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의 어느 일

<그 가을의 어느 일>

........세상에 그런일이 있었지.....

1.철새(iron bird)도래지에 날개를 접다.

둔촌동에서 서쪽으로 역사의 굽이굽이 사연을 품고 흐르는 큰 강을 따라 달려가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방화대교를 넘어 차량은 지지난 달부터 달려갔다.

바다와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다의 해무가 희뿌연하게 거대한 철구조물을 품에 품어 달려가는 속도에 맞추어 하나씩 조금씩 자태를 풀어낸다.

거대한 쇠덩어리로 구성된 자신의 몸뚱이를 긴 케이블로 달아매어 그 곳으로 자동차와 공항철도가 수많은 인간들을 실어나른다.

또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날아오고 날아가는 이들을 보내고 맞이하러 다리를 건너서...

아이언 버드, 인간을 품은 철의 새들의 도래지!!!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밀물때는 생명으로 충만한 갯뻘의 속살을 물속에 살포시 숨기다가 썰물때는 어김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바다를 건넌다.

달려가는 곳은 영종도 국제공항

노동의 해방이 아닌 소외로부터 다시 노동의 한가운데로 뛰어든지 어느듯 3개월의 시간이 흘러간다.

7월의 어느 더운날에는 알프스로 떠나는 다오름 해외원정팀을 배웅하러갔다가 미완의 배웅으로 이국의 하늘로 떠나보내고...그들은 다시 들어오고....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다.

2. 꽃배암 출현

또다른 철새들의 터를 짓기위해 새로운 대역사를 창조하는 건설인으로 낯선곳에서 초창기에 투입되어 베이스캠프를 구축하는 꼴방같은 임시사무실의 열악한 생활속에서 정신없이 보내다 드디어 새로운 현장사무소를 축조하여 넓디 넓은 평수로 이사를 지난주 하였다.

그리고 아스콘으로 주차장 마당을 까많게 포장을 하고 산뜻한 사무실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런데

어느 나른한 오후시간에 사무실 우두머리의 한마디가 들린다.

사무실앞에 뱀 나왔다.

흔히 도로가 새로건설되고 아스팔트포장이 이루어지면 그 아스팔트의 냄새를 맡고 긴 몸을 이리저리 휘둘러 기어다니는 생명체는 담을 넘고 넘어 찾아든다.

그러다 인간의 손에, 구르는 자동차 바퀴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이 놈도 그런류의 놈인것 같다. 냄새를 맡고....생긴것을 보아하니 목부위가 붉게 단장된 꽃뱀이다.

처음 개설되는 현장이다 보니 조용히 살생을 피하고 저 멀리 밖으로 쫓아 보내는 시도를 한다. 이리저리 놈을 몰아내기를 계속하는데 화단부지를 흘러내려 간다.

그 앞으로 차들이 서있다. 새로 뽑은지 한 살도 되지 않는 나의 애마도 나란히 주차되어 있다. 그런데 가만히 놈의 행보를 보니 어째 나의 애마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차량 밑으로 기어가더니...

어라 차량 좌측 앞바퀴를 타고 나무타듯이 올라간다. 허걱

그리고 자취를 감춘다. 헐

차량을 운전하여 마당 가장자리로 옮겨놓는다. 그리고 본네트를 열어 놓는다.

조금뒤 혀를 낼름하며 대가리를 쳐들고 주위를 살핀다.

조용히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상태로 멈춘다.

야 이놈아 얼른 내차에서 내려와라. 징그러운 놈같으니 하필이면...차로부터 밀어내기를 시도한다. 그런데도 꿈쩌도 않더니만,

어라 한순간 본네트 뒤쪽 앞문의 지붕프레임의 구멍으로 긴 몸이 스며들더만 이내 자취를 감춘다.

허~~어쩔스까나....이런 된장할

날은 오후의 늦은 시각으로 흘러들고, 배암은 다시 나타나지 않고 주위 동료들의 걱정과 억측의 강도는 시간이 흐름과 비례해서 높아만 가고 나의 마음은 저아래로 침몰해간다.

저 구멍으로 사라져 가면 뱀은 직진성 동물이므로 프레임을 타고 타고 저 뒤쪽까지 갈텐데...그렇게 추측과 억측은 차주를 우울케 한다.

오만가지 생각이 찾아든다.

이 사태를 어쩔이거나...방법은....무엇인가?

3.기나긴 미로의 여정

동료와 함께 영종도 소재 현대카센타를 찾아본다. 신도시에 하나가 있다.

