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흰나비 릿지 등반보고서>
일시 :2012.9.22~23(1박2일)
장소: 도봉산
9월22일: 야영팀(6명) : 박종범, 한영직, 권호섭, 장대순, 최언식, 한승민
9월23일: 배추팀(4명) : 한승민, 한영직, 강경수, 신광수
흰나비팀(5명): 장대순, 권호섭, 최언식, 원정화, 박종범
홀로산행: 장일경, 뒷풀이 참석: 박세이
참석인원: 등반 9명(기존회원 7명, 따끈따끈한 신입 2명)
, 홀로산행 1명, 뒷풀이 1명, 총 11명
1. 응답하라 12번 사이트
모든 사물은 관성의 법칙내에 존재한다.
움직이는 것은 계속 운동을 하려하고, 가만히 있는 존재는 그저 편안히 가만히 있으려 한다.
사람 또한 그러한다.
산에를 자주 가면 자주 가게되고, 여러 이유로 가지 않는 상황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면 갈 수 없는 핑계들은 그럴사한 이유와 사연들의 화려한 옷으로 치장을 한다.
모처럼 배낭을 꾸린다.
올해 목표로 한 10번의 산행에 약간의 탄력이 붙는가 싶더니 다시 엉거주춤하며 여러 이유들로 주저않는 관성의 물리적 법칙에 나를 묶어놓는다.
심기일전
선인에서의 야영과 등반이 손에 손꼽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수원에서 사촌동생의 조금 늦은 듯한 결혼식에서 하객들의 축의금을 접수하고, 폐백자리로 어른들을 인도하는 등의 혁혁한 공을 세우고, 또한 폐백자리에 처음으로 덕담이란 것을 하고 어색하게도,
서울로 달려왔다. 건데 좀 피곤하다. 체력이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한 숨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배낭을 둘러 메고 나선다. 6시가 막 지나고 있다.
일경형께 러브콜을 외쳐본다. 아직 강남흑돈가의 추억이 몸속 곳곳에서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니 원~~~살 살 좀 하시지. 나이도 있잔여~~~요
도봉산역에 내려오니 벌써 어둠이 사방에 자욱히 내려 있다.
상가의 불빛을 받으며, 도봉산 입구로 접어든다.
길가에 위치한 가벼운 상점들은 벌써 문을 닫고 철수했다. 올라가다 보니 왠지 낯선 거리의 풍경인지라, 다시 한번 둘러 본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상가사이로, 등산객들이 줄지어 가고 오고 하는 풍경이 익숙한 탓이리라. 랜턴을 켠다. 어제 건전지를 갈아서 빛이 강하게 어둠을 가른다.
이리저리 조작하다 흐매 빛이 암흑에 가깝다. 머시기를 만지것인지 원~~참
한 참을 낑낑거리다가 다시 랜턴의 광명을 찾아 12번 사이트를 향하여 추울 발
올라가는 사람은 없고 간간히 랜턴도 없이 어둠에 묻혀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있다.
어둠을 뚫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담아 불룩한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호젓한 어둠의 산길을 올라간다.
산자락의 밤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어 오고,
조용하게 시작되고 있는 가을의 밤은 웬지 기분을 업시킨다.
실존적 무거운 배낭이 이상적 자유의 날개로 가볍게 나를 이끈다.
한 참을 올라가다 보니 어라 이상한데, 도봉산장이 아직 보이지도 않았는데, 목교를 지나고, 목조 계단이 앞에 있다. 이런 시설물이 없었는데, 언제 생긴것인가, 혹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가,
긴가 민가하는 마음에 12번 사이트의 올빼미를 부른다.
여기는 자유로운 영혼의 한 마리 붉은늑대..........응답하라 올빼미, 올빼미이
올빼미는 응답한다. 그대로 쭈욱올라와서, 산장뒤쪽으로 계속 경찰 구조대쪽으로 올라오라 한다.
조금 올라서니 도봉산장이 나온다. 2층에 불을 밝히고 학생들이 있다.
