택한 사람은 대부분 실패했다.
    각종 음료와 가벼운 알콜은 무료로 제공됐다. 공짜이니까 원하는 사람들은 계속 마실 수 있었다.
    성원이는 캔맥주를 무려~

    Chamonix로 가는 도중 Lausanne역에서 성원,대순,나는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
    Chamonix에 B.C를 설치한 후 밥을 지어 저녁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밥이 되는 동안 라면을 세 개 해치웠다.
    밑반찬으로 장조림, 마늘짱, 마늘쫑을 올려놓고 김치,고추,고추장과 함께 밥다운 밥을 이국 땅에서 처음으로 먹었다.
    그리고 도착을 기념하기 위해서 고기를 굽고 우리의 정다운 벗 진로를 들이켰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8월 14일(목)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잠꾸러기!

    아침 메뉴는 밥과 북어국. 2인용 국거리 2개에 약간 물을 더 넣어서(국거리 스프가 약간 짜거든요) 다섯 명이 충분히 먹었다.
    김치,장조림,마늘쫑,마늘짱도 함께.
    점심은 Chamonix 시내에서 사먹었다.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요지는 "매식은 낭비다, 아니다"였다.
    프랑스 요리를 비싼 돈을 내고 사먹을 바엔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사먹겠다는 목소리(한편에서 들려오는 문제 제기: 이곳 중국 음식점에서도 짜장면 파나? - 확인해보지 못했음)와 현지의 전통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는 목소리가 맞섰다.

    후자 목소리의 주인이 원정 대장님이 아닌가? 제법 그럴듯한 음식을 나름대로 시켰다고 생각했으나 이게 웬일인가.
    주변에서 식사하던 손님들과 음식을 가지고 온 종업원도 모두 웃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주문했던 음식이 대부분 점심에는 어울리지 않았나 보다.

    오 마이 갓!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8월 점심에 웬 불 판! 굉장히 쑥스러웠다.
    "알게 뭐야, 우리만 맛있게 잘 먹으면 그만이지"하면서 쑥스러운 감정을 무시하려 했지만 음식 맛을 본 순간 우리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삼겹살과 갈비 체질인 우리들은 고(?)상한 프랑스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비싼 값을 치른 후에 알았다.
    점심 실패를 복구라도 하듯이 우리는 저녁 식사를 정성스레 준비해서 많이 먹었다.
    된장국(호박 1개,감자 4개,고추, 일회용 우거지 1개를 넣어서 만들었음)과 밑반찬 A와 함께

    # 8월 15일(금)

    오늘은 몽블랑 등반 첫째 날이군.

    아침은 전날 남은 밥과 누룽지 그리고 밑반찬 A. 간단~.

    점심은 행동식이었다. 몽블랑을 향해 출발, 리프트와 산악철도를 이용 종착역에 하차하여 각자 단팥죽, 사과, 복숭아를 먹었다.
    과일 맛은 양호했다. 구테 산장에서 저녁을 먹었다. 누룽지와 산장에서 파는 식사 2인분을 주문, 해결했다.
    메뉴 판을 봐도 음식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고 가장 먹음직한 것을 엄선한 후 "저걸로 주세요"(이 말은 영어로 했음)라고 주문, 매식의 위험을 줄였다.
    물은 없었고 에비양 생수를 구입해야만 했다.

    뜨거운 물을 주는 곳이 있어 잽싸게 줄을 서서 받았다.
    그러나 세상 공짜가 어디있노, 그것도 3900여m 고도에서.
    무료 서비스를 기대하고 번개같이 달려갔던 수현형이 했던 말 : 에구 돈을 받네~

    # 8월 16일(토)

    이날은 새벽1시에 일어났다. 몽블랑을 가려면 이 시간에 일어나야만 한다. 라면 4개로 요기했다.

    고소 증세로 잘 먹지 못한 대순이가 걱정됐다.
    아침,점심 모두 행동식이었다.

    몽블랑 등반을 위해 준비했던 행동식은 이렇다 : 방울 토마토 2통, 사과 15개, 복숭아 10개, 초콜렛 1봉, 사탕 1봉, 단팥죽 5개, 호박죽 5개, 영양갱 10개, 자유시간 5개, 육포 2개,
    저녁은 코스비 산장에서 사먹었다. 볶음밥과 쏘스가 곁들인 식사였는데 맛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성원과 내가 사비로 몽블랑 등정 기념으로 맥주 5잔을 샀다.