얼른 가야 할 시간이다. 도착해보니 도대체 흔적이 없다.

전화를 하니 이사를 갔단다. 하늘도시로...

운전석너머 어느 프레임속 보이지 않는 곳에 꽃배암을 태우고 이상스런 동행을 한다.

드디어 카센타 도착,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잠시후 차량용 내시경을 이용 그 작은구멍속으로 집어넣는다. 화면을 통해 보이는 안의 상태는 도통 뭐가 무엇인지.....

가만 가만....어 저기 뭐가 비늘같은것이 움직임이 포착된다.

글쎄 나중에 생각건대 착시 현상인지,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것인지...

카센테 사장에게 무언가 방법을 물어니 대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치고 고객을 대하는자세가 영 아니올시다.

하옇튼 이 곳 영종도에서는 서비스란 개념이 없다.

고객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기본이 안닌가? 모든 업종들이 다 그모양인듯 하다.

여기서는 방법이 없어니 공업사로 가보라 한다.

공업사라 하면 자르고 붙이고 뭐 그런곳인데.. 급히 또다시 공업사로 전화를 한다.

6시퇴근이니깐 빨리오세요..

시각은 어느듯 5시 반경, 허리업 가만히 보니 공업사 위치가 바로 현장부근이다. 이런 젠장

가까스로 5시 45분경 공업사 도착...또다시 이상한 흔하지 않은 얘기를 이래저래 해서 왔습니다.

퇴근이 임박한 공업사 직원들이 두세명 몰려 온다.

바로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는 프레임을 자르고 뱀을 꺼내고 용접 뭐...그런 작업경로를 피력한다. 여기는 차량용 내시경도 없다.

그래서 비용이 3백만원정도....이 사람들이 진짜~~

그 파충류의 행방을 알지 못하면 전체를 들어내야 하는데 그러면 5백만원정도...

이런 제길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그러던 중에 동료가 119에 문의 해보까요......

119가 이런것도 될까......반신반의하면서 어느새 통화가 되고 사고접수로 이어진다.

곧 출동하겠습니다.

아 드디어 빨간소방차의 119가 꽃뱀 한 마리를 꺼집어 내기 위해 출동한다. 허~ 참~

과연 그들이 사고접수로 출동은 한다만, 이런 상황에서 가능이나 할까나...

의심이 우려가 증폭된다.

119가 도착하기 전에 얼른 현장으로 달려가 기다린다.

시간이 조금지나간다. 저쪽에서 무언가 이쪽으로 새빨간 사각몸체를 뽐내며 해결사의 기운을 내뿜으며 달려온다.

인천영종도 119소방대, 4명이 무장을 하고 내린다.

무전기와 방화복과 티브에서 출동시 본듯한 긴 자루모양의 가방에서 익숙한 동작으로 도구를 꺼집어 낸다.

또다시 나의 애마앞에서,

짧지만 절절한 사연을 피력한다.

난감한 표정을 119는 짓는다. 한참을 상황을 파악하더니 대장인듯한 이가 말한다.

하~ 이런경우는 저희들도 어쩔수가 없슴니다.

저희들은 부수고 해체하고 뭐 그래서 구조해내는 방식이라서....

그렇게 빨간색의 119소방차는 다음코스 벌집제거하러 간다는 단발마를 남기고 자취를 유유히 감추어 사라진다.

카센터에 공업사에 마지막 119소방대에.... 참으로 여러군데를 들르고 다녀갔다.

그러던 차에 다오름 현호와 통화를 시도, 이런저런 내용을 읖조린다.

현호가 저 통화너머로 웃는다. 푸하하~~난 쪼까 속이 타는데......

내일 자신이 거래하는 카센터에서 만나자 한다. 그랴~~

많은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다. 이곳에 와서 참 여러 가지 한다.

귀가 후 입맛도 밥맛도 없다. 이때는 자는것이 남는것이다. 초저녁부터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애마를 몰고 보이지 않는 그곳의 그놈과 불편한 동행을 서울로 한다.

4. 하이테크 추격전

현호를 만나 등촌동 어딘가 카센터에 도착....

또다시 방문이유를 말하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상황속에서 카센터 사장은 고개를 갸우뚱, 장비를 챙기고....하지만 별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한다.

허~ 참 어떡해 좀 방법이 없을까나...

현호가 또다시 방법을 찾아나선다.

현대자동차남부사업소 다오름 창렬과 통화한다. 여기로 오세요

카센터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을 판단하고, 현대자동차남부사업소로 향한다.

