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행기-5>
8. 4인의 우정길
새소리가 여기저기 재잘거린다. 새들은 잠도 없나 이리저리 뒤척이다.
또하루의 등반을 위해 몸을 부시럭 거린다.
조용한 야영지의 새벽을 호흡하며, 부지런히 식사준비를 한다. 원누님이 찌개를 끓이고 밥을 하고 그중에 광수가 있다. 묵묵히 모든 힘든일들을 해결해 간다.
다오름의 숨은 보석같은 광수, 저런 아름다운 젊은이가 있다는 것은 다오름의 복이다. 노령화 되어 가는 다오름평균연령을 확 낮추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지를 않나, 또 코오롱등산동기 5명이라는 대군을 인도해 오지를 않았나 말이다.
공로상 같은 것은 없는건가?
우정의 길과,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을 재촉한다.
한편의 시를 위한 팀은 벌써 시야에서 보이질 않는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 좌측으로 길을 잡는다.
호젓한 새벽의 숲길이 한적하고, 피톤피치인가 하는 이온을 마구마구 뿜어내는 길을 따라 한가로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깊숙히 신선한 공기를 폐로 호흡하며,
어제 저녁 뒷풀이를 하면서, 오늘의 등반은 산보라고 하던데, 산보라 느긋한 마음으로 걷는다. 그런데 우정의 길은 어디에 있는가........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고 우리는 겨울철 빙벽등반의 하강포인트라는 폭포위에서 쉼을 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11시방향의 우뚝솟은 벽하나.....바로 4인의 우정길이라 한다.
우정이란 쉽게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님을 직감한다. 우정길이라~~~
4명이 올랐는가 보다.
친한사람들이 아님 친해질려는 사람들이......어쨋거나 4인이 올랐으리라
오늘은 9인의 우정길로 재탄생하는 것인가,
건데, 바닥의 껌도 아니고, 산보길도 아니다, 여기도 만만치기 않은데,
벽앞에서 평온한 상태의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람과 벽앞에서 마음속이 요동치는 사람..........전자가 고수이고 후자는 고수를 지향하는 길위에 있다. 속칭 초보라......
세상사에는 두부류로 나누어진다. 나는 어느 쪽인가
비박과 트레킹의 달인,
맑은 물빛속의 달빛녀는 아직 벽앞에 서면 작아지는 가 보다.
다 때가 있는법 아직은 당연히 그래야쥐이
한팀이 등반중이다. 잘 올라간다.
우리가 뒤를 따른다. 등반대장 종범형이 선등을 선다.
가만보니 홀드가 많아보이긴 한데, 그리 쉬운 것 같지는 않다.
피치등반으로 연속적으로 연등을 조합하여 오른다.
승룡이 어떤지점에서는 중간에서 리딩을 해준다. 어느 지점에서 줄이 꼬여버렸다. 이런경우는 별로 보지를 못했는데, 예전 등산교육생 시절에, 북한산 인수봉에서 하강하다 줄이 꼬여 허공에서 동사한 사례를 들었다.
심사가 꼬이면 안되는 것처럼 등반시의 줄이 꼬이면 안된다.
명주씨와 승룡씨가 꼬인줄을 바로잡는다. 역쉬~ 듬직해~~~
세이씨가 승룡의 리딩속에 수직으로 상승한다.
어제 듣기로는 벽에 붙으면 여자헐크가 된다는 돼에~ 아직 조신한 여인인데 그러네,
소문은 뻥이 좀 심한것인가 아님 조금 더 지켜볼거나.....
저 위쪽에서는 호섭형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친다.
몇 년전인가 다오름과 나와 초면의 인수봉 등반시에 우이동 아래에서 만남이 상기된다. 웬 기차화통을 삶아드셨나 했는데, 여지 없이 그 진가를 설악에서 꽃피운다?
(참고로, 환경관리법상 생활소음기준은 주간65, 야간55데시벨이다.ㅎㅎ) 분명 기차화통소리는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마도 민원이 접수되고 푯말이 붙을 지도 모를일이다.
등반중 고성금지라고 ㅎㅎㅎ, 요주의 산악회 “ㅇㅇ름 산악회”
장군봉보다는 수월히 오른다. 중간매듭으로 오르면서 명주씨와 연등한다. 올라가자마자 후등자 빌레이를 보고,,,나도 모르게 생존의 등반기술을 익혀간다.
명주씨가 얘기한다. 어디어디 딛고...뭐뭐 동작은 어떻게 하라는~~것을 듣는 것 보다는 자기가 어떡해 편하게 올라갈수 있을것인가를 생각하고 스스로 느끼라한다.
아~ 그렇구나, 자기 만의 편하고 안전한 등반력 함양이라
드뎌어 정상,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설악의 산수는 역시나~~~ 명불허전~~~
앞쪽으로 선녀봉이 수직의 우아한 주름을 내리뜨리고 그윽한 자태를 드러낸다.
골짜기 마다, 봉우리 마다, 각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하나도 같은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함께 등반한 자일파트너에 따라서 더욱더 그느낌과 감동은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리고 추억의 이름으로 각인된다.
서서히 개스가 밀려온다. 개스는 하나 둘 자신의 품속으로 사물을 품어버린다.
눈앞의 풍광은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선녀봉인가에 붙었던 팀들은 안개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안개가 스며오고, 구름이 발아래 두둥실 떠 가면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잠시의 휴식과 기념 촬영을 하고 위로 올라간다.
한편의 시팀과 만나기 위해 하산을 결정한다.
4인의 우정길.. 구름낀 토왕성 폭포와 선녀봉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 거리고..
구름속의 산책이었어요..
등반기가 이렇게 재밌고 멋질수가 있군요..ㅎㅎㅎ 언식성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