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춘클릿지 후기

by 손기영 posted Oct 1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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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도 여럿 있으나(?), 어찌어찌하여 산행후기쓰기에 당첨이 된지라 어쩔수 없다 생각하며, 지난 산행을 되짚어본다.

원래 토요일 간현등반이 처음에 올라왔던지라, 결혼식도 있고, 손아줌마한테야 간현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므로 이번주는 주말에 커피나 볶고, 책이나 읽으면서 뒹굴뒹굴 보내야 겠다.. 했었다. 그런데.. 바로, 일요일 춘클릿지 산행제안이 올라오면서, 손아줌마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전문가스러운 언니들의 블로그에서 평가되는 춘클릿지는 릿지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코스중에 하나란다. 몇시간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끝에 승민형에게 소심한 문자를 날린다. 요즘 체력이 바닥이라 걱정이 된다는 둥 어쩌고 저쩌고... 간단한 답메일 ’오기만 하면 올려줄게‘.. 그래..모.. 한번 가보지.. 날도 좋고, 거기가 경치도 좋다잖아.. 어떻게 되겠지.. 토요일 등반이 있는데, 모 몇 명이나 가겠어. 3~4명 가면, 모.. 크게 망신스러울 것도 없겠지.. 결국 과감하게 ’가자‘로 결정.

일요일 아침! 전날 백세주 한병을 남편이랑 홀짝거리며, 시간맞춰가려면 새벽에 일어나야될것 같다는둥, 몇 번을 갈아타면 귀찮겠다는 둥, 우리집은 전철까지 어프로치가 너무 길다는둥 했더니만, 왠만하면 태워다 달라는 말인 줄 알아챈 남편, 같이 일어나서 준비를 한다. 그래, 이번에 가서 회원들 한테 인사도 좀 하고! 이번 릿지가 좀 험하다니 시원찮은 마누라 잘봐달라고도 좀 하고.. 그래바바. ^^

7시 40분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니, 일수형님이 젤 먼저 와있고, 하나둘씩 일행들 도착한다. 남편을 신입회원이라고 소개하니 몇몇은 진짜인줄 하고 눈이 둥그렇다. ㅋㅋ 8시 15분쯤 모두 다 도착(일수형, 영직형, 광재형, 현호회장, 승민이형, 서은이, 나)하고, 우리는 강촌으로, 손아줌마 남편은 어린이집 청소 노가다를 위해 다시 집으로..

의암댐 휴게소(?)에서 전날 등반했던 대순, 호섭형, 정현씨와 합류.. 본격적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이거 이거.. 몇 명 안가겠지 했는데, 웬걸, 목요일 정기집회의 영향이라는데, 등반인원이 10명이 넘는다.

가기 전부터 잔뜩 쫄아있던 손아줌마. 첫피치 등반을 위해 바위에 손을 대니, 심장이 벌렁벌렁(무서워서^^)하다. 아니, 불길한 조짐의 스타트는 그게 아니었다. 안전벨트를 매는데, 버벅거리는 나를 도와주러 온 조서은양! 한마디 하셨다. “이거 왜이래?” “안전벨트가 왜이리 작아? 작년에는 잘 맞았는데..어.. 왜 이렇게 살이 찐거야 그동안..”(허걱). 그 옆에서 대순이 실실 웃으며 거든다. “너 셋째 가진거 아니냐?” ㅠㅠㅠ 어쩌겠냐.. 일상과 조직생활의 스트레스를 먹는걸로 풀어온 내가 잘못이지..흑흑.. 그래서 왠만하면 혼자 벨트를 맬려고 했는데..

첫피치.. 힘들다.. 마지막에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하도 헤매니 대순군.. 그냥 올려줄게, 그래, 이렇게 힘든데.. 대순군이 올려준다는데, 기대^^ 몇 번 용쓰던 대순이.. “야.. 너 왜이렇게 무거워..안되겠다“ ........몇분 안되는 시간동안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후회“, 그냥 요즘 폭빠진 커피나 볶고, 책이나 읽다가, 심심하면 가까운 동네 산이나 등산하거나 찜질방이나 갈껄.. 여기 붙어서 온몸 벌벌떨며, 텐션을 외치는 망신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며.. ‘이게 모냐고..’ 이단, ”망상“, 아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내려왔으면 좋겠다. 아니, 여기서 누가 손만 잡아주면 2박 3일 술이라도 사겠는데.. 아니, 바위에 거미처럼 달라붙을 수 있는 암벽화가 나오면 차팔아서라도 사겠다..등등. 그러나 선택은 두가지뿐.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걍 내려가느냐, 무슨짓을 해서라도 올라가느냐’ 첫피치부터 내려가기는 그러니. 아무리 후회와 망상을 오가도 바위에 붙어 벌벌 떨고 있는 나를 구해줄 수 있는건 걍 올라가는 것 뿐, 결국 온갖, 신음소리를 뒤로하고.. ^^::

