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8~19 설악산 실폭, 소승폭 빙벽 등반 보고

by 이정현 posted Jan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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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일 : 2014.1.18(토) ~ 1.19(일)


- 등반지 : 설악산 실폭포, 소승폭포 빙벽등반
- 날씨 : 화창, 쾌청, 춥지않았음


- 참석자 : 박종범, 한영직, 권호섭, 원정화, 장대순, 한승민, 이정현, 1인


- 산본에서, 구파발에서 그리고 춘천에서 삼삼오오 잠시 일상을 접고 우리는 설악산으로 모인다.
춘천고속도로가 여행하는 차들로 거북이 걸음이다.
산천어 축제, 빙어축제, 무슨 무슨 축제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고속도로 갓길 군데군데 눈에띈다. 막히는 이유를 알것같다.
설악산 빙벽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에 막히는 도로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1시쯤 설악산 장수대 관리소 근처 민박집에 도착, 모두 모여 간단히 점심을 챙겨먹고 실폭으로 향했다.
장수대 관리소에 주차를 하고 길건너 20분쯤 올라가니 봉우리 입구에 아담한 크기의 폭포가 수줍게 서있다.
폭포줄기가 얼어있는 모양이 마치 여자의 늘어뜨린 긴 생머리처럼 가지런하며 윤기가 흐른다.


먼저온 다른 팀 대여섯명이 등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종범, 승민, 대순 선등으로 줄 세개를 걸고 톱로핑으로 빙벽을 올랐다.
실폭은 30m가 조금 안되는 높이에 각도는 70도 정도 되는것 같고 얼음이 판판하여 킥도 잘되고 바일도 잘 찍힌다.
초보자도 기본 교육만 받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것 같다.


우리는 두어차례 등반을 끝내고 차례로 선등 연습을 하였다.
스큐르를 3~4개씩 걸면서 등반을 했다. 처음으로 스큐르를 설치하니 긴장도 되고 추락에 대한 공포가 생긴다.
하지만 사각사각 얼음이 갈리면서 스큐르가 벽에 박힐때 안도감과 쾌감이 밀려온다. 이런 기분으로 빙벽을 하나보다.


첫날 등반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뜨끈한 방에 모여 앉아 삼겹살에 쏘주로 뒤풀이...술잔이 돌아가니 다들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하다.


둘쨋날 우리는 새벽 5시반에 일어나 아침을 부랴부랴 챙겨먹고 소승폭포로 향한다.
차를 도로변에 주차해놓고 30분정도 올라가니 소승폭포가 나타난다.
실폭과는 달리 소승 얼음은 매끈하게 얼어있지 않고 울퉁불퉁 고드름이며 버섯 모양이며 군데 군데 커다란 얼음기둥이 호랑이 아가리 처럼 공포스럽다.
높이는 100m 정도 되보이는데 등반은 60m 정도를 두 피치로 오른다.
그런데 그렇게 일찍 갔는데도 우리보다 먼저 와있는 팀이 있었다. 독한 사람들이다.
폭포의 너비가 제법 넓어 줄이 동시에 여러 루트로 걸릴 줄 알았는데 다른 곳은 등반을 할 수가 없어 루트는 딱 한군데 밖에 없다.


두어시간 기다려 승민의 선등으로 우리의 등반도 시작되었다.
그런데 우리 뒤로 9명 다른 팀이 도착했는데 이 팀 하는 행동이 완전 개념 상실에 예의라고는 눈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우리가 다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왼쪽에서 등반을 시작하더니 조금 올라가다가 결국 우리 루트로 치고 들어 온다.
양해도 구하지않고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순간 다들 어이없어하고 그래서 또 마음이 조급해진다. 저 팀때문에 지체되어 등반을 못할까봐...
하지만 어쩌랴 싸우면 등반을 아예 못할것같아 걍 참기로 한다.
다시 두어시간 기다리니 드뎌 차례가 왔다.
차근 차근 킥을하고 바일을 찍으니 오를만하다.
하지만 1피치 중간쯤 오니 오버에 발 홀드가 없다. 바일을 잡고 땡겨 올려야 한다.
드뎌 고난이 시작되었다. 세컨이어서 스큐르도 회수해야지 100자 자일을 뒤에 또하나 달았지...퀵도르는 얼어서 회수도 잘 안되지...
빙벽 쌩초보가 한꺼번에 오늘 너무 많은 경험을 하는 것같다. 팔에 서서히 펌핑이 오고 오를수록 바일을 들고 있을 힘도 없다.


바일을 던져버리고 맨손으로 오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바일에 손목걸이도 없어 손에서 놓을 수도 없다.
1피치 다와서는 급기야 빌레이보는 종범형한테 바일 좀 잡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겨우 겨우 그렇게 1피치를 올랐다.


개거품 물며 힘들게 올라와서 그런지 1피치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정말 장관이었다.
그렇게 높다란 빙벽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 보는건 머리털나고 처음이니까...


2피치는 오버가 없어 안심이 된다. 하지만 물이 비처럼 떨어지고 고드름이 많아 힘들것 같다. 순간 그냥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추위에 설악까지 오기가 어디 쉬운가. 일단 올라가 보자.
물이 흘러서 그런지 바일은 아주 잘 찍힌다. 한 5m 정도 올라가니 1피치때 너무 힘들었었는지 팔에 금방 다시 펌핑이 온다.
텐션 받고 쉬어야겠다. 바일을 놓칠것 같아 이번엔 바일 2개를 벽에 나란히 찍어 놓고 텐션을 받았다.
그런데 자일 여유때문에 밑으로 몸이 한참 내려온다. 바일은 2개가 다 위에 꽂혀 있고 몸은 밑에 있고...?! 
바일이 저 위에 있으니 이제 어찌 올라가야 한단 말인가? 한심하다.
일단 팔을 좀 쉬게한다음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얼음을 부여잡고 오른다. 이런등반 해본사람 있나요?
간신히 바일을 다시 손에 쥐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이제는 요령이 생겨 펌핑이 오면 교대로 한손만 내려뜨리고 팔을 풀고 차근차근 한발 한발 오른다. 물에 맞아 몸은 온통 젖어있고...
드뎌 벽의 기울기가 완만해지더니 2피치 정상이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으니 드뎌 쌩초보가 그 어렵다는 소승에 올랐다는 기쁨이 온몸을 휘감는다.
정상에서의 경치는 말해서 무엇하리요~~


우리는 정상에서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하산, 설악산표 송어회와 이슬이로 만난 뒤풀이로 저물어가는 하루를 아쉬워하고...


종범,승민,대순,1인은 다음날 월요일에 토왕을 정복한다고 갔는데 정복했는지 못했는지 어쩐지는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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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2014.01.21 20:05
    선배님들 덕분에 드뎌 소승을 올랐네요^^ 다들 감사하구요...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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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호섭 2014.01.21 23:12
    다들 기다리느라 고생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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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미영 2014.01.22 15:29
    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제가 현장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개념없는 넘들에게 정현형 승질(?) 참느라 고생하셨어요 ^^ 글구 언제 산본으로 이사가셨대? ^^ 다음에 뵐 날을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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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호 2014.01.22 17:05

    아주 생동감있는 후기였습니다...손에 땀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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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정화 2014.01.27 14:44

    ㅎㅎ ..바일을 놓쳐 우짜지 걱정했는데 일부러 찍어둔것이라고~
    바일 없이 잘 올가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