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운길산행 여정기]
일시:2019.08.31.(토)
참석: 곽미영, 최언식.....2명
산행경로: 상봉역→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 정상
산행시각:
10:36(운길산역)~수종사(12:00)→운길산 정상(16:30)→하산(18:00)→팔당역(19:00경)→ 하남 전주콩나물국밥 +모주한잔→ 그리고 귀가(20:00경)
계절의 문턱을 날들은 하나하나 힘들이지 않고 넘어서고 있다. 재체기가 간간이 환절의 시간대를 몸이 지나고 있음을 감지한다.
팔월31일 한달의 마지막이자, 열두달중에서 여름을 명시하는 마지막 달이 지나고 있다 추석전 벌초하러 가느라 다들 바쁜모양이다. 오늘 산행은 미영 회계와 나 둘뿐이다. 호젓한 산행이 펼쳐지려나 기대해보며...상봉역에서 용문산행 전철에 몸을 싣는다. 주말이라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이들 양평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는 시간중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도올선생의 “우린 너무 몰랐다.”을 배낭에 넣고 나선다. 즐거운 주말을 보내기 위해 산을 찾고 자전거를 타고 참 풍경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우리의 일상이다.
가끔씩 뒤돌아보면 해방이후 불과 70여년의 세월동안 이땅은 말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의 변화에 변화를 겪으며, 격동의 시대를 견뎌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잘 모든일이 사필귀정의 법칙으로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올의 “우린 너무 몰랐다.”를 보면 우리는 제되로 알고 살아가야 한다.
타인에 의한 해방, 반민특위, 맥아더, 이승만, 서북청년단, 4⦁3 민중항쟁, 여수순천 민중항쟁, 빨갱이, 6⦁25....꼭오옥~~제되로 알아야 한다.
선배제현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늦여름의 풍경이 창밖으로 흐르고 10시36분경에 운길산역에서 도착 계단을 내려선다. 저 반대쪽 계단에서 눈에 익은 반가운 곡선의 모습이 총총 내려오고 있다. 손에 유시민의 “유럽기행”이 들려 있다. 역쉬~~그렇치~~
운길산은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가 보다. 역에서 등산객들이 별로 그닥 없다. 여러해 전에 왔었다는 미영의 흐린 기억을 더듬어 길을 내딛는다. 예봉산 이정표가 유혹하는 길을 미영의 기억이 차단하고 교량하부의 길로 철길하단을 횡단하여 운봉산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좌측으로 보이는 산이 운봉산 그 앞쪽으로 놓여 있는 머리에 둥근 하얀 측우소를 뒤집어 이고 있는 산이 예봉산이다. 재작년인가 현장에서 나들이 산행을 간 곳이다.
호젓하게 미영과 나 둘이서 산길을 잡아 오른다.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한 탓에 둘만이 산행을 하는 상황....일반사람들은 무어라고 할까,,,,아마도 열의 일곱은 색안경을 낄 것이다....그러그나 말거나,,,산행은 좋은 것이다.
산길이 제되로 정비가 되지 않은듯한 흔적이 역력하다. 왼쪽 오른쪽 앞쪽으로 길임을 나타내는 정도의 흔적으로 등산객들을 이끈다. 높지 않은 얕은 산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이름이 좀 있지 않는가 운길산, 길한 운이 있는 산인지...구름이 길한 산인지.....
지자체에서 그래도 잘 정비 하면 좋을 듯하다. 정비가 되지 않으면 등산객들의 계속되는 발길과 스틱으로 훼손은 빨라지고 강우시에는 등산로로 물길이 형성되고 그러면 나무뿌리는 쉽게 그 자태을 노출하고 서서히 명을 재촉하는 불행한 환경이 조성된다. 아무쪼록 잘 정비 되어야 한다.