현수막을 보니 등산학교 77기 이다. 가마 손꼽아 보니 허매 벌써 저곳에서 피교육생의 신분이었던 때가 7년의 시간이 후딱 흘러가 버렸네 그려
만약 그때 저곳에 내가 없었다면, 지금 나는 이길을 걸어 가고 있지 않을 것이다.
7년전의 학생신분은 나도 모르는 가운데에, 지금 다오름과의 인연의 시작이었나 보다.
참으로 묘한지고, .........인연이여, 산연이여어~~~,어디서 와서 어디로 나를 인도하는 것인가
어둠을 뚜벅뚜벅 걸어가니 누군가 조용히 조용히 따라온다. 뒤돌아 본다.
고요한 달빛이 숨죽여 나를 따라온다. 서서히 차오른 반달의 모양으로 은은히 자태를 빛내고 있다.
달빛과 고교한 데이트라 아~~~행복한지고, 자유여, 나를 자유롭게~~~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접어들어 계속 올라가니 희미한 빛들이 보인다. 1번 사이트가 보이고, 조금 내려가니 여기저기 사이트가 연이어 마추피추의 계단식 논처럼 아래로 나타난다.
다오름~~다오름~~불러본다. 반응이 없다. 아닌가 보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다오름 다오름~~~응답하라
숨바꼭질 속에 구조대를 가로 질러 내려가 드뎌 12번 사이트와 조우한다.
다오름~~~ 어둠을 가르고 들려온다. 여~~기
아웃도어의 생활의 정확한 시간을 제공하는 순토가 9시를 제공한다.
에고 헤매이면서 1시간 반만에 도착
산속에서 오랜만의 반가운 조우를 끝내고, 불룩한 배낭속을 토해낸다. 비장의 가을 전어를 내놓는다. 그런데 호섭형의 닭도리탕이 조금 남아있고, 모두들 어느 정도 배가 찬듯한 상태인지라,
전어회가 잘 팔리지를 않는다. 아 실망스러운지고,
결국에 구워먹고, 덕어먹고,...어쨋든 한잔한잔속에 전어는 자취를 결국 감추었다.
여러 사람들의 여러 이야기들 알프스가.. 요세미티가, 장군봉 선등이,...
도봉산 야영사이트의 밤과 함께 술잔속으로 녹아 들고, 달빛은 고요히 우리를 비추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 세속의 불빛들은 한 낮의 시끌벅쩍한 모든 인간의 사연들을 어둠에 사르고,
불빛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하나의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아, 이맛이야 비스듬히 누워 주위를 둘러보고, 발 밑아래를 보고,
밤의 고요와 야영의 자유를 만끽한다.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나는, 우리는, 대한민국은, 세상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내일의 등반에 대해 묻지 않는다. 그냥 가는대로 가고 오르는 대로 오를 것이다.
몸을 편안히 바위에 접신하고, 산악선배들의 영도력에 순종 할 것이다.
배추흰나비의 추억은 무얼까
바위길에는 운치와 품위가 있는 아름다운 이름들이 참으로 많은 것같다.
설악의 “한편의 시를 위한 길” “별을 따는 소년”등등등 너무 멋진 이름들이다.
누군가가 길을 개척하고 그에 따른 사연있는 이름을 붙였으리라.
배추흰나비의 추억은 어떤 추억과 사연이 또 자리하고 있을려나, 이 가을에 맞는 정감있는 이름이다.
밤은 깊어가고 각자의 보금자리로 가서 편안히 대자연의 품에 일신을 맡긴다.
예전에 비하면 참으로 빠른 시간이다. 12시가 넘어 서고 있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비박의 맛을 음미한다.
2.배추흰나비의 추억만들기
간만의 비박이라 뒤척이다가, 새벽의 동트옴을 맞이한다.
경수형님이 청진동 해장국을 많이도 가져오셨다.
어제전투의 스린 속을 달래기에는 너무나 황송한 치료약이다.
그리고 깜박졸다가 양주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온 광수의 땀으로 얼룩진 모습이 보이고,
원누님이 오신다.
등반의 진용이 다 갖추어졌다.
배추흰나비의 추억으로 오늘의 추억을 추억하기 위해 어프로치 한다.
총9명이 추억만들기에 나선다.
