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3기 시산제를 준비하고 마치며...
일년을 나누면 12달이 되고, 그 한달을 나누면 30일이 되고, 그하루를 나누면 24시간이 되고 그 한시간을 나누면 60분이 되고, 그 일분을 나누면 60초가 된다. 그리고 그 일초를 나누면 더 작은 단위로 잘게잘게 쪼개어 진다.
4월들어 시간은 그 일초를 나누어 써야 할 정도로 몸과 마음은 바삐 돌아간다.
영종도에 들어와 건설의 한부분을 담당하고 지내온 시간이 어느듯 돌고돌아 그 끝을 향하고 있다. 원래 이륙과 착륙시 가장 긴장되고 에너지의 소비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의 한 모습이다. 이른시각의 하루의 시작이 점심을 관통하여 곧바로 저녁으로 이어지고 밤으로 연결된다.
항상 인간의 일이란 엇물려 돌아가게 된다. 다오름 총무로 선임된지가 불과 한달이 좀 지나고 있을 뿐인데 많은 달들이 지나온 듯한 기분은 또 무엇인가...
새로운 총무의 역할 가운데 아니 다오름 일년행사중 가장 중요한것은 모름지기 한해의 안전한 등반활동을 산신께 보고드리고 보살핌을 바라는 시산제 일것이다.
3월10일 첫 임원모임에서 대략의 한해의 행사일정을 잡고 돌아서니 바로 시산제 준비가 성큼다가 온다. 3월31일 부회장사무실에 들러 시산제 준비물을 의논하고, 회원여러분들에게 음식과 준비물을 당부하였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다함께 준비란 것은 또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소속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란 이쁜모토를 동원하여 진행하였다.
나의 4월은 시공사 준공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일상의 업무로 바삐 이몸을 얽어매어 시산제준비의 시간을 갖는것을 방해하고 차단한다. 하루하루 시산제 일자는 다가오는데,....
떡을 미정누이에게 부탁하고, 홍어를 석란형수에게 당부하고, 현호에게 여러 가지를 맡기고 세이에게, 정길에게, 또 회계총무 미영에게 여러 가지를 두서없이 준비를 요청한다. 그래도 모두들 일상의 틈바구니속에서 시산제 준비를 위해 총무에게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의 목소리를 날려준다.
시산제 선물도 도착해 있고... 준비물은 그럭저럭 된것 같은데 축문이 아직 제되로 준비가 안된 상황이다. 축문내용에 많은 것을 담고 싶은데 그런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런와중에 금요일 오후 4시경 전화가 온다.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않는데...끝자리가 8848이다. 에베레스트를 뜻하는 이숫자는 필경 뭔가를, 8848세서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음을 지진의 전조현상처럼 새가 떼로 날아가고 네발짐승들이 이리저리 날뛰어 어디론가 이동하고..그러한 예감이랄까..받아야 할것같은 느낌이 팍 밀려온다.
여보세요...서울시산악연맹인데요,,,그렇게 대화는 시작되고, 다오름 야영장 신청에 오류가 있다고 한다. 이것이었구나... 야영인원이 15명인데, 명단은 5명밖에 기록이 안되어 있고, 어떻고 저떻고...내일 야영을 할려면 5시전 까지 수정해서 신청하라고 한다. 이런 경우가 있나, 시간이 별로 안남았는데
연맹과 통화전 박 등반대장께 야영장 신청에 대해 당부의 통화를 했는데 승인이 아직 아니 떨어진 상태라 하기에 그냥 그런줄 알고, 연일계속되는 일의 채찍을 받아가며 금요일 오후의 시간을 힘겹게 보내고 있는 타이밍에 예상밖이다.
시간을 다시한번 분자에서 원자로 쪼개는 시도를 해본다. 등반대장과 영직에게 현호에게 사태를 알리고 등반대장의 아이디와 비번으로 서울시 연맹에 들어와 급하게 기웃기웃해보는데 어디에 있나~ 어디에 있나~여기저기 클릭클릭 드디어 찾았다. 수정을 어떡해야 하는가 빨리 해서 5시전에 승인 받고 인수대피소에 팩스 보내고 확인 전화를 때려야 하는데, 바위앞에 힘겹게 길을 찾듯이 버둥거리면서 서서히 감을 잡아간다.
연락처를 펼치고 한명 한명 또 한명 15명을 채워넣고 등록...드디어 신청이 수정되었다.
8848로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고 곧 승인나니까 기다려 보라는 야그를 듣고 잠시의 정적이 흐른뒤 승인을 프린트하고 인수대피소로 팩스를 보낸다. 전화만 하면 이제 해결되는 것이다. 여보세요...아 그번호로는 팩스가 곤란하다고 다시 번호를 가르켜 준다.