미영과의 단둘 산행이란 처음인데 많은 대화의 실탄들을 챙긴다. 정치,경제, 문화,역사,인간사....산을 바라는 길위의 우리....씨줄과 낱줄로 엮어간다. 미영이 운길산을 찾는 최대의 이유는 바로 수종사임을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다실밖 풍경이 바로 감동 그 자체라 한다.
운길산에 멀지않은 곳에 살면서 그런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다.
오늘 한 번 느껴 보리라.
직장생활중 인간관계는 참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다. 업무적으로 만나다 보면 그 관계의 얕음은 예상되지만 그래도 깊은 관계 또한 개인적으로 가져볼 행운도 있다. 그래서 좀 더 나이가 싱싱했을때 나는 여러명이 함께하는 회식보다는 맨투맨의 상대와 나 둘이서 술자리를 함께 많이 했었다. 그와 나 사이에 나와 그만의 얘기를 나누며 친근감을 공유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자 최소한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계의 형성이었다. 그러다 세월은 그런 상황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어 버렸다. 귀찮아 져 버린 것이다. 뭍어가는 편안함이 어느새 편함으로 다가와 버린다.
깊이있는 관계보다는 얕은 그래서 부담없는...
산행도 그런 것 이리라....함께 팀으로 가는 산행속과 오늘 이렇듯 의도하지 않더래도 둘만의 산행도 필요하리라 그래야 더 많은 집중된 얘기와 대화가 관계의 단단함을 부여할 것이다....
물론 혼자만의 산행으로 자신과의 대면의 시간도 많이 갖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의 몫이지 않은가...
여러개의 난립해 보이는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그리 험하지 않은 바위가 없는 토산이다. 하루의 시간은 길고 산길은 여유롭다. 급할 것이 없다. 미영과 쉬엄쉬엄 가다가 땀을 식힌다. 간간히 단체로 회사에서 인지 동호회인지 십여명이 남녀 혼성으로 올라온다. 밀고올라오는 기운이 힘차다. 젊음의 에너지가 밀려온다. 예전에 몰랐다 그런 기운이 내가 뿜어낼때는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에너지의 뜨거움을...세월은 가고 있는 것이다. 나를 자라게 하고 성장시켜온 바람은 또 그렇게 새로운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자라게 하는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다.
힘겹게 내려오는 이들도 있다.
한 여자분 왈 “이산 너무 힘들어요....”
운동 부족이다. 여인이여 운동을 하여라. 더 젊고 생생하게 아름답게 살아 갈려면..앞으로의 승부는 체력과 건강이다.
천천히 걸어 수종사 도착한다. 유명한 산사는 아닌듯하다. 산자락에 횡으로 그리 넓지 않는 공간에, 횡으로 건물들이 몇 개 늘어서 있다.
절 이라기 보다는 암자정도의 규모이다. 산사의 마당에서 저 아래 펼쳐진 풍경이 시원하다. 미영이 얘기한 그 풍광이 진짜이다. 6~7부 능선즘에 위치한 곳에서 아래로 펼쳐진 그림...양수대교가 북한강에 걸쳐 있고 두물머리가 강줄기 곁에 놓여 녹색의 신록과 푸른 강물이 그 앞에 나선상의 여유로운 자태를 수수히 드러내 놓고 있다.
절집앞 본연의 용도는 아닌데 다실로 꾸며진 건물이 큰 통유리를 앞에 두르고 있다. 앞서 들어선 사람들이 일부 빠지고 가장 전망 좋은 장소에 앉는다. 내부 통유리를 옆으로하고 차를 시작한다. 사용설명서를 토대로 여러 단계를 거쳐 차를 왼손으로 받이고 오른손으로 들어 음미하듯이 입안에 머물었다가 목젓 뒤로 넘겨본다. 차를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다 보니 꿀꺽꿀꺽 넘기는 음수법... 섞여 마신다.