구조대를 지나 한참을 올라가다 내려가다 드뎌 배추흰나비의 추억의 앞자락에 도착
먼저 와 있는 한팀이 있다. 초보자가 눈에 띈다. 좀 시간이 지체된다.
앞팀의 마지막 등반자가 올라서고,
두팀으로 나누어, 다오름도 수직의 길을 나선다.
배추팀(4명) : 한승민, 한영직, 강경수, 신광수
흰나비팀(5명): 장대순, 권호섭, 최언식, 원정화, 박종범
배추흰나비는 어떻게 생긴것인가????
배추흰나비 길의 추억 피치요약(총7피치) 1피치 거리 약 40미터, 난이도 5.6의 좌향크랙길, 홀드 양호 2피치 거리 약 26미터 크랙, 오른후 5미터의 짧은 하강 3피치 거리 약 30미터로 벙어리 크랙과 직상 크랙. 크럭스 구간 난이도 5.10 4피치 거리 약10미터로 바위띠를 타고 왼쪽이동, 다음 반침니 안으로 약 5미터 정도를 오른다. 애벌레가 되는 순간, 배추흰나비 튀어나온듯한 구간, 난이도는 5.95피치 거리 약 25미터의 크랙, 난이도 5.10, 5피치와 6피치 사이에 좌측으로 탈출로......우리는 탈출했다. (6피치 거리 25미터 언더크랙. 7피치 마지막10미터 거리, 연기봉정상, 조금 더 올라가면 자운봉 정상과 조우) |
간만에 몸을 푸는 초보선등꾼 광수를 배려하여 승민이 나선다.
40m 가량의 수직의 벽은 울퉁불퉁 홀드가 많아서 그리 어렵지는 않을듯하다.
배추팀은 승민감사가 길을 뚫고, 흰나비팀은 종범대장이 길을 연다. 대순회장이 뒤이어 선등을 잇는다.
1피치와 2피치는 모두들 가볍게 오른듯하다.
광수가 어디서 추락을 먹었었더라ㅎㅎ 아마도 1피치 였었지
3피치 벙어리구간에서인가 아래서 위로 올려다 본다. 승민의 몸짓이 벙어리에 적응하느라 실갱이한다.
음 쉽지 않은 구간인가 보다. 아니나 배낭을 내리고 뒤에 단다. 그리고 배낭을 달고 위로 오른다.
배낭이 허공에 달랑인다. 저구간은 배낭을 등에 지고는 동작을 취하기가 만만치 않은가 보다.
대단한지고~~~~승민 화이링~~~
낑낑거리며 약간의 천연고아텍스에 기스를 유발하며, 3피치를 마친다.
원누님 뒤를 따라간다. 빈 물병이 떨어져 챙겨넣는다. 조금 더 올라간다.
어~ 이번에 꼬깃꼬깃한 종이류가 나에게로 떨여져 흘러내려온다.
음 이것도 쓰레기인가, 산꾼이 쓰레기를 버리며 안되지, 얼른 줏는다. 가마 보자 돈되는 종이인데,
퇴계선생님이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보신다. 얼른 챙겨 이놈아~~ 옙
바위길에서 짭짭한 수입(거금2천냥)을 얻기는 처음이로다.(낭중에 돌려줄려 했는데 진짜루, 원누님은 보이지않고 집에 오는 길에 얘들 아이스크림 사는데 보태어 잘먹었어요. 누님!)
하늘은 더 없이 푸르른 색을 띠고, 초가을의 경치는 더 얘기해서 무엇하리요
좌측으로 낭만길을 오르는 꾼들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Y자 계곡에 사람의 줄이 내려오고 올라가며 Y자의 상단부를 형성하고 있다. 저쪽이 더 치열한듯하다.
계속해서 앞팀의 두 여인네의 등반속도는 탄력을 찾지 못하고,
배추흰나비의 추억은 아로새겨 지고 있다.
4피치를 좌측으로 바위의 밴드를 잡고 일어서 반침니에 이르러 낑낑거리며 자세를 찾지를 못하고 헤메인다. 왼발로 벽을 밀고, 등을 기대어 밀면서 조금씩 올라가다 미끄러 내려오기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직상한다.