    # 8월 17일(일)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아침을 먹었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빵과 커피 그리고 주스(셀프 서비스인 음료도 있다.
    항상 무료인지 아닌지를 직접 문의한 다음 무료인 경우 왕창 마셔도 된다).

    참고로 이곳 산장은 보통 식사를 포함해서 방(잠잘 곳)을 제공한다.
    특히 다음날 행선지에 맞게 손님들의 잠자리를 배치하고 식사도 제 시간에 제공한다. 물론 잠만 잘 수도 있다.

    점심엔 B.C에 도착, 몽블랑 등정을 기념하면서 닭 2마리에 마늘과 쌀을 넣고 백숙을 했다.
    성원과 대순이가 실력을 발휘했다. 기쁜 날, 기쁜 곳에 어찌 술이 빠지리오. 아껴둔 진로를 마음껏 들이켰다.
    저녁엔 닭죽을 먹었다. 그 전에 라면을 2개 먹었더군요. 술도 섭섭해서 싸구려 위스키 1병과 프랑스에서 너무도 흔한 포도주를 1병 더 마셨다.
       참고로 이날까지 소비한 반찬을 정리한다.

    김치 2통, 장조림 1통, 마늘쫑 1/3통, 마늘짱 3/4통, 멸치볶음1/2통, 고추장 4큰 술, 된장 4큰 술, 라면 9개, 우거지 국 1개, 북어 국 2개

    # 8월 18일(월)

    오늘은 Zermatt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어제 남았던 닭죽을 해치웠다. 우거지 국거리에 버섯을 넣었더니 맛이 훨씬 좋았다.
    김치를 아끼고 어리굴 젓을 먹었다. 마늘짱과 멸치볶음도 함께. 참 달걀 8개를 삶아 먹었군.
    점심은 행동식이었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역에서 구입 장비에 대한 세관 신고를 했다.

    역에서 호박죽을 하나씩 먹었으나 부족해서 과자(샌드 종류)와 콜라(2L)를 사먹었다.
    Zwrmatt에B.C를 설치하고 간식으로 라면을 무려 6개나 먹었다. 마늘쫑과 고추장을 곁들여 먹었군요.
    저녁에 고추장, 깻잎, 창란젓, 장조림을 찬으로 먹었다.
    메추리 알을 넣어 만든 장조림은 맛이 변해갔기 때문에 이날 반 통을 먹고 나머지는 버렸다.

    # 8월 19일(화)

    아침밥은 버섯 4개를 숭숭 썰어넣은 시원한 미역국에 먹었다.
    깻잎, 멸치볶음을 약간, 그러나 김치를 무려 반 통이나 먹었다. 한 움큼 구름을 붙잡고 당당하게 서있는 마터호른을 바라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정찰조(성원,대순)는 단팥죽과 호박죽을 각각 하나씩 먹었다. 그리고 선식을 물에 타서 먹었다. 나머지 인원은 Zermatt 시내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저녁은 밥에 대장님이 직접 만든 카레를 곁들여 먹었다. 국 대신 라면 2개를 끓였다.성원이가 준비한 오이 깍두기와 냉국도 별미였다. 깻잎,양파,당근,고추장,마늘짱은 밑반찬. 식사 후 술 한잔 안할 수는 없었다. 갈비 비슷한 고기 600g에 버섯을 구우면서 와인 1병, 맥주 5병을 마셨다. 술 없이 고기만은 먹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고기 맛은 별로 신통치 않아~

    # 8월 20일(수)

    아침에 육계장에 버섯을 7개 넣었다. 밑반찬 B. 옥수수 차가 아주 시원했다.