우씨~~그러면 양식의 번호를 정정해 놓던가 다시 새로운 번호로 팩스를 보내고 야영장신청의 마무리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참으로 바쁜지고~~~다음에는 정확한 신청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렇게 하루는 저물고....
시산제 하루전 7일 금요일, 저녁 자정이 가까운시각에 축문의 초안을 잡고 영시를 넘기며 문맥을 가다듬는다. 다오름의 태동과 성장과 지나온 길과 회원들의 단합과 앞으로의 희맘을 담아 산신령께 고하고 따스한 보살핌을 구하는 내용을 담고 싶다.
내일 토요일은 또 발주처에 들어가 협의를 해야 한다. 건설업종에서 발주처란 관공서는 절대적인 을의 클라이언트이다. 그들이 원하면 그것이 답이다. 어떠한 상식을 초월할 지라도.... 그래서 삶의 애환은 싹트고 무력감은 비맞은 곰팡이처럼 활짝 꽃처럼 피어나곤 한다.
시간의 틈새에 시산제도 완벽한 준비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아마도 점심이후 북한산으로 출발하리란 계획으로 움직인다. 아침에 축문을 타이핑하고 평일 준비해 놓은 한지를 프린트에 셋팅을 한다. 하얀색에서 탈피하여 고은 푸른빛을 발하는 색상으로 준비하였다. 축문화일을 띄워 마침내 인쇄를 누른다.
윙~~어라~~종이가 너무나 얇아 프린트에서 제되로 밀어올리지 못하고 번번이 기계의 내장속에서 멈춰버린다. 아뿔사 어쩔시구....몇번의 시도속에 낙담만 하고, 시산제 식순을 인쇄하고 참가인원을 30명으로 인쇄물을 만든다.
8일 토요일 오전 발주처에서의 협의가 길어진다. 점심먹고 오후에 봅시다. 이런~~ 예상을 빗나가고 있다. 반나절의 시간이 순간 휙 사라진다. 점심시간에 섬의 문구점에 들러 다시 약간 두꺼운 꽃무늬의 하얀 한지를 준비하고 사무실에 들러 귀한몸 모시듯이 귀히 책상에 모셔두고 다시 발주처로 협의를 들어간다. 시간은 자꾸만 가고 두시, 세시을 성큼 넘어서고 있다. 나의 계획은 자꾸만 밀려가고 퇴로를 차단당한 시간은 밀도를 더해 가며 질식해간다. 드디어 시계바늘이 3과 4의 중간쯤일때 발주처에서 풀려난다. 분노의 질주처럼 차를 몰아 사무실로 들러 다시 조심스럽게 축문 인쇄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번에 잘 되어야 할텐데....
이번에는 한지의 몸집이 좀 두꺼워서 신경이 예민해진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되면 격이 떨어지는 사무용 종이로 대체되어야 하는데....인쇄를 누르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저쪽 기계는 간발의 차이를 두고 답한다. 윙 윙...뭔가 되어가고 있다. 다가가 보니 PC로부터 시그널을 받은 프린트는 성실히 기계의 임무를 완수해 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시산제이후 모두가 불태우기를 아쉬워했던 축문이 나온것이다.
축문을 고이 말아 안전한 공간에 앉히고, 준비되지 않는 배낭에 이것저것 쑤셔 넣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어느듯 5시를 지나고 있다.
네비게이션이 도선사 도착시간을 7시 초반을 알려준다. 도선사에서 하루재를 올라 야영지에 당도하면 술시에는 제를 지낼수 있을 것같다. 2주째 계속되는 압박업무가 입을 쫙쫙 찢어놓고 졸음의 늪으로 인도하려 한다. 계속적으로 뇌에 부족한 산소공급을 하품은 성실히 하려한다. 작작 좀 했으면...
졸리고 곤한 몸은 계속달려 가는데 강변북로로 접어선 차는 좀처럼 달릴줄을 모른다. 주말이라 도로가 많이도 정체 지체되고 있다. 겨우겨우 내부순환로로 올라타니 크게 나아지는 것은 없다. 도심속을 가르는 고가를 굼벵이처럼 달려간다. 네비의 도착시간은 자꾸만 뒤로 주춤주춤 슬금슬금 물러난다. 이러다가 술시도 까딱까딱하는 것은 아닌지...
