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현 세미 멀티피치 및 하드프리 등반보고서>
일시 :2012.11.25.(-박1일)
장소: 원주 간현암장
참석(3명): : 박종범, 원정화, 최언식
1.아날로그와 디지털
청량리역에서 종범성과 8시 45분경 만난다.
둔촌역에서 5호선에 몸을 싣고, 왕십리에서 환승하여 국철로 청량리역에 들어선다.
새로운 건물의 2층 역사가 웬지 낯설다. 웅장한 겉모습이 웬지 거리감이 든다.
하지만 주변 땅값은 올라갔을 것 같다.
아주 흐린 기억속의 90년대 중반경 추석무렵인가, 경주에서 꼬박 8시간 가량을 입석해서 청량리에 새벽 4~5시경 떨어진 기억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낯선풍경의 새벽속에서 해장국 한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한남동 자취방으로 향하던 두주먹의 시퍼런 청춘의 푸른기억이........
그때가 아련히....피어오른다.
이 정도 변했으면 상전벽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빈속을 역앞 포장마차에서 국수로 달래고, 김밥 두줄로 간현의 점심을 확보한다.
10분전이다. 서서히 플랫폼으로 들어간다. 철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입석인 관계로 곧바로 식당칸으로 들어가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다. 여기저기 우리와 비슷한 처지들이 곳곳에 있다. 오랜만에 타보는 기차이다. 서서히 기적이 없는 조용한 몸짓으로 바퀴는 레일위를 미끄러져 간다. 저기 강원도 원주로, 동화역으로.............기차라는 것은 아련한 흑백영화의 한 장면을 자연스레 오바랩시킨다.
삶은계란이 있는, 까만 교복이 활개치는, 시끌벅적한 인간군상들의 소리가 기쁨으로 또는 회한으로......
우리들 엄니 아버지와 삼촌 이웃사촌들.......희노애락의 장단을 인생잔주름으로 연출해 가는 흑백영화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옆을 보니 종범형이 무언가 스마트폰을 메만진다. 진지하게, 뭐하셔요? 귀경차표 예매중...
무궁화기차는 레일위를 줄기차게 달려가고, 식당칸의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우리, 그리고 손안의 스마트폰은 공간과 시간을 뚫고 저녁7시26분 동화발 청량리도착표를 티케팅하고 있다. 세상이 지금 이러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서슴없이 만나고, 공존하고 있다.
항상 그러하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초속의 스피드로 변해가고 있다.
그 빠른 변화의 흐름속에 어설프게 디지털의 문턱에 한발을 조금 걸치고, 아날로그로 내가 서있다.
디지털은 아나로그를 비웃는다. 분명하지 못한 감성적사고만이 만능이라 자신하는 덜떨어진 시대의 산물이라고, 아날로그는 디지털을 안타까워한다. 이분법적인 사고와 판단밖에 모르는 천박하고 깊이가 없는 얇고 좁은 언제든지 버려질 운명을 간직한 가벼운 이름의 존재, 그 자체라고.....
디지털은 모든 상황을 1과0으로 변환하여 우리에게 다가온다. 귀로, 눈으로, 오감으로
어떤 강사가 말한다. 디지털에 너무 익숙해 지면, 인간의 사고와 판단도 1과0의 이분법적 획일화되어 획일화단 극단적인 결론을 얻는데 길들여 진다고,...잘은 모르지만 충분히 이 아날로그는 공감한다. 현시대에 살면서, 힘들겠지만, 조금은 멀리 하고 살필요가 있다.
당장은 입안에 달지만 이를 썩게 하는 데 일등공신의 자질을 보유하고있는 디지털로부터~~~
쓰지만 몸에는 약이 되는 아날로그는 삶을 좀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살찌워지게 하지 않을까.....
아날로그 성질의 무궁화란 놈도, 알고보니 디지털적인 성향이 있나보다. 참 빠르다. 청량리를 떠난지 1시간 가량이 됐는데 벌써 원주의 동화역이다.