    점심엔 라면이 먹고 싶었다. 버섯 5개를 넣어 라면4개를 먹었다. 아침에 남은 밥도 정리했다. 밑반찬 B
    저녁엔 백숙. 가장 안전한 닭고기가 최고여~. 2마리가 5인에 적당했다. 밑반찬 B. 와인과 위스키 각각 1병씩 마셨다.
    너무 술을 자주 마시나~

    # 8월 21일(목)

    공격조와 내가 마터호른 산장으로 출발한 날이다.
    나 지원조.아침을 서둘렀다. 다음날 새벽 1시경 북벽으로 출발하는 공격조의 신체 리듬을 고려해야 했다. 밥을 버섯 7개를 넣은 곰탕과 밑반찬 B에 먹었다.
    공격조와 나는 산장으로 가는 길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우유 1L, 아침에 삶은 달걀 4개, 사과 3개. 이때가 오전 11시경이다.
    오후 4시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산장이다. 내일 새벽 1시경 북벽으로 출발하는 공격조가 충분히 자야 하기 때문이었다. 야채 스프에 누룽지를 넣어 끓였다. 약간 부족해서 단팥죽 1개와 영양갱 1개를 나눠 먹었다. 후식은 맛있는 방울 토마토. 스프는 Zermatt 시내 슈퍼에서 샀는데 양(3인)이 적당했고 맛도 양호했다.
    공격조가 자는 동안 난 미국에서 사는 일본인 클라이머와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길 나눴다. (원정을 마친 지금에도 일본인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일본인과도 헤어진 후 나 홀로 공격조를 위한 만찬(?)을 준비했다. 모두 잠든 후에~

    # 8월 22일(금)

    자정이 다가올수록 천둥과 번개가 기승을 부렸다.
    무섭기도 했지만 잠시 후면 공격조가 일어나 북벽에 붙어야 하는데 변덕스런 날씨가 걱정스러웠다. 천둥과 번개를 벗삼아 밥을 짓고 공격조의 등반식을 정리했다. 공격조 등반식: 사과 6개, 복숭아 6개, 단팥죽 6개, 호박죽 6개, 삶은 계란 4개, 빵(대) 2개, 빵(소) 4개, 영양갱 4개, 스니커즈(소) 14개, 식수와 대추차
    오 마이 갓! 밥이 설었네. 궁리 끝에 라면을 끓일 때 함께 넣기로 했다. 라면 4개를 끓였다. 좀 짰다. 밥을 감안해서 스프를 4개 모두 넣었던 것이 실수였다. 게다가 생수가 좀 비싸! 물도 약간 부족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두 녀석 모두 잘 먹어서 다행이었다. 새벽 1시경에 공격조는 떠났다. 아무도 없는 북벽으로. 원정을 마친 후에 성원과 대순이 입을 모아 나에게 한 말: 그 때 라면 너무 짰어! 벽에 붙어서 물부터 마셨다니까~
    아침밥을 잠과 바꾸고 점심에 형들이 가지고 온 햄버거, 사과, 주스를 먹었다.
    저녁은 솔베이 대피소(4003m)에서 먹었다. 호연형, 수현형 그리고 내가 라면 3개와 식은 밥(형들이 라면과 함께 먹으려고 B.C에서 준비해왔음)을 먹고 복숭아를 각각 1개씩 해치웠다.

    # 8월 23일(토)

    마터호른 정상에 선 날이다.

    아침에 스프,누룽지를 먹었다. 정상을 밟은 후 공격조의 일정에 차질이 있음을 확인했다.
    점심으로 복숭아를 각각 1개씩 먹었다. 형들은 공격조를 위해 자신들의 식량을 남기고 하산했다. 나만 솔베이에 남았다.
    저녁에 난 단팥죽과 호박죽을 먹었다. 프랑스 산악인들(4명)과 함께 솔베이에 묶었다. 그들은 스프만 함께 끓였고 나머지 식량은 각자 개인적으로 준비했다. 바게트 빵, 치즈, 쨈, 말린 고기, 과일 등의 식량을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 왔다. 아주 간단한 식량이었다.
    형들은 B.C까지 걸어간 후 자정께 라면을 4개나 먹었다고 한다.

    # 8월 24일(일)

    공격조와 만난 날이다.

