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9일 여수 돌산 비박 종주
일기예보 기상 악화로 인해 수차례 계획을 취소하기를 반복하고, 기상 악화의 힘을 능가한 산의 부름, 그리고 산을 향한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연히 한라산 동계훈련에 동참한 계기로 인해 3번째 같이 등산하는 박종범 선배님과 서울에서 여수까지 날씨와 상관없이 와주신 다 오름 산악회가 보이는 순간 나의 갈팡질팡 하고 있는 판단의 끝을 내렸다.
답사 당시 헤매던 그곳 공사장을 지나고 코스안내표지 석에 진행 방향 화살표 오류로 또 한 번 헤매던 그 장소를 무사히 아르바이트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정말 답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답사까지 했는데도 몇 곳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상이 좋지 않으면 어떤가, 좀 헤매면 또 어떤가 수십억 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 산이 있는 곳에 우리가 찾아가고 우리를 반겨주는 그 산은 우리에게 빗 방을 수많은 많은 먹을거리 두릅도 주지 않던 말인가?
수십억 년 생명을 맞이한 경험이 풍부한 그 산이 10시간을 비를 맞게 하는 이유를 이렇게 생각해 본다. 해외원정이 가까워진 사람을 위해 어떠한 조건에서도 포기하지 말라는 훈령의 목적을 주고, 여수의 먹거리를 느끼라는 뜻도 있을 것이고, 그 비로 인해 인심 좋은 민박집 어르신의 인간미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인생의 삶을 배우라는 그런 목적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고마운 비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여수의 한식 같은 백반 맛을 느끼며, 집 열쇠 비밀번호를 전화로 알려주시는 민박집을 볼 수 있겠으며, 비박 산행 중에 어디서 그런 아침을 맛보겠는가? 참 고마운 산행이고 참 고마운 비다.
어제 내린 비가 공기 속 중금속 미세먼지까지 씻기어 새날 아침은 더없이 깨끗하고, 시골 산속의 공기를 들숨과 날숨으로 몸속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아침을 맞았다.
창밖 정원에 활짝 핀 꽃잎 끝에 아쉬움으로 증발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빗물 한 방울과 아침이슬 한 방울이 우리와 함께 출발하여 그 한 방울은 하늘로 증발하고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깊은 산 속으로 향하였다.
밤새 원적외선 열기를 받은 등산화는 산뜻하게 말라서 빗물에 퉁퉁 부은 발에 미안하고 고마움을 전할 수 있었다.
봄꽃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가끔 바다의 풍경도 보면서, 간간이 말도 안 되는 내 구라에 웃음꽃을 피우고 그렇게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배낭에 먹을 것이 없지만,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니고 있지만, 종점 약속시간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거라고 자기체면에 빠져들었다.
목적지 실 거리 3km를 남겨두고 성 두 주차장(율림리)을 종점으로 최종 하산하였다. 가장 아름다운 코스 최종 3km는 우리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는 중매역할을 해주었다.
그 중매쟁이가 하루빨리 국수를 먹게 해주기를 기다려본다.
수고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