주위에 불명확했던, 약간은 세속의 옷차림과 동떨어진 조금은 꽤째째해 보이는 인간들이 함께 내린다. 음 역쉬나...그들도 간현으로 향하는 바위꾼들이다. 풍기는 냄새들이 보면 어느정도의 존으로 집약된다. 산, 바위, 그리고 그들 또 우리들
수원에서 달려오신 원누님과 조우를 하고, 편안히 마차는 간현암장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2.“어제보다 좋은날” 그리고 “원주”
오르기위한 사전 속비우기와 커피를 한잔 분위기 있게하면서, 흘러가는 강물과 흩날리는 가을끝자락의 낙엽과 초겨울문턱의 뿜어나오는 한기속의 시리도록 깔끔한 찬공기를 폐로 느껴본다.
간현의 벽에 만만추의 햇살이 내리쬔다.
그 햇살을 영양분으로 공급받으며, 여기저기 바위꾼들이 붙어 여러코스로 등반을 하고 있다.
간현은 올해 3번째, 등반은 두 번째다. 왠지 이곳은 마음이 편하다.
울퉁웉퉁 홀드가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일단 오르기전에는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 속에 길들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무슨길인지도 모르고 올랏지만 나중에 보니 “어제보다 좋은날”
오~ 예~ 멋져버러 잘 지은 이름이다.
종범성이 앞서고, 내가 후등으로 오르고, 원누님이 뒤따른다.
멀티피치로 오른다. 소나무가 무성한 곳에 다다라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나 황송하다.
아 행복해,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
땅을 밟고 다시 오른다. 음 이쪽길도 마음에 드는 코스다.
종범성이 올라가는 길을 자세를 각각의 지점에서 스캔해서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 시켜 마음속에서 불러내어 시뮬레이션한다.
올라간다. 첫 피치를 오르고, 2피치인가 크럭스를 만난다. 낑낑 어~ 시물레이션 결과와 사맞지 않네 그려...고전을 면치못하는 바위와의 대화를 눈치채고, 종범성이 확보를 하고 내려온다. 코치가 나를 오르게 한다.
생리현상의 해소를 위해 종범성은 내려가고, 목표점에 다다른 나는 후등자를 확보한다 원누님이 올라온다. 원누님과 하강을 한다. 어째 원누님과 나 둘이서 이렇게 알아서들 내려가는 것이 생소하다. 60m자일로 두줄하강하여 중간지점에 또다시 한번 하강한다. 발이 땅에 닿고 2번째코스 원주길도 마침표를 짓는다.
산의 하루해는 짧다. 해가 저 고개너머로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
서서히 밝음의 농도는 옅어져 가고 어둠의 기운은 서서히 힘을 키워간다.
다음코스로 이동한다. “엘리다(엘리쟈?인가)” 이쁜이름이지만, 오만한 강함이 베어나오는 명이다.
3.엘리다의 자존심
5m가량을 올라서 왼손과 오른손으로 바위의 홀더를 잡고, 왼발과 오른발로 오바행의 바위를 우측으로 밀어 체중은 좌측 상단10시 방향으로 이동하고, 왼손과 오른손이 교차하여 몸이 비스듬히 사선으로 상승한다. 오른발을 바위턱에 걸치고 왼손을 뻗쳐잡고 오른손으로 당겨 몸을 일으켜 바위위로 올라선다.
보기에는 물흐르듯이 쉬운 몸동작이 종범성의 몸을 연속 프레임으로 넘기고 있다.
“엘리다”
오바행과 아래에서 위로 기어오르듯이 올라가야하는 엘리다의 코스의 선형이 만만치가 않다. 자존심 강한 여인의 오만한 콧대가 또다시 느껴진다.
머릿속의 이미지를 이리저리 떠올려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음 ~~ 톱로핑으로 오른다. 5m를 올라서고 왼손과 오른손 오른발과 왼발이 최적의 위치를 더듬는다. 아~ 그렇게 말고 왼발을 더 들어서 오버행바위에 갖다 붙이라는 지적이 아래에서 희미해져가는 주위를 헤치고 올라온다. 00대출신이 올라가야지 마지막 신경을 건들이는 멘트도 중력에 맡겨진 내몸의 각성을 이끌어내지를 못한다. 다만 뭔 말인지를 알고 있다긔어~~
이래저래 용을 써본다. 맘되로 되지를 않는다. 공중에 대롱대롱 메달려 다시 각오를 다진다.