    아침에 난 단팥죽, 호박죽, 스니커즈를 1개씩 먹었다. 한편 형들은 밥, 밑반찬 B, 계란 후라이로 늦은 아침(점심을 건너 뜀)을 먹었다고 한다.
    삼각 오버행 위에서 탈출한 공격조를 만난 후 솔베이 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라면 3개를 끓여 먹었다. 후식으로 사과 3개.
    저녁 무렵 훼르니 산장에 도착한 공격조와 나는 캔맥주 6개를 사 마셨다. 저녁은 남은 행동식을 안주 삼아 먹었다. 이때 공격조가 가장 먹고 싶은 것은 시원한 맥주였다. 산장에서 부산팀(3인)을 만나 그들과 맥주 몇 개를 더 마신 후 잤다.
    한편 형들은 B.C에서 된장국과 고기에 저녁밥을 먹었다고 한다.

    # 8월 25일(월)

    아침에 공격조와 난 스프에 단팥죽을 1개씩 먹었다. 후식은 커피.
    한편 형들은 북어국과 밑반찬에 아침밥을 먹었다고 한다.
    점심에 모처럼 모든 대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장님이 만든 특별 메뉴 배추 된장국에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배추도 된장에 찍어 먹고 양파,마늘도 함께 먹었다. 멸치볶음, 깻잎, 마늘짱, 김치가 밑반찬
    Zermatt에서 마지막 밤이었다. 먹을 거리를 대부분 정리했다. 남은 배추 된장국, 새로운 꽁치 김치찌게, 김치, 깻잎, 멸치볶음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마터호른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면서 우리는 술자리를 마련했다. 마시기 시작하면 술은 부족한 법, 나와 성원이는 술을 구하러 시내를 헤매었다.

    # 8월 26일(화)

    Zermatt를 떠나 Zurich에 도착한 날!

    떠날 채비로 바쁜 아침, 간단한 육계장으로 해결한다. 반찬도 정리의 대상이었다. 밑반찬을 정리하여 먹었다. 남은 달걀은 성원이가 후라이를 만들었고 버섯은 내가 구웠다. 출발! 잘 있거라 Zermatt여~
    점심은 건넜다. 갈아타는 역에서 먹으려 했으나 시간이 촉박하여 생략했다.
    Zurich에 도착, 숙소를 정하고 우리는 한국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먹지 못한 점심도 보상할 겸 저녁밥을 빵빵하게 먹기로 했다. 그러나 음식값이 만만하지 않다. 육계장, 갈비탕 등이 30~35 Sfr이었다. 공짜인 반찬만 3번씩이나 갈아치우면서 공기밥 6개를 추가로 먹었다. 이 광경을 본 아르바이트 유학생(여)이 지금까지 일하면서 우리처럼 많이 먹는 사람은 처음이란다. 알고 보니 그 여학생은 일한지 무려(?) 3일째였다.

    # 8월 27일(수)

    성원과 형들이 스위스를 떠나 귀국하는 날이다.
    실질적으로 원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대순과 나는 유럽에 남아 여행을 할 계획이다.
    Zurich 공항에서 빵과 음료로 아침을 대신한다. 이를 마지막으로 식량이의 임무를 마친다. 아~듀!




    7. 의료보고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의료 부분은 전문적인 분야이다.

    기본적인 의료 상식도 부족한 내가 중요한 이 분야를 담당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동생이 약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동생의 도움으로 의약품을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 의약품의 특성과 사용 방법 등 의학적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타 원정대의 보고를 최대한 참조하였다.

    '체력은 국력' '건강한 육체 건전한 정신' 등 건강을 강조하는 표현은 무수하게 존재한다.
    그만큼 개인 또는 집단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이 건강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반, 특히 원정의 경우에는 대원들의 건강 상태가 그 등반/원정의 성패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오름 원정 대원들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두들 건강과 안전에 유의하였다.
    모든 대원이 건강하게 원정을 마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정 기간에 발생한 의료 문제를 살펴보면서 교훈을 얻고자 한다.

    ①. 원정 기간 대원들이 겪은 증상

    ▨고소증

    이호연, 김상우 대원의 아주 경미한 증상 (약간 어지러움)에서

    안수현, 서성원 대원의 가벼운 증상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증 등)

    더 나아가 장대순 대원의 심화된 증상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났다.