어쨋던 차는 우이동 주차장에 들어선다. 시간은 7시가 좀 지나고 있다. 약간은 시간적 여유는 있는 듯하다. 현호의 전화가 오고, 미영의 연락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막걸리 3병과 방울토마토 요청이다. 방울토마토라 스치는 방울토마토 킬러...송~~
랜턴도 배가 고파 하기에 약을 준비하고 도선사주차장에 여유있게 적당한 위치에 파킹하고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하루재를 향해 올라선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고요한 어둠은 나를 감싸고 나는 어둠의 고요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너무 바빳던 요즘 하루하루 스트레스의 찌꺼기들을 떼어내며 호흡을 가다듬고 산의 신선한 기운으로 채운다. 쉬엄쉬엄 20여분을 올라 하루재에 당도한다. 바람이 불어온다. 인수야영장의 불빛들이 언뜻언뜻보이고 저앞에 밤의 인수봉이 우뚝하니 나를 반긴다. 어여 온나~~~고생했다면서....20시30분경 야영장에 도착한다. 승룡이, 현호가 마중을 나온다. 배낭을 달라는 호의를 산악인이 그러면 쓰나하고 객기를 부리며 나아간다. 다음엔 무조건 줘야겠다. 지친다. 급한 몸과 마음이 배낭아래서...
마지막으로 찾아든 총무를 모두들 반갑게 맞이한다. 제를 위한 제단과 장비와 음식들이 모든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제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숨을 가지런히 다듬고 곧 바로 시산제를 진행한다.
시각은 8시 45분즘이다. 최총무가 진행한다. 식순에 따라 먼저간 악우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다오름회장의 경건한 축문의 울림이 산속의 밤속으로 퍼져나가고 인수봉으로 삼각산 산신께 올라간다.
한해등반활동의 안전을 기원한다. “삼각산 산신령님이시여! 굽어살피소서 다오름을...”
등반대장의 산악인의 선서를 하고 회장님의 인사말과 회원들과 신입회원의 인사를 하고 한지의 자태에 반하며 축문을 불태운다. 아무리 자태가 고와도 축문의 역할은 이루어야 하는것 불에 몸을 맡긴 한지는 올올이 타오른다. 제몸을 태워 나풀나풀 하늘로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듯하다. 서서히 땅으로 사그라 든다.시산제를 마친다. 시간이 30분이 지나고 있다. 알찬 시산제로 채워진것 같다.
이제 옹기종기 모여 인수의 밤을 조용히 물들이는 시간이 되었다.
모두들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홍어와 더덕과 차가...막걸리와 맥주와 소주와 야관문이 어우러져 돌상위에 가득 펼쳐지고 옹기종기 않아 시산제의 2막을 펼친다.
간간이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시산제의 밤을 방문한다. 하늘에서 손님을 보내었다. 하늘의 비가 참석객이 된다.
영시를 향하는 시각에 곰탕집 영업을 마치고 광흥창곰탕집 김사장이 내리는 비를 맞고하루재를 넘어 곰탕을 지고 수육을 이고 야영장으로 찾아든다. 그 덕에 맛난 최고 육질의 수육과 구수한 곰탕으로 이튿날 아침을 우리들 배를 고맙게 달래었다.
날리는 비속에 산속밤의 얘기는 깊어간다. 인간의 삶의 애환도 물속에 잉크가 풀려나가듯 서서히 퍼져나가고 서로의 공감과 염려속에 치유의 희망을 접한다. 산속대화는 진솔하고 조미료가 없는 자연산이다.
아침, 찌푸린 날씨속에 인수봉으로 향하는 등반팀과 베이스캠프에 남아 있는 한량들의 여유를 뒤로하고 인수의 품을 떠난다. 산 여기저기 진달래가 산꽃들이 분홍색으로 하양으로 붉음으로 자태을 뽐내고 있다. 화려한 도심의 꽃구경보다 더 담백함이 묻어나는 산속의 꽃구경이다
도선사 주차장이 꽉찼다. 아뿔샤 내차의 앞과 뒤가 차로 막고 있다. 그런데 고맙게도 다행히도 우연의 일치인지 산신의 보살핌인지 앞차가 미영차다. ㅎㅎ 작별을 하고 또다시 업무의 섬 영종도로 기수를 잡는다. 그날 또 다시 12시를 가볍게 넘기고 말았다는 소문이 섬의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간다.
어느듯 또 일주일이 지나고 있네요.
시산제를 다함께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다오름회원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다오름의 큰 행사를 잘 마쳐서 다행입니다.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군요.
2017.04.15 총무 최언식
시산제를 돌아보며, 업무의 섬 영종도에서...
최언식총무님의 바쁜와중에
다오름시산제 준비하시느라 애썼습니다.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