언제쯤이면 바위길에서 애벌레의 몸을 벗어 던지고, 하얀 흰나비로 훨어훨 날아 오를려나~~~
5피치를 무사히 마치고, 큰바위아래에 터를 잡고 쉰다. 위로 보니 아직도 2피치나 더 남아있다.
시간은 서서히 4시를 향해가고, 다오름의 수뇌부는 결론을 내린다.
좌측으로 빠져나가 상황을 보고 탈출을 하는 걸로, 야영지 정리와 뒷풀이의 낭만을 위해 아쉽게 2피치를 남겨놓는 결정을 한 것이다. 쪼매 아깝기도 하긴 해
등반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탈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항상 탈출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에는 누군가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똑같은 일상의 생활에서 가끔 탈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꿈만꾸기도 한다.
탈출! 달콤한 유혹이다.
팬들럼으로 탈출을 하고 그리고 발걸음도 가볍게 야영지로 향한다.
일경형님이 와 있다. 남은 해장국을 ~~~~~맛나게 게눈 감추듯 헤치우고, 속세로 내려간다.
간밤에 호섭형이 세이에게 약을 올리더니만, 약발이 먹혔나 보다.
도봉산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대단한 세~이~
(낭중에 들어니 운동화를 사서 치마차림에 산중으로 마중을 나왔다나아........
그 마음 변치마오, 산 아가씨)
도봉산 입구로 내려오니 등산학교 77기들이 또 한주를 마치고 집결지로 내려가고 있다.
다양한 연령군으로 구성되어 있는듯하다. 물어본다. 몇주차에요. 3주차입니다.
교육의 한중간을 가고 있으면, 조금씩 재미가 묻어나는 기간이리라.....
어둠이 서서히 깔린다. 세이와 조우를 하고 어느 음식점으로 들어선다.
먼저 시원한 생맥주로, 한잔의 쇠주로 등반의 맛난 뒤풀이가 시작된다.
가장 편안하고 맛이배어나는 시간이다.
이순간을 위해 힘든 등반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정도로, 등반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뒷풀이의 강도는 강해진다. 오늘은 9시쯤으로 자리를 맺는다.
모두 각자의 위치로
또 하나의 등반을 마무리 한다.
올해 몇 번째인가, 관악산 전암장, 설악산 장군봉, 방태산, 북한산 그리고 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좀 더 열심히 다녀야 겠군.......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여 계속 가고 싶다. 산으로 바위로.....마지막으로 배추흰나비의 추억의 바윗길을 내어 오늘 또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 선배 클라이머에 대해 인터넷자료로 간략히 소개한다.
그분에게 항상 좋은일이 많이많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배추흰나비의 추억 바윗길>>
개척자: 김기섭 약력: 시인,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바윗길을 개척한 사람 중 한 명의 클라이머
경원대 국문과 출신, 다수의 아름다운 길 바윗길 개척,
아름다운 우리말 바윗길 이름을 붙여 산악인의 정서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인물
주요 개척바윗길: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신동엽길’(93년), ‘녹두장군길’(94년), ‘김개남장군길’(94년)
‘경원대길’(96년), 도봉산 자운봉에 ‘배추흰나비의 추억‘(98년), 설악산 토왕골 경원대리지(96년), ’별을 따는 소년들‘(97년), 설악산 망경대 별길(99년), 석황사골 몽유도원도(01년) 등을 개척‘배추흰나비의 추억’ 이름의 배경:
바윗길 개척 당시 산에서 보기 힘든 배추흰나비가 날아들었기에 추억이란 단어를 붙여 지은 이름이라고 함 현재: 2006년 11월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로 등반중 사고, 오랜 재활훈련과 치료,
모요양병원에서 장기입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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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진은 각각의 피치에 맞지 않을수도 있음....(가물가물)
*****다오름 회원님들 모두 모두 추석들 잘 보내시고 또 건강하고 밝은 얼굴로 보겠습니다.****
2012.09.28.
언시기 쓰다.
ㅎㅎ 도봉산에서 좋은 분들과의 멋진 추억이었습니다.
ㅎㅎ 형님 잘 봤습니다..ㅎㅎ 잼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