    몽블랑 등반 시 3000m 너덜지대를 넘어서면서 이러한 증상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발생 시기와 증상이 고도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아주 경미한 증상을 겪은 이호연, 김상우 대원은 3000m를 전후로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이 때문에 등반 속도를 줄였고 오히려 고도에 신체가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낮은 곳에서 고소 증상을 빨리 겪은 사람이 고도에 적응력이 높아진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한편 장대순 대원은 상당한 속도로 등반을 했었고 약 1000m의 고도를 거침없이 등반했었다.
    그러나 3500m를 넘어서면서 급격히 등반 속도가 떨어지고 두통이 발생하는 등 체력이 약화되었다.

    구테 산장에서 1박을 하였지만 장 대원의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심화되었다.
    발전된 증상은 식욕 부진과 메스꺼움 그리고 구토였다.
    결국 장 대원은 구테 산장에서 몽블랑 정상까지 과일을 약간 먹었을 뿐이다.

    정상을 오른 다음 하산, 고도를 낮추면 당연히 고소 증상은 완화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았다.
    500여m를 내려선 4200여m에서 오히려 그 증상이 더 심각했다.
    장 대원은 구토를 했고 조금씩 고소를 느끼던 안수현, 서성원 대원들도 어지러움, 무기력증, 졸음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
    두 대원은 하산 과정에서 오히려 고소 증세가 심해졌던 것 같다.
    그럼에도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소 증세를 이겨내고 반드시 등정하겠다는 대원들의 정신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신성부종과 같은 아주 심각한 고소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특히, 다오름 첫 해외 원정의 첫 등반지인 몽블랑을 모두다 오르기 위해 심한 고소 증상에도 불구하고 등정을 성공한 모든 대원들, 특히 장대순 대원의 건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고소증은 대부분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두통약을 복용했다.
    고소에서 두통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고도가 높을수록 희박한 산소로 인해 뇌에 산소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동생이 고소증에 대처하기 위해 조제한 약을 장 대원에게 복용하도록 했다. 복용 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었으나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다른 대원들은 약물을 복용하지는 않았다.
    몽블랑 등반으로 고소 적응력이 강해져서 마터호른을 등반할 때에는 고소 증세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이번 원정의 경험으로 부족하지만 고소증에 대처하기 위한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 우선 고소증을 폭 넓게 생각해야 한다. 고소증을 통증을 동반하는 증세로 국한해서는 안된다.
    즉, 두통뿐만 아니라 피곤하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현상 등도 가볍지만 고소 증세로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전신성부종과 고소폐수종 등 생명에 지장을 주는 무서운 고산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러한 현상들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고소 증세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가 않다.
    고산증은 고도로 인해 발생하는 일련의 비정상적인 신체적인 현상을 총칭할 수 있다.
    고산에서의 식욕 감퇴 현상 그리고 평소와 비슷하게 체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이 또한 고소증의 넓은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결국 고산족과 같이 고산에서도 평지와 마찬가지로 생활할 수 있지 않는 한 우리는 고소증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체계적인 훈련과 다양한 경험으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 초기 증상 즉,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이 발생하면 고소증이 발생하였음을 인식하고 등반 속도를 조절하면서 고도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한다.
    고산 등반 시 과속은 위험!

    * 고산에서 고소증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고소증이 발생한 즉시 다른 대원들에게 알리고 자신의 고소 적응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숨기고 등반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더 큰 증상으로 발전하여 오히려 전체 등반에 차질을 주게 된다.
    고도가 낮은 곳에서 고소 증세가 빨리 나타났다면 그 만큼 고소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다는 사실!

    * 고소에 대비한 먹거리를 준비하자. 고소증이 발생하면 식욕이 떨어져서 먹는 것이 부실해진다.
    이때 보통 수분을 많이 섭취하라고 전문가들이 권하지만 물배만 채울 수는 없다.
    꿀과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입맛을 살리는 자신만의 특식(곶감, 건포도, 마른 과일, 치즈, 육포 등)을 준비하자.
    이러한 음식은 다른 사람이 알 수도 없고 챙겨줄 수도 없다는 사실!

    ▦ 화 상

    8월의 알프스는 무척 맑았고 태양열은 강한 편이었지만 따듯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늘에 있을 때에는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 기후의 특징이었다.
    대원들은 몽블랑 등반에서 화상을 걱정하지는 않았었다. 나름대로 대비를 했기 때문이다.