문제가 발생한것 두 번째.. 손에 힘이 다 빠진 손아줌마.. 헤매다 광재형 손에 물집잡히게 하고, 그제서야 정신차리니, 그냥 쑥쑥 올라가진다. 속으로 이랬다. 다음까지만 올라가고 그냥 내려가리라. 이 나이에 이게 무슨 망신도 넘어선 민폐냐 싶었다. 갑자기 밀려온 자괴감.

자괴감속에 헤메며 어찌어찌 세피치까지 하고, 가장 어렵다는 4피치. 문제는 우리보다 좀 전에 도착한 한 무리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었다. 그 양반들 끝나길 기다리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릴듯했다. 점심먹고, 기다림에 지쳐가던 중.. 아무래도 우리 인원도 많고 앞팀 등반시간도 너무 오래걸리니, 몇몇만 등반하고, 초보자 2명을 포함한 나머지는 근처 암장에 가서 연습하는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 결국 손아줌마, 일수형, 정현씨, 호섭형, 광재형은 암장으로..

이제 등반끝났나 했으나, 암장도 만만치 않았고, 여기까지 와서 한번은 더 해야겠다 싶어. 그곳에서 가장 난이도가 낮은 5.9 코스에 도전! 사실은 땡땡이를 치고 싶었으나 정현후배님의 등반을 하겠다는 열의에 밀려.. 울며 겨자먹기로..ㅋㅋ 어째, 한번이 만만하지 않은지, 역시 천신만고 끝에 등반. 정현씨는 일취월장이 눈으로 느껴진다. 이제 손아줌마는 다오름 등반 공식 꼴지가 된것이다. 아..그리고 호섭형..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언제나 간현에 가야 나의 진가가 발현된다는 본인만의 이야기만 들은 터라..솔직히.. 긴감인가^^ 했었다. 그런데, 잘 하시더라. 놀랐다^^ 또 어찌어찌 어정쩡하게 손아줌마가 빌레이를 본 덕에 정현씨 팔꿈치가 긁히고.. 잠시 주춤했던.. 자괴감이 다시..꿈틀..

뒷풀이는 근처 매운탕집에서 매운탕에 닭갈비(맛있었음), 손아줌마와 정현씨는 금정에서 대순이랑 2차 맥주더..대순이의 등반원정기와 꼬치를 안주삼아 10시 반까지 마시고, 헤어졌다. 안전밸트가 마구 끼어주시는 망신살에도 불구하고 맥주에 닭갈비에, 2차 닭꼬치까지 술술들어가는걸 보면..참.. .

암튼, 날씨도 좋았도, 분위기도 화기애애.. 꽉찬 하루였다. 그리고.. 손아줌마에게는 다시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이거 운동을 좀 하고 나서.. 자신감이 좀 생기면 그때 가서 등반을 해야할지, 어쩔지.. 에고..

모두들 잘 들어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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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경 2009.10.13 12:10
    아~이거이거 내가 갔었어야 땡겨주고 밀어주고 했을텐데~~^^
    대충 메달린 처참한 상황이 상상이 됩니다^^
    줄이세요! 술!! : 이상. 몸무게 좀 나가는 아줌마회원 관리담당 전문 부회장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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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호 2009.10.13 12:46
    ㅎㅎㅎ 그날의 발버둥은 나도 해당된다오!!!
    4피치에서 다들 내려갔으니 망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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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서은 2009.10.13 14:30
    멀 거정도 가지고 자괴감까지,... 고민안해도 되고요... 미안하면 살사면 되고요... 자주 나오면 다 용서 된다는거... 감 잡았을껀데....ㅋㅋㅋ 즐거운 한주 됫고... 당신이 있어 더 없이 즐거웠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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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순 2009.10.13 17:11
    힘보다는 아직 요령이 없어서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언젠가는 당신후배를 보며 웃는날이 올터인즉..