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돌산종주-1

by 노현호 posted Mar 3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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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금)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짐을 챙긴다.
무릎상태를 고려하여 요 며칠 자전거로 강화운동을 한터라 걱정은 줄어들었다.
10시경 터미널에서 종범성을 만나 간단히 소주로 내일 있을 산행에관련된 담소를 나누던중, 세이가 도착했다. 예정된 인원보다 대폭 줄어들긴 했지만 그런건 상관없다.

24:00시 버스에 올라타 노곤히 잠을 청한다.
도착하니 04:10분이다.새벽날씨는 금방이라도 쏟아질거같은 우중충한 구름이다.
일행인 황경철씨가 터미널앞까지 배웅을 나왔다.
나와는 초면이고 한라산 산행때 다른분들과는 구면인셈이다.
처음보는 인상이 다부지고, 믿음직스럽다. 이번산행을 위해 돌산종주를 미리 답사했다고한다.

터미널근처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돌산대교를 지나자마자 주차를 하고선 05:20분경 출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돌산공원엘 오르니 우리나라최초인지 동양최초인지 돌산과 오동도사이를 연결하는 해양케이블공사를 하고 있었다.공사장사이를 비켜가며 야트막한 야산을 향해 올라간다.내리는 비로인해 시야가 어두워 여수밤바다의 야경을 아쉽게도 볼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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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거리 32km 200~350m의 23개봉오리를 오르내리는 종주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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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비오듯쏟아지고,내리는 비로인해 윈드자켓을 벗을수도 없다.
한참을 걸어도 시간은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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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리사이사이 포장된 도로가 나오고,도로를 선회하여 다음 봉오리를 오르기를 수없이 반복한다.벌써 허기진다.
해양수산과학관이 있는 무슬목에 도착하니 비는 더욱 거세진다.
그곳식당에서 이른 점싱을 해결한다.11:00
여수의 어느식당을 가던 맛난음식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단순히 백반을 주문했을뿐인데,여느 한정식 못지않다.

배도 채웠으니 다시 출발...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저항하며, 소미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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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208m라고 우습게보지 말라...이곳은 제로부터시작이다.계속되는 오르막에 온몸이땀에 홍건하다.내리막에 임도를 만나고 대미산으로 오르던중 동굴을 발견했다.
자연동굴은 아닐테고 인위적으로 파놓은 동굴이 신기할 따름이다.

해발 359m대미산...돌산종주구간 가장 높은 봉오리다.
가도가도 끝이보이질않는다. 다행이 무릎상태는 양호하다.내리막에서 약간 뻐근한것만 빼곤...우리의 야영지 본산까지는 2시간여를 더 가야한다.
그나저나 본산에서 제대로된 야영을 할수있을까?
비가오는 와중에도 종범성은 두릎따는 재미에 빠졌다.
신기하게도 돌산엔 두릎이 지천이다.

천신만고끝에 본산정상엘 오르니 넓은 풀밭이 보인다.답사를 미리한 경철씨가 왜 이곳을 야영지로 택했는지 이해할수 있겠다.
하지만 등산화까지 홍건히 젖은 상태에서 타프하나로 잠을 청한다는건 무리라고 판단,하산하며 고개마루의 민박을 하기로 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용헌이와 영길이가 번갈아가며 전화를 한다.우리에겐 식량도 부족하다.

내려가니 작곡재란 포장도로삼거리가 나온다.그곳에 "민박"이란 빨간바탕에 흰색글씨가 선명하게 보인다.무작정안으로 들어가니 개두마리만 으르렁대고 있으니...
쥔장에게 전화를 하니 민박할수 없단다...헉!!!
포장도로까지 나와 마침 그곳에서 공사차량인부들에게 부탁을 하였지만 온갖자재들로 가득찬 화물칸에 태워줄수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민박"이란 표지석 전화번호로 다시전화를 시도...세이의 애절한 목소리에 쥔장의 마음이 측은했던지 열쇠비밀번호를 알려주지않던가!!!
따스한 물은 호사였다.그저 비 안맞는 장소라도 감지덕지였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이대로 그냥 자고싶었다.
라면을 끓여,소주로 반주를 하고...빈티모드로 허기를 달랜다.
향암의 영길이는 우리의 위치를 물어오고 쏟아지는 잠을 주체못해 잠시누운게 18:00즈음이다.

두손가득히 음식과 막걸리를 사들고 택시를 잡아 찾아온 영길이가 그토록 반가울수가.
홍어에 돼지수육으로, 다시한번 호사를 만끽한다.
조금후 민박집쥔장이 오셔서 창문을 빼꼼히 보신다.
시내에서 식당을 하시는관계로 늦었다고...본인이 직접담근 약술을 가져오시곤 화제를 이끌어가신다.호탕한 분이다.세이의 서울말씨와 다 죽어가는 애원이 아니었다면 우린 이 빗속에서 다 얼어죽었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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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 돋우셨는지 담근술을 또 들고오셨다.아침밥 차려줄테니 꼭 먹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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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가시곤 1시간여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 녹초가된 육신을 서둘러 이불속으로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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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영 2014.04.01 14:23
    대단하다. 헉. 후기만 읽어도 후덜덜. 나 요즘 저질체력이라 밤차타고 밤새달려 하루종일 걸을 생각을 하니까 엄두도 못내겠더라구. 에효. 올봄은 꽃놀이 한번 못하고 이대로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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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철 2014.04.02 14:42

    우리의 첫날밤 알콜의 종류는 민박집의 조각상의 숫자만 큼이나 많았다. 맥주, 소주, 막걸리, 담금주 이렇게 약 4.5리터의 알콜은 춥고 배고픈 우리의 육체를 회복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밥은 마당의 꽃들만큼이나 화려한 색상을 가지는 여러가지 반찬과 먹다 남은 생선의 머리를 잽싸게 입으로 넣는 세이의 놀라운 섭취력에 또 한 번 놀랐다.
    후식으로 그럴사한 향기나는 커피보다 우중산행처럼 힘들지만 힘을내고 빗물속에 땀의 짠맛같은 칡즙까지 나누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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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호 2014.04.02 21:40

    ㅎㅎ 경철씨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