    지겨운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대원들은 모두 심한 더위를 느꼈다.
    그럼에도 자외선에 피부를 직접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자외선 차단 크림을 발랐고 챙 넓은 모자와 고글을 착용했다.
    하지만 솟아나는 땀을 무슨 방법으로 막는단 말인가? 땀을 닦은 부위,주로 얼굴 부위는 보호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설원으로 접어든 다음, 설원(눈)에 난반사되는 햇빛을 모자와 고글로 모두 차단할 수는 없었다.
    특히, 모든 대원들이 심하게 얼굴이 그을렸고, 장대순 대원은 코 밑 부위가 약간 손상되었다.
    사실 장 대원의 코 밑 손상은 화상인지 동상인지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다.
    의료 담당자의 무능함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귀국 후 알아보니 *단순 포진이라고 한다.
    몽블랑 등반 도중 화상의 위험은 상당히 높다. 특히 땀을 닦아낸 후에 추가적으로 크림을 발라줘야만 한다.
    성실해야만 화상을 방지할 수 있다. 한편 마터호른 등반의 경우, 북벽 공격조는 크림을 바를 필요가 없고 normal route로 오르는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약간만 바르면 될 것이다.

    ▨ 단순 포진이란?

    피부 점막 주변에 상주하고 있는 SIMPLEX VIRUS가 피로 등으로 인하여 신체 면역력이 저하되면 피부 층에 수포를 형성시키는데, 약간의 동통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보통 피부가 약한 곳, 즉 입술 주위, 코 주위에 자주 발생한다.

    ▥ 입술 손상

    모든 대원의 입술이 심하게 갈라지고 부르텄다. 대원들의 건강을 담당한 책임자로서 너무나 미안했다.
    어찌 이런 일이~

    심각한 입술 손상이 화상인지 동상인지 단순한 피로의 누적 때문인지, 이러한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입술 크림을 준비했고 충분히 발랐음에도 모든 대원의 입술은 망가지고 말았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함을 나타낸다.
    상태가 얼마나 우스웠으면 몽블랑을 등반한 후 B.C에서 서로의 입술을 보면서 박장대소 하였을까.
    모든 대원들의 입술이 망가진 이유는 단 하나, 예방용 입술 보호제를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입술 손상 방지용(예방용) 크림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시중에서 구입하여 바르는 립크림(센스틱 등)은 치료용이지 예방용이 결코 아니다.
    입술에 허옇게 크림을 바른 외국 등반객들을 자주 봤을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고산에서 하얗게 무장해야 할 곳은 치아(이)가 아니라 입술이다.



    ②. 대원들의 건강 상태



















































































    성명(나이)
    이호연
    안수현
    서성원
    김상우
    장대순
    담 당
    원정대장
    회 계
    행정,기록
    식량,의료
    장 비
    병 력
    건강상태
    원정전
    양 호
    양 호
    양 호
    양 호
    양 호
    원정후
    양 호
    양 호
    양 호
    양 호
    양 호
    체중(키)
    원정전
    66kg(179cm)
    58kg(173cm)
    61kg(174cm)
    64kg(175cm)
    50kg(160cm)
    원정후
    65kg
    58kg
    60kg
    64kg
    50kg
    원정기간
    증 상
    미세한고소증
    입술갈라짐
    얼굴그을림
    (미세한화상)
    가벼운고소증
    입술갈라짐
    얼굴그을림
    (미세한화상)
    가벼운고소증
    입술갈라짐
    얼굴그을림
    (미세한화상)
    미세한고소증
    입술갈라짐
    얼굴그을림
    (미세한화상)
    심한고소증
    코밑단순포진
    입술갈라짐
    (미세한화상)
    처 방
    립크림도포
    썬크림도포
    립크림도포
    썬크림도포
    립크림도포
    썬크림도포
    립크림도포
    썬크림도포
    두통
    조제약복용
    동상약도포
    립크림,썬크림도포
    기타 복용
    의약품
    아로나민골드
    쏠라C
    아로나민골드
    쏠라C
    아로나민골드
    쏠라C
    아로나민골드
    쏠라C
    아로나민골드
    쏠라C