롱롱타임 ago~~
일본에서는 차가 수입되면서 일본특유의 차문화가 형성된다. 막부의 칼잽이들도 다실에 들를때는 작은문을 통하여 들어오면서 일상의 거만스런 무사의 뻣뻣함을 머리를 숙이고 한층 몸을 낮추어 무릎굻고 다실의 스승으로부터 차를 받는다. 그리고 수많은 살생을 저지른 무사들은 절의 스님들과 생과 사의 삶에 대한 인간궁극의 화두를 얘기하면서 차를 접한다.
“검선일여”란 말이 곧 검과 선 수행은 하나이다.
재미난 검도이야기 한토막,
길을 가던 사무라이의 칼에 선량한 행인이 그만 칼에 부딪힌다.
칼은 곧 무사의 자존심....사무라이는 결투를 신청한다.
백면서생에게...어느 어느날 어느 들판으로 나와라 결투다. 그 백면서생은 죽음의 문턱에서 고민과 번뇌에 휩싸인다. 그가 할줄아는 것은 차를 다루는 법을 아는 것뿐이다. 차로서 어찌 칼과 겨눌수 있으랴...
명줄은 이미 저세상쪽으로 한발 내딛 거나 다름없는 이상황...
지금 칼을 배울수도 없고...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는 스승에게 어찌하오리까 여쭌다...
“제자야! 니가 할줄 아는 것이 무엇이냐...차의 도를 보여주어라...
다도가 무엇이냐...”
제자는 깨닫는다. 명경지수의 마음을 유지하는 평상심과 부동심이 바로 다도가 추구하는 것...드디어 결투의 날, 바람부는 들판은 스산하고 까마귀도 구경꾼들도 소문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 들였으리라, 다인은 차도구를 챙기고 무사는 칼을 꽂고 들판으로 나아간다. 수많은 군중들이 숨죽이고 그 광경을 보았겠지, 먼저 도착한 다도인은 보자기를 펼치고 다기를 가지런히 절차에 입각하여 내려놓고 물을 끓이고 찻잔을 깨끗이 싣고.. 퇴수를 하고 찻잎을 들이고 찻잎의 오묘함을 따른다. 그리고 두손을 모아서 왼손으로 찾잔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가볍게 들어 한모금...저 멀리 사무라이가 기세등등하게 석양을 등지고 나타나고 드디어 상대의 목을 날릴 준비를 한다.
모든 분야에는 하수와 고수가 있는법...
이 사무라이, 가만 보이 하수가 아니다. 살기를 드리우고 다가가는데 어라~~백면서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차를 음미하고 있다. 한점의 위태함도 흔들림도 두려움도 혹함도 없다. 경구의혹의 사계에서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사무라이의 내면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온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칼앞에 맨몸으로 무방비로 찾잔을 들고 있는 갈대같은 존재가 조금의 흔들림이 없다. 두려움도 없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렇게 시간이 “초”로 “분”으로 “시간”으로 흐르고 변해간다.
그래도 상대는 부동심....
무사수행의 그 목적지에 백면서생 다도인이 있는 것이다. 검선일여...
무사는 조용히 칼을 거두고 한마디...선생 잘 배웠소이다.
그리고 표표히 사라져 간다.
그런 것이다. 어느날 방송에 중국과 한국 일본의 차 문화에 대한 것을 보았느데...일본 차의 전문가들의 격식은 정말로 어떤 무술의 형을 이루는 고도의 절제된 동작의 파노라마였다. 가히 “도”라고 그들이 붙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음이다. 하지만 우리의 차는 어떠한가? 녹차의 티백은 차가 아니다.
수종사 저 아래로 보이는 풍광과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대화를 녹여 마시니 또한 멋져버러~~~미영이 왜 극찬을 했는지 이제야 알 만하다. 나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데려 오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앞의 풍광을 보며 우리는 꽤 긴시간을 토크한다.
여러 야그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사이 시간이 2시를 가리킨다.
둘만이 여행을 하거나 술을 마실때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양한 내공들이....이몸은 어느 수준인가??