하지만 그 각오는 무모한 힘의낭비 만을 보장할 뿐이다.
따 운~~~거룩한 결정을 한다.
원누님이 오른다. 텐텐의 단발마에 따라 자일에 긴장을 옮겨 싣는다. 아슬아슬 조심조심 올라간다. 어두워져가는 공기속으로 스며들 듯이 몸동작은 종범성과 유사한 동작을 취하면서, 상승한다. 조금씩 조금씩..........올라선다. 몸이 ............그리고 계속 직상 산보하듯이 걸어 올라가는 듯하다.
마지막 마음의 칼을 갈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엘리다에 붙어 애절한 몸짓을 한다.
웬만하면 허락해 주오.....엘리다여
세계적인 한 산악인은 외친다. 히말라야에 올라선 것은 신이 허락을 했기 때문이라고
나도 올라서고 싶다. 허락을 허 하시오 엘리다여~~
간절한 나의 바램은 어둠이 묻힌 허공속으로 산산히 부서져 흩어진다.
나를 세차게 외면한다.
엘리다는 끝끝내 자존심을 지키고 도도히 서 있다. 더 준비해서 몸만들어 오라고~~~~
알았다긔~~~
또다른 준비를 마음속에 품고, 자일을 사른다.
산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개가 막 물었다가 이빨이 시러워 뱉어 놓은듯한 차가운 달이 반달로 떠 있다. 어느듯 암장에는 모두들 빠져 나오고 다오름만이 남아 있었다.
만만추간현의 풍광을 뒤로 하고, 어둠이 짙게 내린 길을 차량은 강을 가로지른 교량을 하나 또 하나를 건너 조용한 시골의 칼국수와 돈까스의 집으로 인도한다.
산행의 제일 맛있는 순간에 와있다. 막걸리와 소주를 돈까스로 안주삼아 순간을 불사른다.
동화역에서 또다시 아침의 상봉을 반대로 원누님을 보내고, 동화역으로 들어선다.
조용한 시골간이역의 밤풍경이 그려진다.
십분가량 차량은 연착이 되었지만, 어둠을 가로질러 또다시 우리의 서울 청량리에 다 내려놓는다.
상경주가 빠질수가 없지, 청량리역 앞 닭갈비집에서 처음처럼으로 회포를 풀고 등반대장님과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산행의 완성을 짓는다.
그리고 결심을 굳힌다.
좀 더 자유로운 몸짓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한다.
4.한다면 한다.
작년 등반참가 횟수를 집회때 보았다. 모든숫자의 선두, 형님, NO.1......
그렇다 찬란한 1회였다. 많은 사생활상의 이유들을 충분히 1은 대변하고 있었다
우야됐던간, 년초에 올해 다오름 등반참가횟수로 10회를 호언장담했다.
이제 그 결실의 보고서를 마무리한다. 그래서 나름 올해는 조금 더 다오름틱한 시간을 갖은 것 같아 뿌듯하다. (좀 더 가야 다오름주의자가 될수 있을법한데)
아직 올해는 한달이나 남아 있는데 말이다.
<2012년 산행참가 실적>
1회 6/3 관악산 전암장
2회 6/9,10 다오름 야유회(간현암장)
3회 6/22,23,24,25 설악산 장군봉, 4인의 우정길
4회 7/20~22 방태산
5회 8/21 북한산 트레킹
6회 9/22,23 도봉산 배추흰나비의 추억
7회 10/6 북한산 인수봉B
8회 10/20.21 간현암장(다오름 페스티발)
9회 11/10,11 관악산 호암암장
10회 11/24 간현암장
2012.11.29.(목)
자유로운 몸짓의 그날을 기약하며
언시기쓰다.....
설마 이것으로 올해 등반을 쫑하시려는 것은 아니겠죠?
등반의 참맛(?) 빙벽등반이 기다리고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