    ③. 의약품 명세 및 사용량

    # 조제약






















    NO
    구 분
    수 량
    용 도
    사용량
    1
    진통제+근이완제+위장약
    10포
    근육통, 타박상
    0
    2
    두통약+뇌영양제
    20포
    고소증세
    3

    # 내복약





























































































    NO
    품 명
    수 량
    용 도
    사용량
    1
    아로나민골드
    100정
    영양제,피로 회복
    50정
    2
    쏠라C
    100정
    비타민C공급,식욕 촉진
    80정
    3
    정로환
    120환
    복통, 설사
    10여환
    4
    우환청심환
    5환
    진정,안정제
    2환
    5
    바리다제
    30정
    소염제
    0정
    6
    액티피드
    10정
    콧물감기
    0정
    7
    텔단
    10정
    항히스타민제
    0정
    8
    마그밀
    40정
    변비
    0정
    9
    파자임
    30정
    소화제
    0정
    10
    로날(아스피린)
    20정
    해열,진통제
    0정
    11
    세프라딘
    20정
    항생제
    0정
    12
    로페라마이드
    20정
    지사제
    0정

    # 외용약





















































































































































    NO
    품 명
    수 량
    용 도
    사용량
    1
    썬크림
    中2
    자외선 차단
    대부분 소모
    2
    센스틱
    小2
    립크림(입술 연화제)
    대부분 소모
    3
    밴드 닥터(대,소)
    각2box
    밴드
    소량소모
    4
    핀클 점안액
    小1
    안약
    1회투약
    5
    싸르나엠씨 로숀
    大1
    화상연고
    소량소모
    6
    동상 연고
    中2
    동상 연고
    소량소모
    7
    후시딘 연고
    中2
    항생연고
    소량소모
    8
    더마톱연고
    中1
    두드러기,습진,피부 트러블
    사용안함
    9
    맨소래담 로숀
    小1통
    소염진통
    사용안함
    10
    바세린
    小1통
    상처 보호,피부자극시
    사용안함
    11
    에어 신신파스
    2통
    소염진통
    사용안함
    12
    제놀
    5매
    소염,진통
    사용안함
    13
    케토톱
    6매
    소염,진통
    사용안함
    14
    솔트액
    中1병
    살균,소독
    사용안함
    15
    소독용에탄올
    1(250cc)
    살균,소독
    사용안함
    16
    신신 반창고
    中1
    접착제
    소량사용
    17
    압박 붕대
    大中小각1
    +
    사용안함
    18
    면 붕대
    大中小각1
    +
    사용안함
    19
    탈지면(약솜)
    大1
    +
    소량사용
    20
    체온계
    1
    + +



    8. 회계 (안수현)

    9. 전체 운행일지 (서성원)

    10. 후기 (김상우 식량,의료)


    알프스! 무엇이 나를 머나먼 그 곳으로 이끌었을까?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 곳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결심한 알프스 원정. 돌이켜보면 그냥 가보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구가 강했던 것 같다.
    나 자신도 갑작스러운 원정 결심에 당황했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었다.

    전문 등반의 세계에 이제 갓 입문한 새내기인 내가 다오름과 인연을 맺은 지 3개월 만에 해외 원정을 함께 떠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나는 다오름의 역사적인 첫 원정 등반에 자랑스런 대원이 되어 알프스로 향했다.

    알프스는 명성 그대로 알피니즘의 고향이었다.
    한여름에도 만년설과 동거하는 수 많은 봉우리들, 또 그 봉우리를 오르는 수 많은 산악인들이 있었다.

    Chamonix와 Zermatt의 캠핑, 몽블랑과 마터호른의 등반, 이동간에 접할 수 있었던 프랑스와 스위스의 교통 수단과 문화 등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고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

    원정을 떠나기 전에 내가 너무 성급하게 산을 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문을 했었다.

    크고 넓고 높은 산을 경험하고서 산에 대한 나의 협소했던 생각이 크고 넓고 높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이제는 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산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산을 사랑하는 멋있는 다오름과 함께! 이번 원정이 나에게 준 가장 값진 선물이 바로 사랑이다.

    산에 대한 사랑! 다오름에 대한 사랑! 이런 소중한 기회를 나에게 제공한 호연형과 원정 대원들,연일형과 다오름 식구들에게 감사한다.

    _ 1999 다오름산악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