그곳에 가면 하이테크 반이 있다나 어쨌든 첨단 기술팀이라 부르고 싶다.

도착하니 시간은 어느듯 12시에 다다른다. 창렬이 나온다. 이런곳에서 만나니 반갑네 그려..

판금 올림픽 금 인가 은인가 메달수상자!!!

차량의 구조에 대해 전문가라 하니 안심의 기운이 전해온다.

그런데 내 속과는 다르게 별로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는 듯 하다.

일단은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맛나게.... 오랜만에 일수형님이랑 영헌씨를 만나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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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익~~ 시간은 어느듯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으로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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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고 있는 이가을의 일을 이제는 바쁜 삶의 흐름을 비켜 마무리 지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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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뱀의 흔적과 행방을 찾아서

자동차와 삶을 함께하고 있는 일수성 영헌씨, 창렬로 구성된 하이테크 현대맨들이 붙었다.

쫓고 쫒기는 레이스가 펼쳐지려 하고 있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일수형님이 압축공기를 쏘아 올린다.

피해자가 내시경으로 뱀의 지나간 루트속을 들여다 본다.

아직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시간이 흐르고......1차적으로 일수형님 영헌씨, 창렬로 구성된 현대기술진의 진단은 없다.

그 놈은 없다이다.

피해자의 절박한 호소속에 또다시 탐색과 추격은 계속된다.

밀림속으로 아나콘다 사냥을 떠나듯이.......

싼타페가 리프트에 의해 가볍게 들어올려지고, 타이어가 떨어져 나가고.....

유선형 몸이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공간과 루트의 커버를 벗겨내고 계속적이고 완벽한 하이테크 현대맨들의 집요한 협공작전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시간은 또 흘러간다..........................................

없는 갑다!!!

어디에도 없다. 정말 없는 것인가?

그래도 웬지 찝찜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고개를 쳐들고 슬그머니 사라지는 유선형의 자취가....

이정도 분해와 탐색과 추격속에도 자취를 찾아볼수 없으니 자동차 구조상 더 어디에 숨어들 곳이 없다는 창렬 전문가의 진단속에 피해자는 안정을 찾으려 한다.

간밤에 차갑게 식어가는 철판속을 변온동물은 생존의 탈출을 했나보다.....

그 놈은 없다는 최종 결론속에 싼타페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어 돌아오고............

추격전에 동원된 전사들과 한잔의 커피로 300만원짜리의 노고를 위로한다.

어제와 오늘의 긴시간을 영종도와 서울에서 보내고 현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삶의 일터로 향한다.

바쁜 일상속에 잠시 벌어진 깜짝 쇼가 된 하나의 사건으로 마무리가 된다.

모두 고맙습니다.

현호, 일수형님, 영헌, 창렬 다오름에 톡톡히 신세를 졌다. 다오름에 잘 들어온 건가...g

5. 방생

영종도로 돌아와 일상은 또다시 사람을 정신없게 한다.

3단계 인천공항공사의 성공적인 과업달성을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업무를 보는 중에.........밖이 어수선 소란스럽다.

배암~~출현이요!!!

또 어디서 어떤 놈이 나타난겨~~~

밖을 보니 생포하려는 자들을 희롱하듯이 긴 유선형의 몸을 좌, 우로 화단을 누비는 놈이 있다. 어라 생긴 모양새가 비슷하다. 어째.....

60이라는 생의 고지에 올라선 동료분의 활약속에 그 놈은 긴 몸을 비닐포대에 담겨져 사무실 내 자리로 다가 온다.

60동료는 말한다.

이 뱀이 그뱀이여~~~충청도 특유의 억양과 음색이 나의 청각기관을 울린다.

목에 붉은무늬가 있는 것이 닮았는데.....그놈인가.....사무실 앞 화단이 그놈의 집인가....

예 비슷한데요~~~알 수가 있나

생포된 놈은 잠시 자태를 보여주고 총총히 비닐포대에 들려 차를 타고 저 야생의 초원으로 보내진다. 새로운 보금자리로

60인생의 동료는 잠시 뒤 나타난다.

큰길 건너 넓은 초원에 놓아 주었다고 호탕하게 야그한다. 잘 하셧어요!!!

이제 모든 상황극은 끝이 나는 가 보다.

겨울을 눈앞에 둔 시점에 다시 그 가을의 일들이 하나의 기억속에 흔적으로 남는다.

가을은 흔적을 남기고 겨울은 추위를 몰고 옵니다.

모두들 건강 관리 잘하시고,

산에서 만나뵙기를~~~

2014.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