다양한 토크속에 하산중에 알았다. 미영이 나의 둘째 아이의 서울여상 선배란 것을...서울여상이 전통있는 좋은 학교란 것은 많이 들었었는데 또한 그 진학생들의 사정은 또한 다양 한 것이다. 공부를 꽤 함에도 불구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목적의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함은 각 가정의 여러 이유들이 아픔의 그늘속에 있게 마련이다. 미영도 그 그늘을 피할수 없는 성장기를 가졌다.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듯 하지만, 그 때는 피끓는 젊은시절에는 얼마나 맴 고생을 많이 했을 까....
감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토지의 박경리도 그러그러 했다지...
2시즘 다실을 나서고 대웅전에 들어 부처님께 큰절(요즘은 산행시 절간에 가서 부처님께 인사하고 온다.)하고 운길산 정상으로 향한다. 점심을 지나친 시간, 약간의 불만이 배속에서 ....등산로 어정쩡한 위치의 벤치에서 김밥과 과일로 허기를 채운다. 쉴곳이 마땅찮은 급경사의 길 한곁에 놓인 벤치
저아래 두명의 여인과 한 남자가 큰 배낭을 무겁게 메고 올라온다. 외형상 보아하니 이산 어딘가에 비박을 할 모양이다. 그런데 비박 할 정도의 산꾼들은 아닌데...여인네 2명과 뭔 사연이 있는 것인가,
낑낑거리고 한 여인이 올라오고 또, 한 여인이 올라온다. 거의 탈진직전의 상태인듯하다.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도움을 원치 않는다.
할 수 없는 노릇....
먼저 올라간 그들의 뒤를 따라 운길산 정상으로 향한다. 느낌상 별로 남지 않았다. 능선을 올라서고 좌측으로 다시 능선으로 길을 잡아 간다. 얼마후, 데크가 조성된 운길산 정상이 나타난다.
너른 데크가 휴식처를 제공한다. 운길산 정상 표석을 안고, 곁에두고
멋지게 폼나게~~~
저 좌측으로 예봉산이 멀리 보인다.
시각은 어느듯 저녁에 가까워지는 16:30분경 잠시의 풍광을 뒤로 하고 오던 길로 내려선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색다른 길로 내려간다. 길은 가늘게 이어지다가 멧돼지에게 약간 파헤쳐 진듯한 공동묘지 인듯한 무덤앞을 지나고 긴 무엇이라도 나올듯한 수풀을 지나고 드디어 큰길가로 내려선다.
오전에 올라온 길이라 하는데...음 그러네..
다시 철길아래로 횡단하고 운길산역에 도착...시각이 18:00경...
미영의 귀가와 뒷풀이 저녁을 생각하니 한코스 지나 팔당역에서 하차 밀리는 차량을 감안, 택시로 하남으로 넘어들어오고 최대한 시간을 아낀다.
에니메이션고가 저멀리 보이는 길을 건너 전주 콩나물국밥집에 들어선다. 콩나물국밥에 모주 한잔으로 이 여행의 말미, 하루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사방은 깜깜해졌다. 저녁 8시를 가고 있다. 버스로 길동으로, 잠실로....
미영의 안전한 귀가를 당부하면서 아주 드문 여유로운 산행을 마무리 한다.
이것은 산행기가 아니다.
이것은 하루의 산행동안 산길속에 툭툭 편히 내뱉는 그런 소리의 꾸러미이다.
2주가 지났다. 여름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간간이 한낮의 뜨거움이 그를 생각하게 한다. 곤 그런 날들도 지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이 계절은 더 깊은 가을의 시간으로 빠져들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더 깊은 사색의 시간으로 흘러가듯이...
올 가을엔 이 가을을 만끽 해보리라.
누구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여름의 끝자락 운길산행 그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2019년 9월도 한참 가고 있는 날에...
최언식
10흘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온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