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행기-6>
9.안개속의 하강
주위는 개스가 짙게 내리깔린다.
주위의 봉우리들은 서서히 안개속으로 사라져간다. 빗방울도 떨어진다. 확보지점에는 바위에 하강볼트가 없고 바위에 자일로 둘러져 있다.
하나, 둘, 세 개의 줄로....등산교육시 기존의 로프확보물을 맹신해서는 안된다는 교육을 받았다. 로프는 볼트보다는 약해보인다.
안개로 인해 저 아래의 하강포인트는 보이지 않는다.
다오름은 아무도 이지점에서는 하강을 한적이 없는 듯 하다.
어라~ 이것은 예상못한 시추에이션 .....
명주씨가 설악산에서는 불확실한 변수들이 한번씩 등장한다고 한다.
명주씨가 다시 한번 당부한다.
확보줄의 전체를 둘러 점검하고 이상유무를 확인하라고
우측으로 희미한 안개속에 아직도 한피치의 암봉이 우리를 내려본다.
등반대장은 아직 미련이 남는가 보다. 저기를 올라 가야하는데......볼트의 위치를 파악하고.....미련의 여운을 남긴다. 한번 올 때에 끝까지 가봐야 함을 강조한다.
지금상황에서도 등반의 미련을 갖는다.
음~ 등반대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조용한 침묵이 흐른다.
예전에 장군봉에서 야간에 하강을 해야하는 피치못할 상황에 직면하고, 각자 집으로 무겁고도 심각한 전화를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무시무시한 무용담을 듣는다.
현호씨는 덤덤히 말한다.
그때 그당시 울컥 두눈에서 눈물이 나오더라 라고 한다.
모든 상황을 정리해 주는 단어 “눈물”........
아마도 짧디 짧은 순간 수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으리라.
다시 침묵이 조용히 흐른다.
안전에 관한 당부와 주의를 뒤로 하고 승룡이 하강을 한다.
인수봉 첫등반시 승룡을 만났다.
갸날파 보이는 몸매속에서 클라이머의 냄새를 짙게 느꼈다. 한국등산학교강사였다는 이력이 더욱더 암벽햇병아리의 신뢰의 두께를 더했다.
승룡.............그대를 믿는다.
안개속에 자취를 감춘 하강포인트를 찾아서 서서히 자일은 텐션을 먹고, 승룡의 모습은 아래로, 개스속으로 막중한 선봉의 임무를 띄고 내려간다.
조용한 긴장이 흐르고....시간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간다.
신경도 따라서 바짝 뒤쫒는다.
서두리지 말라는 격려의 소리를 내려보내고, 아래로부터 하강완료의 신호를~~
~~~~간절히 두손 모아 기다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않는 고요한 평온의 마음상태를 평상심 내지는 부동심이라 한다. 고수들은 그런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용한 몸과 마음의 컨디션.......평상심
고수들 사이에서, 길게 몸안의 내재된 불안감과 초조를 타바코연기로 토해내는 물빛속의 달빛이 있다. 모든 것은 여러 가지의 조합속에 하머니를 이룬다.
지금 머릿속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문제없다고 자신을 다 잡고 있을까, 이신바예바처럼 장대높이 뛰기전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것일까,
난 할수 있어, 넘을 수 있어, 내 앞의 어떠한 장애물도 나를 막지 못해, 난 최고야
아님 아직도 힘겨운 바윗길위의 자신이 안타까운 것일까....난 트레킹이 체질이라고 생각 할까......
그것도 저것도 아님 아무생각이 없는 무념무상의 상태일까.......
흩어져가는 타바코연기속에 그 답은 있을것인가, 길게 공기중으로 흩어져 간다.
담배가 맛있게 보인다. 그 맛은 속세에서는 느낄수 없는 맛이리라. 초코릿보다도 더, 콜롬비아 커피보다도,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보다도 더어~~~더
한참의 시각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 쯤에
수직의 절벽아래로부터 안개를 뚫고 한마디 들려온다.
하강 완료오~오~오~~~~ 휴~우~~~
하강에 속도가 붙는다.
원누님이, 호섭형이 내려간다. 드뎌 세이가 하강포인트에 자리한다.
스탠스가 좋지않은 하강 위치는 더욱 몸을 긴장시킨다.
실망시키지 않는 임팩트의 한마디.......에이 씨이~~ 세이가 변하는 순간이다.
헐크로의 변신은 조금 부족한 감이 있고. 갓 돌을 지난 정도의 고릴라로 변한 것 같다. 잠시 후 2%부족해 보이는 평정을 찾고, 고도를 낮춰간다.
위에서 멀어질수록 아래로 가까워질수록 부족한 2%는 채워지겠지.
아래로 아래로 모습은 사라지고~~~~하강 완료오오~~
연이어 계속 되는 하강
개스 저 아래 하강 위치가 보인다. 모두들 하강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